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의 모든 것

길을 걷다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갑자기 화장실이 간절해지는 순간, 왱구님들 한 번씩은 다 있었을 거다. 그 순간 마침 근처에 화장실이 눈에 띈다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을 거다.

얼마 전 왱구님들께 공중화장실에 관한 질문들을 받았는데. ‘공중화장실은 왜 공중에 없는지’, 이건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은 최대한 찾아봤다.

특히 왱구님들이 이걸 가장 궁금해했는데, 상가 화장실은 왜 갈 때마다 항상 잠겨있을까?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가 화장실은 법적으로 개방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상가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지만, 개방화장실은 아니다.

공중화장실은 개인 화장실이 아닌 것들을 통틀어 부르는 개념이다. 그중에서도 개방화장실은 누구나 쓸 수 있게 열려있는 화장실을 뜻한다.

[한국화장실문화협회 백충엽 부대표]

공중화장실이라는 건 개인적인 게 아니고 여러 명이 쓸 수 있는 큰 범위의 개념이죠. 그중에서 개방화장실 공중화장실 중에서 누구나 쓸 수 있게, 지나다니는 사람도 쓸 수 있게 개방해야 된다고 법에 있어요.

인터넷상에선 주유를 하지 않아도 주유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주유소 화장실도 공중화장실은 맞지만, 개방화장실로 지정되어 있지 않으면 고객이 아닌 사람들에게 화장실을 열어줄 필요는 없다. 다만 도의적으로 열어주는 곳이 많은 것.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문화시설, 교육시설, 의료시설, 주유소 등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는 곳들이 많은데, 정확히는 설치만 의무다.

요 법률에 대한 유권해석을 따져봐도 건물이나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화장실을 제공(개방)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되어있다.

[한국화장실문화협회 백충엽 부대표]

주유소, 주차장 이런 데는 사유 재산인데 구청하고 협의해서 오케이 됐을 때만 (개방화장실) 지정할 수 있는데 난 개방화장실 안 한다 이거지. 우리 이용객만 쓰게 한다…

개방화장실은 주로 관공서 같은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건물 중 소유자와 지자체가 협의한 곳들에 있다. 개방화장실은 누구나 마음껏 쓸 수 있다.

대신 24시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자체와 건물주가 개방 시간을 정해서 열어둘 수 있기 때문.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길을 걷다 화장실이 급하면 5층 이상 건물로 가라는 꿀팁도 있다.

법적으로 5층 이상 건물은 반드시 한 층의 화장실을 개방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이건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이다. 그러니까 화장실이 급한 왱구님들은 고층 건물 대신 개방화장실이 설치된 관공서부터 빨리 찾는 게 낫겠다.

그런데 이런 개방화장실들은 관리가 어렵다.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건물에 대한 지원이 너무 적기 때문.

[한국화장실문화협회 백충엽 부대표]

이용객이 (화장실을) 부시고 가면 몇십만 원 들 수도 있잖아요. 고장 나거나 이런 걸 지자체에서 예산을 확보해서 복구해 준다 이렇게 해줘야 개방화장실이 많아지고 시민들이 편리해질 거 아니에요. 근데 그런 예산 지원이 현재까지는 약해.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개방화장실로 지정되면 지자체에서 비누와 휴지 등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그 외의 관리나 보수 등의 지원은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개방화장실을 만든 건물주도 다시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중화장실 관련 다른 궁금증도 팩트체크해봤다. 우선 남이 앉았던 변기에 앉아도 괜찮을까?

이 부분의 정식명칭은 ‘변좌’. 근데 변좌는 건조한 표면을 가지고 있어서 세균 서식이 어렵다고 한다. 비위생적인 느낌이 들어도, 세균 감염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

변기 물 내릴 때 뚜껑을 닫아야 하냐는 질문도 많았는데, 이건 사실이다.

실제로 물이 내려갈 때 세균이 에어로졸 형태로 튀는 걸 ‘변기 플룸 (Toilet Plume)’ 현상이라고 하는데, 비위생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변기 물을 마셔도 되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변기 물 자체는 수돗물이라 문제는 없지만 변기통 안에 일부 바이러스와 세균이 있으니 굳이…

한 가지 의외의 사실. 큰 거 보러 대변기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면 휴지통이 없는 곳이 많다.

법적으로 휴지통을 두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대변기 안에 화장지를 넣고 물을 내려야 한다.

화장실 밖 복도에서 남성 소변기가 너무 잘 보이는 곳이 많다는 질문. 이건 인권보다 공간 효율을 중시했던 과거 화장실 설계 관행의 결과다.

다행히 2017년 이후 만들어진 화장실엔 밖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해야한다는 규정이 적용됐지만, 그전에 조성된 화장실은 구조를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

아무튼 개방 화장실, 또는 선의로 열어둔 일부 공중 화장실. 모두 함께 쓰는 공간이니 최대한 청결하게, 매너를 장착한 채 이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