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포용 차별적" 서금원, 용어 바꾼다
"고객과 수평적 관계" 김은경 원장 의지, 내부 우선공모
서민금융진흥원이 정책금융을 설명할 때 쓰는 '서민'과 '포용' 등 단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용어가 시혜적 시각에서 평등하지 않은 뜻을 내포한다는 판단에서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과 같은 정책금융상품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은 내부적으로 '서민' '포용' 등 용어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선 공모형식으로 서금원 내부직원에게서 관련 아이디어를 취합할 예정이다. 용어변경엔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신용회복위원장 겸임)의 의지가 담겼다. 지난 1월 취임한 김 원장은 평소에도 '서민' '포용'과 같은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직원들에게 공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서민'(庶民)은 어원적으로 차별적 의미가 내포됐다는 지적이 있다. '서'는 서자나 서얼에서도 사용된다. 본래 한자는 '여럿'을 뜻하지만 서자나 서얼에서 쓰일 때는 '곁가지'라는 의미다. 또 서민이라는 단어는 정치인이나 엘리트가 대중을 '보살피고 구제해야 할 대상'으로 타자화한다고 볼 수 있다.
'포용'도 시혜를 베푼다는 공급자 입장의 단어라는 비판을 받는다. 포용은 기본적으로 '남을 너그럽게 감싼다'는 의미다. '포용금융'이라고 표현하면 자칫 정책금융상품이 사회가 베푸는 너그러운 관용처럼 비칠 수 있다.
'서민'이나 '포용'이라는 단어가 바뀌면 이와 관련된 정책금융 상품명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서금원은 정책금융상품의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표적으로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이 있다. 이 상품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국민의 생계비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이다.
다만 상품명이 길다는 지적이 있었고 현장에서도 '불사예대'로 줄여서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원은 '불법사금융 대신 이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더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 중이다.
'서민'이라는 표현이 달라진다면 장기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라는 이름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서금원의 이름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에 명시돼 법개정 없이는 쉽게 바꿀 수 없다.
서금원 관계자는 "'서민' 등 단어가 어감이 좋지 않아 내부적으로 공모해 바꿔보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서금원을 이용하는 고객과 더 수평적 관계를 맺자는 김 원장의 철학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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