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유통공룡의 탄생]①월마트, 오프라인 코인 결제 앞당길까

법정화폐와 가치가 1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가상자산과 금융시장을 달구는 화두로 자리잡은지 1년이 지났다. 이제는 코인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를 넘어, 어떤 기업들이 코인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지 주목해야할 시기다. <블로터>는 이미 제품 혹은 판매채널을 확보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용으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국내외 대형 유통기업들을 조명하고 이들의 관련 사업 현황을 짚어봤다.

▲ (사진=월마트)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상자산 투자를 넘어 실물 경제의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방대한 오프라인 거점과 결제 데이터를 보유한 유통 기업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용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평가된다. 그 중심에는 연간 매출이 1000조 원(약 7600억 달러)을 상회하는 세계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가 있다. 전 세계 2억8000만 명의 고객이 매주 이용하는 월마트의 결제 인프라에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될 경우 전세계적 결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이미 자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발표했지만 아직 공식 출시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 대신 핀테크 자회사 ‘원페이’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 및 결제 연동 서비스를 실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코인 결제 시대를 현실화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해석된다.

수조 원대 카드 수수료 절감과 즉각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

현재 월마트 매출의 약 68~70%는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며 주요 판매 품목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이다. 월마트는 ‘매일 저렴한 가격’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구해왔지만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카드사에 지불하는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수수료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월마트 비현금 결제의 70% 이상이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수수료율은 평균 1.5~3.5% 수준이며 원화로는 수조원에 달한다.

월마트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이처럼 큰 액수의 카드 결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는 금융 중개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수수료를 사실상 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낮아진 수수료는 고스란히 월마트의 수익으로 남고, 이는 고객 혜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또한 기존 카드 결제가 정산까지 수일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수 초에서 수 분 내 정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확보된 현금을 즉시 재고 확보나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자본 회전율 역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충성도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월마트는 이미 자체 결제 서비스인 ‘월마트 페이’를 통해 QR 기반 결제 환경을 구축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하고 절감된 수수료 일부를 할인이나 적립 형태로 환원할 경우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효과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원페이 통합과 코인 결제 활용도가 대중화의 관건

코인 결제의 가장 큰 장벽은 불편함이다. 코인 거래소에 가입해 코인을 사고, 이를 보관할 지갑을 설치해 코인을 전송하고, 암호 문구를 저장해두는 등 어렵고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제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핀테크 자회사 원페이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상자산 서비스를 구축했다. 지난 1월부터 원페이 앱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15종 이상의 가상자산을 매매하고 보관할 수 있으며 월마트 페이와의 계정 통합도 완료된 상태다.

월마트의 원페이 앱/사진=원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원페이와 월마트페이를 연동해두면 외부 거래소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고도 원페이 앱 내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직접 구매하고 보유할 수 있다. 고객이 원페이 앱 안에 코인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결제 시 해당 코인이 직접 차감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의 터치로 실시간 달러 잔고로 자동 전환된 뒤 결제가 이뤄진다. 이 과정은 사용자 입장에서 환전이나 변환 과정을 거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설계돼 있다.

그렇다면 고객들은 코인 결제를 통해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이미 월마트는 원페이를 통해 캐시백 중심의 결제 생태계를 구축해두고 있다. ‘원페이 캐시리워드 카드(마스터카드 기반 직불·리워드 카드)’를 이용하거나 월마트 페이로 결제할 경우 월마트 플러스 회원은 최대 5%, 일반 회원은 3%의 캐시백을 즉시 제공받는다.

만약 월마트가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게 된다면  별도의 환전 과정을 인식하지 않고 기존 카드 결제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과 동일하게 최대 5% 수준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인 예치(스테이킹)기능과 결합된다면 코인을 원페이에 보관하는 것 만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도 높다.

‘월마트 효과’…오프라인 결제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 가능성

시장에서는 월마트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단순한 기업 차원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유통 전반으로 확산되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월마트와 같은 초대형 유통 기업이 결제 방식을 전환할 경우 협력업체와 납품업체, 물류 기업 등 공급망 전반이 동일한 결제 인프라를 채택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유통사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 경우 코스트코,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 다른 유통 기업들도 비용 절감과 데이터 확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카드사 중심의 기존 결제 시장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국가 간 결제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한 월마트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해외 공급업체와의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전 비용과 송금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결제 혁신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금융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월마트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언제 공식 발행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원페이를 통한 가상자산 결제 연동이 먼저 시장에서 검증을 받는 단계로 보인다.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이른바 ‘월마트 코인’이 등장하며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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