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어린이약 품절’ 재발하나… 10개 중 6개 공급부족 우려 [2024 국정감사]

정재영 2024. 10. 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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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 일시적으로 반복되는 어린이 의약품 품절 사태가 올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급중단 보고대상 어린이용 의약품 10개 중 6개가 공급부족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용 천식 및 알레르기성 비염치료제는 공급량 대비 청구량이 158%에 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2023~2024년도 어린이용 의약품 수급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일부 필수 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대한약사회를 통해 약국과 병원 등 현장에서 품절 사태가 우려되는 어린이용 의약품 중 생산·수입·공급중단 보고 대상 의약품을 선별한 자료를 대상이뤄 이뤄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뉴시스
특히 기침, 가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 약물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감기, 천식 등 어린이 환자들의 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시네츄라 시럽, 씨투스현탁정100㎎, 씨투스건조시럽, 삼아아토크건조시럽, 벤토린네뷸2.5㎎은 어린이 호흡기 질환 치료에 쓰이는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해당 의약품의 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시네츄라시럽’의 ‘공급 대비 청구(소비)량’은 2023년 1분기 106%, 2024년 1분기 107%로 2년 연속 공급량이 실제 소비량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투스현탁정100㎎’은 작년 1분기 108%에서 올해 1분기 158%로 급등해 소비량이 공급량의 1.5배를 웃돈다.

반면, ‘씨투스건조시럽’과 ‘삼아아토크건조시럽’은 공급량 대비 소비량이 56~77%로 안정적인 편이나, 이 품목들 역시 현재 도매추정 재고 수준이 5% 미만으로 매우 낮아 겨울이 오면 품절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 기관지, 천식 치료제인 ‘벤토린네뷸2.5㎎’의 ‘공급 대비 청구(소비)량’도 2023년 1분기 113%, 2024년 1분기 101%로 2년 연속 실제 소비량이 공급량을 초과했다. 이 제품은 국가필수의약품(질병 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환자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채산성이 없어 제조업자·위탁제조판매업자·수입자가 생산 또는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서 생산 또는 수입 원가의 보전이 필요한 약제를 관리)으로도 지정된 주요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품절 안내를 공지할 정도로 공급 부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8월부터 내년 4월까지는 해외 제조사 문제로 공급중단이 보고돼,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역시 어린이에게 중요한 의약품으로, 면역 체계가 미성숙한 어린이에게 호흡기 감염, 중이염 등을 조기에 치료하는 데 필수적이다. 보령메이액트정100㎎과 소아용 후로목스세립은 수급 불안정 문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보령메이액트정의 경우 ‘공급 대비 청구량’이 2024년 1분기 98%로 상승했다.

또 두드리진시럽과 유시락스시럽은 알러지 질환 치료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로 2020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영유아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약물이다. 그러나 두드리진시럽은 2024년 1분기 ‘공급 대비 청구량’이 110%, 유시락스시럽도 103%를 기록해 수급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아리도멕스로션은 소아의 피부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한 스테로이드제로, 2023년 1분기 100%, 2024년 1분기 101%로 2년 연속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재고가 낮은 상황이 장기화되며, 꾸준한 공급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용 의약품의 수급 불균형 문제는 저출생 현상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맞물리며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제약사들이 채산성이 낮은 어린이용 의약품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공급 불안정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동시에 제약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세계 여러 국가들은 글로벌 팬데믹 이후 의약품 공급망 확보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으며,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 ‘FDA 안전·혁신법(FDASIA)’을 도입해 포괄적인 의약품 공급 중단 관리와 보고 체계를 제도화했다. 또 코로나19 이후에는 필수 의약품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해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의약품 수급불안정 민관협의체’는 대한약사회 등 민간의 요청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여기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의원실은 지적했다. 일회성 대책에 그치면서 급격한 수요 증가나 특정 의약품의 공급 차질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선민 의원은 “국가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아 국가필수의약품, 퇴장방지의약품, 공급중단 보고 대상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들조차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용 의약품은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특별한 개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며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의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협의회를 주도하는 식약처가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응해야 한다”며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020년 36.5%에서 2022년 11.9%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필수 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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