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피부 검사로 조기 발견할 수 있어

피부 샘플 검사로 진단 초기일 때도 발견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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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서 채취한 샘플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으며, 그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공식 학술지인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이란 무엇인가?

파킨슨병 또는 파킨슨씨병(Parkinson’s disease)이란, 뇌간 중앙에 위치한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돼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게 나타나는 뇌 질환이며, 뇌졸중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약 10만 6천 명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 약 12만 명으로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전병이라는 인식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전체 환자의 약 5%~10%만 유전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 뚜렷한 발병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으로 나타난다. 발생 원인으로 지적되는 요소로는 특정 중금속이나 유해 화학성분에의 노출, 그리고 머리 부분에 손상을 겪는 경우가 지적된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몸이 떨리거나 근육이 뻣뻣해지고, 동작이 느려지는 등 움직임 측면의 문제가 나타나거나, 상체가 기울고 균형을 잡기 어려워하는 등 신체 밸런스상의 이상 증상을 보인다. 진행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점차 걸음을 걷는 것도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의 지장으로 이어진다. 또한,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 중 사고 능력 저하 및 치매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증으로 진행되더라도 파킨슨병 자체가 사망의 원인이 되지 않지만, 다른 내과적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 순환기, 호흡기 등 신체 전반에 걸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치명적인 병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발표된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eurology』에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 10년간의 파킨슨병 진단 환자에 대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이 분석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사망률은 47.9%, 병이 없는 대조군은 20.3%로, 파킨슨병 환자의 사망률이 27.9%p 더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는 파킨슨병이 전반적인 신체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심혈관계 등 주요 체계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피부 생체검사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세포 사이의 신경 전달을 돕는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신경 세포에 축적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외에도 다계통 위축증(MSA), 루이소체 치매(DLB)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현상으로, 이들을 포괄해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특발성 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알파 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의 이상적인 응집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은 밝혀진 셈이다.

이번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 중 하나를 진단 받은 428명을 대상으로, 목과 무릎, 발목 등에서 3mm 피부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진단 환자의 90% 이상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검출됐다.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환자 그룹의 93%, 루이소체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그룹의 96%, 다계통 위축증을 진단 받은 환자 그룹의 98%에 해당하는 결과다.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이 없는 건강한 사람의 피부 검체에서는 3%만 비정상 단백질이 발견된 것과 대조하면, 매우 높은 적중률로 병증을 발견할 수 있는 셈이다.

파킨슨병을 비롯한 알파 시누클레인 병증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린 축에 속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진단 초기에 해당하는 환자에게서도 비정상적인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밝혔다. 즉, 증상이 미미한 초기 환자의 경우도 피부 샘플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비롯한 병증을 조기에 진단해낼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퇴행성 뇌 질환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경우도 있지만, 치료가 가능하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비극이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주요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과 정복에 유의미한 한 걸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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