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가성비가 중요하다고요? Z세대를 위한 보험 가입, 꼭 생각할 건 ‘시간’

예측하기 어려운 질병, 상해 등의 보험사고에서 내 인생을 지켜주는 금융상품이 보험이다.

20대, 30대에게 보험은 투자나 저축처럼 당장 돈을 벌어주지 않으니, 금융상품의 구매 리스트에서 가장 후순위에 위치했을 수 있다.

보험상품은 구매한 시점 대비 보험서비스가 실현(보험금을 수령하는)되는 시점은 매우 멀다. 게다가 돈을 내고도 아무것도 받지 않고 싶다.

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큰 질병 때문에 소득의 상실이 발생하길 원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한다. 그것도 일찍 준비하는 게 좋다고 한다. 왜일까?

시간의 가치에 주목해야

보험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직면할 수 있는 먼 미래의 혹은 가까운 미래의 위기를 미리 헷징한다는 데 있다. 보험은 미리 위험을 대비하는 사람에게 시간의 가치를 선물한다.

암 치료비에 5,000만원의 금액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물론 단순 치료비뿐만 아니라 암 치료에 따른 소득발생의 중단도 포함해서다.

어떤 사람에겐 20년 후 발생할 일이 될 수 있다. 만약 개인이 20년간 2~3%의 투자수익률로 5,000만원을 모은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매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이 2~3%를 보험사가 미리 할인해 준 값(물론 보험사가 걷은 보험료로 더 높은 운용수익률을 낸다면 이 수익은 보험사가 가져간다.)이다.

1년 후의 1만원보다 지금의 1만원이 더 큰 가치라는 건 시장의 상식이다. 매우 긴 기간 동안의 보험서비스 제공을 위한 약속에 보험료를 미리 받아두었으니, 그 시간의 가치만큼을 깎아주는 것이다.

할인 요소가 하나 더 있다면 ‘통계’다. 스무 살에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모두 20년 후 암에 걸리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겐 바로 다음 날이, 어떤 사람에겐 5년 뒤가 될 수 있다. 보험사가 보유한 통계는 스무 살이라는 모집단이 평균적으로 어느 시점에 암에 걸리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비교적 건강한 20대, 30대일수록 근 시일 내 암에 걸릴 확률은 낮다. 모집단의 보험서비스 발생 시점이 늦다면 이 또한 보험료를 할인해 줄 요소가 된다. 젊을수록 더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을 준비할 수 있는 이유다.

소득을 함께 따지자

사회초년생이라는 가정이다. 집도 사고 싶고, 차도 마찬가지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니 10년, 20년씩 다달이 내야 할 보험료는 당연한 부담이다. 일찍 가입한다고 보험료를 얼마 깎아준들 현재를 외면할 수 있을까. 미래의 위험보다 현재의 삶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가입하는 보험에 너무 높은 보험료를 내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보험료의 크기는 곧 보험서비스의 크기와 비례한다. 더 많이 낼수록 더 높은 보험금을 받거나, 더 많은 종류의 위험을 대비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보험료를 많이 내고 충분한 위험에 대비해 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휘는 허리를 다잡고서라도 어떻게든 보험료 납입을 완료할 각오라면 그 또한 응원하겠다.

하지만 대부분은 해지의 길목을 고민한다. 아무리 철밥통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도 해도 삶에는 다양한 위기가 도래한다. 그게 꼭 질병이나 상해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예측 가능한 위험이다.

보험사엔 ‘보험계약유지율’이라는 게 존재한다. 보험사별로 공시하는데, 처음 보험료를 납입한 시점 이후 3~5년이 지난 계약에서 보험사마다 50%가 넘는 계약유지율을 보이는 보험상품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너무 비싼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의 잘못도 있겠지만, 대등한 계약관계에 있는 보험가입자가 자신의 삶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개인마다 감당 가능한 보험료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사회초년생에겐 늘 기본 골조를 만들어 둘 것을 강조한다. 당장 내야 할 보험료의 크기는 줄이되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위험보장 금액을 만들어두라는 거다.

여유가 있다면 심각한 뇌질환이 발생할 걸 대비해 1억원의 보험금을 받는 보험에 가입해 두는 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에 따른 보험료를 납입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는 건 다른 문제다.

여기서 보통 고민이 하나 더 생긴다.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난다는데 80세, 90세 만기 또는 20년, 30년 만기 정도로 가입해 둬도 문제없겠냐는 거다. 만기 또한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다. 당연히 길수록 보험료도 비싸다. 보험료를 아끼려고 너무 짧은 보험 만기를 가져가도 될까.

보장범위와 보장기간에 대한 고민은 일단 접어두고, ‘당장 부담 가능한 보험료냐’에만 집중해도 된다. (이 또한 비교적 낙관적 전망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통상 소득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다가 은퇴 시점에서 꺾인다.

즉 지금보다 더 많이 벌 때 또 가입하면 된다. 소득이 커지면 그만큼 위험도 커지는 게 당연하다. 큰 위험 때문에 소득이 상실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생긴다면 당연히 그때 가서 보험도 좀 더 보충할 뿐이다.

시간이 지난 이후 보험을 추가 가입하는 장점은 또 있다. 보험은 글자로 보장의 형태를 결정하는 상품이다. 2024년에 가입한 보험이라면 2024년 이전의 위험으로 계약이 결정된다.

수술이라는 의료행위의 정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고, 수술의 방식도 끊임없이 발전한다. ‘생체의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행위’가 현재 보험에서 정의하는 수술이다.

체외에서 레이저로 고열을 가해 질병 조직만 파괴한다거나, 극소한 구멍을 뚫어 질병 조직만 빨아내는 거라면? 우리는 수술을 받았지만, 보험사는 수술로 보지 않을 수 있다.

약관이라는 보상행위를 열거한 계약서에 이미 사인한 우리에겐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당초 보험이라는 상품이 민원 발생에 취약한 이유다. 그래서 보험도 늘 발전한다. 그 속도에 맞추면 될 일이다.

첫 보험은 ‘실손’… ‘체증형’은 고려 대상

틀림이 없을 정도로 첫 보험 가입이라면 실손의료보험이 추천된다. 공보험(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줄인 의료비를 보완해 준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면 급여와 비급여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이 보장 대상이다.

이미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만큼 정부도 준조세 개념으로 볼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민생 영역이라 가격결정권의 대부분을 정부가 쥐고 있을 정도로 민간에서 가입할 수 있는 최고 ‘가성비’ 상품이란 의미도 된다. 우선 실손보험으로 실제 치료비와 입원·수술비 발생을 어느 정도 해결해 두고, 필요한 담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체증형’ 담보는 처음에 가입해 둔 보장금액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는 담보의 형태를 말한다. 매년 혹은 특정 연령에 보험금이 일정 비율로 상승한다. 실손보험과 달리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보험은 정액보험이다. 처음 가입할 때 약속한(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다 보니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고안된 상품이 체증형 담보다. 보험료를 좀 더 내더라도, 위험의 발생이 커지는 시기가 도래할 때 보험금을 더 늘려서 주겠다는 거다. 비싼 보험료로 당장 고액의 보험금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에겐 보험에 추가 가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험 가입은 그게 어느 시점이든 개인이 가진 위험량을 측정하고, 그 측정값에 대해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위험을 회피할지 감수할지 정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그 사이에서 정해진 방법은 없다. 우선은 계속 발생할 소득을 보수적으로 바라 보고, 보험의 다양한 형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게 올바른 시작이다. 물론 이 과정을 도와주는 직업이 바로 보험설계사다.


박영준(대한금융신문) 기자
기획 정아람 기자
발행 에프앤 주식회사 MONEY PLUS
※2024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