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보국’ 이건희 컬렉션… 워싱턴 갈라 디너서 한국 미술 알렸다

신연경 2026. 1. 2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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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순회 마무리 '갈라 디너쇼'
이재용 회장 비롯 삼성 일가 참석
이건희 선대회장 강조 '문화보국'
작품 기증 토대 사회공헌 철학 소개
미 정·재계 인사들과 네트워크 다져

조선시대 서화 '인왕제색도'부터
케데헌 유명 병풍 '일월오약도' 등
왕실 불교 신앙 담은 '월인석보' 공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KH) 컬렉션'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개최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의 첫 번째 '한국의 보물 :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전시가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15일 개막에 내달 1일 폐막을 앞둔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 회장의 기증품 가운데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 172건, 297점을 선보였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인 실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의 '인왕제색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왕의 자리 뒷편에 놓았던 병풍 그림 '일월오악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작품을 들여다보면, 조선시대 서화로는 실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의 '인왕제색도', 선비들의 사랑방과 수집 문화를 보여주는 '책가도', 내면의 정신세계까지 그려낸 이명기의 '조항진 초상', 자연의 섭리를 담은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이 전시됐다. 아울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조선시대 왕의 자리 뒷편에 놓았던 병풍 그림 '일월오악도'와 한글의 역사와 예술성 및 왕실 불교 신앙을 보여주는 '월인석보'가 공개됐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전통을 넘어서 격동의 20세기 한국의 역사를 반영하는 근·현대 대표 미술작품 등 24점이 출품됐다.

박수근 '농악'(1960년대), 이응노 '구성'(1964), 김환기 '산울림'(1973) 등 거장의 작업을 비롯해 3.7m의 8폭 병풍 백남순 '낙원'(1936년), 6.4m에 달하는 7폭 연작 김병기 '산악'(1967), 이상범 '금강산14승경첩'(1930년대), 채용신 '노부인초상'(1932), 변관식 '금강산 구룡폭'(1960년대) 등 근현대 걸작이 관객과 만났다.
 
'한국의 보물 :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전시에 출품된 김환기 작가의 '산울림'.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의 보물 :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전시에 출품된 백남순 작가의 '낙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앞서 2021년 4월, 故 이 회장의 유족은 고인의 수집품 중 약 2만1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1천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눠 기증했다. 두 기관은 지난 4년간 기증의 뜻을 기려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 모두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전시는 K-Pop,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가 전 세계의 인기를 휩쓴 만큼, 미국 관람객들이 K-컬처의 원형을 찾아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과 현대미술을 재발견하는 자리라는 평가다.
 
이재용 회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미 아우른 디너 행사

삼성은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Arts and Industries Building)에서 '이건희(KH) 컬렉션' 첫 해외 순회 전시의 마무리를 기념하는 갈라 디너 행사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총수 일가가 출국길에 올랐으며, 이재용 회장이 갈라행사에서 직접 환영사를 통해 이 선대회장의 '문화보국(文化報國)' 정신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 주요 정·재계 인사들과의 북미 네트워킹을 견고히 다졌다.

스미스소니언 갈라 디너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포함한 미국의 정·관계 인사, 글로벌 기업 경영진, 문화계 인사 등 총 250여 명이 자리했다.

정관계에서는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과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팀 스콧·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앤디 킴 민주당 상원의원, 웨스 무어 메릴랜드주 주지사, 강경화 주미 한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CEO,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 등이 함께했다. 루디 B 미킨스 시니어 등 6·25 참전용사 4명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체이스 로빈슨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도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회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6·25 참전용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에서는 이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을 비롯한 삼성의 주요 사장단이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특히,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은 귀빈들에게 이건희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미술품 기증의 토대가 된 사회공헌 철학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6·25 전쟁 등의 고난 속에서도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며 "홍라희 명예관장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하는 데 헌신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갈라 디너를 주최한 삼성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순회전이 한미 양국의 상호 유대 및 번영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앤디 킴 의원은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연대는 삼성 같은 기업들의 투자와 양국의 협력 덕분에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면서 "전국의 미국인들이 삼성가가 이 곳으로 가져온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웬델 윅스 회장은 "삼성 일가의 공헌은 삼성과 한국을 훨씬 뛰어넘어 뻗어있다. 이번 전시는 삼성 일가의 창조를 향한 열정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 열정은 대를 이어 전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전시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며 "미국과 한국의 국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6·25 전쟁에 참전했던 영웅들을 이 자리에 모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당시 3만6천명이 넘는 미국 참전용사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처럼 번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의 첫 번째 '한국의 보물 :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전시가 진행된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일 최다 관람객 3천500명 관심

미국의 수도이자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도시인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에는 6만1천여 명이 다녀갔으며 1월 중순 기준 일 평균 관람 인원은 874명으로 증가 추세다.

이는 기존 스미스소니언에서 열렸던 유사한 규모의 전시회 관람 인원 대비 2배 이상이며, 스미스소니언 측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의 공휴일인 '마틴 루터킹 데이(매년1월 셋째주 월요일, 올해는 1월19일)'에는 일 최다 관람객인 약 3천500명이 전시회를 방문했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대해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한국 미술전"이라며 "1천500년의 역사를 아우르는 전시"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으로 기획,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여한 소장품으로 이뤄졌다. 전시 및 도록 원고 집필에도 두 곳의 학예연구직이 참여했다.

'KH컬렉션 글로벌 순회 전시'는 이번 스미스소니언 특별전에 이어 오는 3~7월 미국 시카고미술관,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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