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지분 인수가 임박한 가운데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생가를 방문했다. 두 창업주는 각각 구 전 부회장의 외조부와 친조부다. 기업의 정체성을 등지고 매각에 합의한 현 아워홈 오너 경영진을 비판하려는 의도와 함께 잔여지분 방어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최근 둘째언니 구명진 씨와 함께 외조부, 친조부의 생가를 찾았다. 명진 씨의 남편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구인회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다. 구 전 부회장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이러한 현장사진을 올리며 '선대의 철학과 신념은 시대를 넘어선 가치'라고 썼다.
구 전 부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삼남이자 아워홈 선대회장인 고 구자학 회장과 이병철 창업주의 차녀인 이숙희 씨의 1남3녀 중 막내딸이다. 고 구 회장은 아워홈을 세운 뒤 사명을 따라 ‘우리집’처럼 운영해나가라는 의미로 1남3녀에게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줬다. 그러나 아워홈 사남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0여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지난해 이사회를 장악한 장남·장녀 연합은 보유지분 전량(58.62%)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에 2번에 걸쳐 넘기기로 했다. 올해 2월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은 이르면 이번주 중 1차 딜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선대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한화그룹에 편입될 기로에 선 아워홈의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기업이념을 거스르는 행보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것이다. 앞서 그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장녀인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회장) 등 매각을 추진 중인 경영진을 향해 “방만한 경영”이라고 목소리 높인 바 있다.
삼녀인 구 전 부회장과 차녀인 명진 씨는 매각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당초 아워홈 정관을 근거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거나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련된 움직임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1차 거래에서 지분 50.62%(7500억원 규모)를 인수하고 잔여지분 8%는 2년 뒤에 매수할 예정이다. 다만 명진·지은 자매가 합산 지분 40.3%를 가진 이상 이들의 감시와 견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화 측이 지분 과반을 확보하면 유상증자를 실시해 추가 지분 확대를 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지분율을 67%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는 상법에서 정한 주총 특별결의 요건으로, 주총 안건 단독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 시 걸림돌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 정관상 유상증자는 일반결의 요건으로 출석주주의 의결권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이고 출석주주 과반수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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