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박 사망’ 양재웅 정신병원, 최근 5년 새 올해 환자 격리·강박 최고
지난 5월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펜터민)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30대 여성 환자가 격리·강박 끝에 사망한 부천 정신병원의 올해 환자 격리·강박 횟수가 최근 5년내 최고치를 나타냈다.
보건복지부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 관련 자료를 13일 보면, 이 병원이 환자를 격리실에 가두는 ‘격리’는 2020년 622건, 2021년 444건, 2022년 247건, 2023년 557건 시행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741건으로 이미 연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0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병원은 환자의 두 손과 발을 침대에 묶는 ‘강박’ 역시 2020년 6건, 2021년 121건, 2022년 76건, 2023년 91건 시행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118건으로, 4분기까지 합산하면 최근 5년간 최고치가 예상된다.
지난 5월 이 병원에 입원한 33살 여성 박아무개씨는 26일 저녁부터 배변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대변물을 바닥에 흘리다 27일 새벽 1시30분께 격리·강박됐고 2시45분께 강박에서 풀려났지만 4시께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이 사망사고는 정신장애 당사자 및 가족을 중심으로 한 ‘정신병원 개혁연대’의 출범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양재웅 원장은 지난 8월 “폐쇄병동에서 격리·강박 시행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이번 주에 병원에서 격리·강박을 당한 환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를 묻는 한겨레 서면질의에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으로서 입원 초 주취 상태, 혹은 금단증상의 위험성이 있는 분들이 많다. 따라서 격리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으나 강박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8월19일~28일 10일 동안 격리는 23건, 강박은 0건”이라고 답한 바 있다.
급증한 격리·강박 횟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또 다른 자료인 진료수가 청구기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블유진병원은 지난해 477만4620원을 ‘강박’에 해당하는 정신의학적 응급처치(진료행위 코드 NN100)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올해 상반기 청구액은 529만8510원이었다. 진료수가의 절대액이 높지 않고, 정신병원에서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강박이 워낙 많은 터라 수가에 반영되지 않은 강박은 훨씬 많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신의료기관의 정신과적 응급처치(강박) 진료수가는 병원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2시간 기준 5만여원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현황 자료에는 진정효과가 너무나 강해 환자들 사이에서 ‘코끼리 주사’로 불리는 할로페리돌 주사와 아티반 주사의 사용량도 등장한다. 2020년 이후 할로페리돌 주사 처방건수는 매해 300~500건, 아티반 주사는 1500~1900건을 기록했다.
식약처가 제출한 ‘최근 10년간 마약류 의약품 처방량 현황’ 자료에서는 양 원장 스스로 격리·강박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 펜터민과 정신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처방되지 않는 마약성 진통제, 마취제 등이 발견됐다. 펜터민은 이 병원에서 사망한 박아무개씨가 복용하다 지나친 수면과 결벽증 등 중독 증세를 경험하면서 입원의 원인이 된 약물이다.
양 원장은 지난달 한겨레 인터뷰에서 “(환자 박씨) 사망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격리·강박이 아니라 펜터민(디에타민) 중독 위험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 자료를 보면 이 병원에서도 매해 펜터민을 처방했다. 약학정보원 사이트를 보면, 펜터민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해야 한다.
이 병원은 마약성 진통제인 부프레노르핀, 페티딘, 내시경과 마취시술을 할 때 주로 쓰는 미다졸람, 프로포폴도 처방했다. 약학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모두 정신과에서 일반적으로 처방하지 않는 약물들이다. 한 전문가는 이날 한겨레에 “중독성이 있는 마약성 진통제인 부프레노르핀, 페티딘과 수술을 위한 전신마취 혹은 수면내시경 때 주로 쓰는 미다졸람, 프로포폴을 왜 썼는지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며 “사전에 충분히 의존성과 중독성 등에 관해 설명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지 않았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방송 출연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양 원장은 오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서미화 의원은 “격리·강박으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사망사고와 인권침해를 고난도 치료로 포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해당 병원의 사망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과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 문제를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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