"사랑꾼 될만하네"...배우 남편 빚 갚기 위해 감자탕 집에서 설거지했다는 아내는 누구?

결혼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의 아내 혹은 남편으로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고 그 책임과 역할이 더욱 분명해지기 때문이지요. 다만 결혼생활이 지속될수록 처음의 마음가짐은 조금씩 잊히고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마련인데요.

결혼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결혼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결혼을 늦게 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는 이 남자를 만나봅시다.

자신의 인생을 아내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는 주인공은 바로 배우 성동일입니다. 성동일과 아내가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으로, 당시 성동일은 이미 드라마 '은실이'의 빨간양말 양정팔 역으로 꽤 인지도 있는 배우였는데요. 다만 이전까지 오랜 무명시절을 거친 성동일은 '은실이' 이후 형편이 막 나아지려던 그때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지인의 말에 소갈비 식당을 개업했다가 사기를 당하면서 무려 5억 원이 넘는 빚을 떠안은 상황이었습니다.

배우로서 막 날개를 펼치려던 시기에 사기를 당하면서 성동일은 크게 낙담한 상황이었고 연이어 드라마에 캐스팅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기쁨보다는 절망이 컸지요. 그때 바람을 쐴 겸 울산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성동일은 현재의 아내 박경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삶의 이유를 잃은 듯 지쳐있는 성동일에게 지인은 힘을 낼 계기가 되도록 새로운 인연을 소개한 것인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성동일은 국밥집에서 처음 만난 박경혜가 냅킨을 깔고 수저를 놓는 모습을 보고 반했습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듯한 모습이 좋았다지만 그저 첫눈에 반했다는 설명이 더 가깝겠지요. 이후 성동일은 드라마 '유리구두'를 촬영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울산으로 갔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은 물론이고 촬영이 있는 날도 서울에서 촬영이 마치기만 하면 울산으로 출근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납치하다시피 여자친구를 데리고 전국 일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인 줄 알고 따라나섰다가 40일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한 박경혜는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었지만 오랜 여행 중에도 손 한 번 잡지 않는 성동일에게 오히려 믿음과 사랑이 커졌습니다.

2년여의 연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다만 어머니만 계신 성동일과 아버지만 계신 박경혜 모두 워낙 어려운 형편에 혼자 키운 자식들이다 보니 14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은 진솔한 마음으로 양가 부모님의 마음을 설득했고 2004년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상견례를 한지 보름 만에 박경혜의 친정아버지가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식장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부모님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 박경혜는 성동일과 홀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족이 되었지요.

이렇게 살림을 합친지 3개월쯤 지난 2004년 10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어서 빨리 2세를 갖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성동일의 어머니는 아이가 많으면 고생한다며 하나만 낳기를 바랐지만 두 사람은 식구 많은 집이 좋다며 서너 명은 낳을 거라고 전했지요.

특히 성동일은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며 "아버지와 반대로 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동일은 사생아로 태어나 10살까지 호적도 없이 살았는데요. 전국으로 생선 장사를 다니는 어머니는 집에 있는 날이 1년 중 손꼽을 정도였고 대부분은 8살 터울의 누나와 단둘이 생활해야 했습니다.

성동일이 10살이 되던 때에 어머니는 성동일의 호적 때문에 아버지께 합치자고 했고 성동일 때문에 시작한 결혼생활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성동일은 가정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아버지를 만난 다음 날부터 맞았다는 성동일은 당시에 대해 "보다 못해 동네 사람들이 피신시켰을 정도"라며 어린 시절 꿈이 "빨리 나이 들어서 나가 살고 싶다"였다고 고백하기도 했지요.

이후 집을 나온 뒤에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서 20년 동안 찾지도 않았다는 성동일이 "아버지와 반대로 살겠다"라는 결심을 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 남매의 아버지가 된 성동일은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목표를 완벽히 달성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성동일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2014년 성동일은 딸아이와 함께 예능에 출연해 국밥을 먹으며 아내와 처음 만난 때를 회상했는데요. 즐겁게 상황극을 하던 중 눈물을 쏟게 된 성동일은 "갑자기 아내가 생각났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시집와서 지금까지 행복을 지켜주고 있는 아내가 감사하고 고마웠다"라며 사기당한 5억 원의 빚을 갚느라 힘들었던 신혼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신혼 초 성동일의 누나는 성동일에게 예능이라도 출연하라고 했지만 성동일은 배우 자존심에 거절했고 이에 누나는 성동일 아내가 감자탕 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성동일의 아내는 이미 아침방송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진 바람에 배우 남편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후 성동일은 자존심보다는 가족을 위해 일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성동일이 아내에게 고마워 마지않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20년간 안 보고 살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은 때입니다. 성동일은 오랜 시간 생각조차 하지 않던 아버지가 막상 돌아가셨다는 말에 마음이 좋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발인조차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이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던 성동일이 한시름 놓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성동일의 아내는 성동일보다 먼저 시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가시기 3일 전 두 아이를 데려가 인사를 드렸고 남편의 마음이 어떻지 몰라 말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발인이 끝난 저녁에 성동일에게 그 사실을 전하면서 한 가지 부탁을 덧붙였는데, 바로 시아버지의 제사를 모실 수 있게 허락해 달라는 것. 실제로 이후 성동일 아버지의 제사는 아내가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까요? 성동일은 아내를 잘 만난 덕분에 "사람이 되었다", "최고의 인생작이다"라고 말하지만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평하기보다 함께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어린 아내와 그런 아내의 노력에 늘 감사함을 가지고 표현하는 남편, 둘의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졌기에 행복의 시너지가 나타난 것이겠지요. 결혼이 인생에서 긍정적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배우자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편 성동일은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아빠 피자 먹고 싶어' 할 때, 가격 생각 안 하고 '먹어'라고 말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돈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고 추억도 없다는 그는 "내 세대에서 가난을 끝내고 아이들은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말하기도 했지요. 대한민국 대표 배우가 된 지금, 성동일은 진짜 부자가 되었습니다. 물질적으로 여유로워진 것은 물론 사랑스러운 아내와 삼 남매가 함께하는 삶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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