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노인 학대 36% "배우자가 때렸어요"… 돌봄부담 줄일 사회적 관심 필요

고령사회의 그늘, 노인학대 증가
해마다 노인 학대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수원시 장안구 장안공원에 한 노인이 쓸쓸히 앉아 있다. 임채운기자

국내 2025년 총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마다 노인 학대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어사 경각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도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18만5천388명으로 전체(1천365만4천710명)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지난해 5월(204만8천245명)과 비교하면 1년새 6.69%에 달하는 13만7천143명이 증가했다.

2022년 5월 '고령사회' 된 경기도
노인학대 증가세… 작년 1천680건
대부분 학대자와 동거가정서 발생
여성 피해자가 남성보다 3.3배 ↑

도의 경우 2022년 5월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14.2%인 192만9천여 명을 기록하면서 처음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된다.

이처럼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인학대 피해 건수가 늘고 있어서 관심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노인보호전문기관의 ‘경기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학대 사례는 지난 2019년 914건에서 2020년 1천192건, 2021년 1천431건, 2022년 1천569건, 2023년 1천68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인학대는 노인복지법 제1조의2에 ‘노인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방임을 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유형은 학대가 발생한 공간에 따라 ▶가정학대 ▶시설학대 ▶기타로 나눠진다.

가정학대는 노인과 동일가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배우자, 성인 자녀 등 가족구성원뿐 아니라 같은 집에서 거주하지 않는 부양의무자 등 친족에 의한 학대를 말한다. 시설학대는 무료나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요양원, 양로원 등 시설에서 시설관련 종사자에 의한 발생을, 기타는 가정이나 시설 외 공간이나 기타 학대 행위자에 의해 발생하는 것을 정의한다.

문제는 학대가 주로 가정에서, 함께 거주하는 가족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올해 1~2월 기준 도내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246건 중 가정에서 214건, 시설에서 32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학대로 결정된 1천680건 중 1천451건(86.4%)도 가정에서 이뤄졌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난 4월 발표한 ‘노인학대 실태 및 재학대 대응방안 연구보고서’에도 학대행위자와 동거하는 경우, 가정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19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발생한 학대사례 1천50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노인의 77.2%(811명)가 여성으로 22.8%(239명)인 남성보다 3.3배 더 많았다.

행위자와 동거하는 경우는 843명(80.3%)이었고, 피해노인의 건강수준은 주관적 판단으로 건강치 못함 84.4%, 치매 의심 11.7%, 치매 진단 있음 10.4%, 알코올 사용 장애 있음 1.4%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는 1천50명 중 남성이 833명(79.3%)으로, 여성 217명(20.7%)에 비해 3.8배 많았다.

가족돌봄·간병에 지쳐 학대 발생
요양보험 급여 '문제 중심' 확대
센터 등 사회서비스 체계 개편해야

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노인 학대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7천 건을 넘어섰고, 노인을 학대하는 행위자(가해자) 3명 중 1명 이상은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2023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도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2만1천936건 중 32%인 7천25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학대 건수는 전년(6천807건)보다 3.2% 증가했다.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6천79건(86.5%)으로 절대적으로 많았다. 학대 행위자도 배우자가 2천830건(35.8%)으로 가장 많았고 아들이 2천80건(26.3%)으로 뒤를 잇는 등 가족에 의한 학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노인 부부끼리 사는 가구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며, 노인 간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돌봄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노부부가 오래 같이 살면서 배우자를 돌보거나 간병하다가 지쳐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소득 기준으로만 나눌 것이 아니라 문제 중심으로 요양보험 급여를 확대하거나 센터, 프로그램 등 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연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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