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pot
잭팟은 늘 예상 밖에서 터진다. 모든 구단이 아시아쿼터로 투수를 택하던 비시즌, KIA 타이거즈만은 다른 길을 걸었다. 유일한 야수 아시아쿼터, 연봉 상한 20만 달러. 박찬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에 대다수는 물음표를 던졌지만,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기까지는 채 스무 경기가 필요치 않았다. KBO리그 외국인 타자 데뷔 이후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에 도전할 정도로 뜨겨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제리드 데일의 이야기다. 잭팟은 단순한 행운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데일은 자신을 품어 준 도시를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찾아보고, 그 안에서 자신을 연결하길 원한다. 비로소 이것이, ‘데일 지터’가 빛고을에 잭팟을 터트린 내면의 이유가 아닐까.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Daeeun Park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한국 팬분들께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소개 부탁해요! (4월 16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제리드 데일이고, KIA 타이거즈에서 유격수를 맡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허슬 플레이를 추구하고요. 2023년, 그리고 2026년에 개최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는 호주 국가대표로 뛰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팬들이 응원 댓글을 남기는데, 체감하고 있어요?
KIA에 합류한 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크게 늘었어요. 팬분들이 응원 메시지를 수없이 보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번역기를 돌려서라도 모든 댓글이나 DM을 확인하려고 해요. 팬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하시고 응원을 보내 주셔서 매우 놀랐습니다.
아까 촬영 때 통역이 관심받는 걸 즐긴다고 귀띔해 주던데, 평소에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일본 캠프에서 진행했던 프로필 촬영이 첫걸음이었어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오늘 촬영한 사진도 챙겨 볼게요.

#사상 첫 아시아쿼터 야수
KBO리그에 관해서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요?
아버지가 메이저리그(이하 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아시아 지역 총괄 스카우트라, 아버지를 통해 아시아 야구, 특히 KBO리그에 대해서 익히 들었습니다. 그래서 KIA에 합류하기 전부터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죠.
KIA 타이거즈에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때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작년에는 일본 프로야구(이하 NPB) 2군에서 뛰었어요. 시즌을 마칠 때까지 1군 콜업을 받지 못해서, 어디를 가더라도 1군에서 활약하는 게 돌아올 시즌의 목표였고요. 그럴 때 마침 KIA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KBO리그의 1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게 돼 정말 기뻤어요.
아시아쿼터 선수 중 유일한 야수라는 사실에 부담은 없었을까요?
부담감보다는 팀과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셨다는 데 감사함을 느껴요. 그에 보답하기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매일 최선을 다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페이스가 쉽게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빠르게 반등한 배경이 궁금해요.
한국 투구 패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야구에도 사이클이 있다 보니 잘 풀리는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반복해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일정한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죠. 그리고 감독을 비롯한 모든 코칭스태프는 물론, 양현종, 김선빈, 나성범 같은 베테랑 선수들도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개막 이후 현재까지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이어 가며(인터뷰 시점 기준 14경기) 주목받는 중인데 의식되는 부분도 있나요?
원래는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연속 경기 안타에 관해 워낙 많이 얘기하다 보니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에 초점을 두고 싶어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타석에서는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뛰어난 활약 덕분에,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인 데릭 지터의 이름을 본딴 ‘데일 지터’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처음 들어 보는 별명이네요. (웃음) 근데 데릭 지터는 제가 야구를 막 시작했던 어린 시절부터 경기 영상을 챙겨 봤을 정도로 놀라운 선수라서요. 별명을 지어 준 팬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KBO리그에서 새로 달성하고 싶은 또 다른 기록이 있어요?
개인 기록보다는, KIA 타이거즈의 우승이라는 기록을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믿거든요. 꿈을 향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입단 후 먼저 다가와 준 동료가 있나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베테랑 선수들이 누가 먼저다 할 것 없이 도와줬고요. 어린 선수들하고도 얘기를 자주 나눠요. 모든 선수가 다가와 줬기 때문에 특정한 누군가를 꼽기가 어렵네요. 하나의 공동체로 끈끈하게 묶인 놀라운 팀이라고 느꼈습니다.
회식에서 먹은 한우와 돼지고기는 맛있었던 반면, 산낙지는 선호하지 않는다고요. 마침 광주가 한식이 맛있기로 유명한데, 최근에 새로 접한 한식이 있어요?
산낙지는 그렇게까지 별로였다기보단 너무 생소해서 힘든 거였어요. 다시 도전해 볼 만한 음식인 것 같고요. 새로 접한 한식이라면… 돌솥비빔밥도 좋아하는데, 그건 이미 호주에서도 먹어 본 경험이 있어서 새로운 음식까진 아니네요.
한우를 먹을 때 특별히 좋아하는 부위가 있어요?
음식점에 가면 결정권을 전적으로 통역에게 맡겨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거든요. (통역: 비싼 걸로 시켜요. (소근))
KIA의 외국인 선수 4명이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제임스 네일, 애덤 올러, 해럴드 카스트로는 어떤 선수인가요?
네일과 올러는 작년에도 한국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로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카스트로는 빅리그 경험이 풍부하고, 대가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지혜를 얻곤 합니다. 항상 현명한 이야길 해 주는 지혜로운 선수예요. (외국인 동료들에게 본인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저는 어린 편이라서, 진지해지기보단 함께 장난치고, 농담하면서 놀 수 있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아버지인 필 데일이 김도영을 두고 ‘MLB 포스팅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어요. 동료로서 바라본 김도영은 어떤 선수인가요?
김도영은 제가 현재까지 본 가장 뛰어난 야구선수 중 한 명이에요. 타격하는 걸 보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더라고요. 특히 어제 김도영이 만루홈런을 날렸을 때 제가 3루에 있었거든요. 그 타격을 가까이서 보는데, 정말 반했습니다. 타구가 날아간 왼쪽 담장을 한참이나 바라봤어요.

KBO리그만의 특별한 응원 문화를 겪어 봤잖아요. 본인만을 위한 응원가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타석에서 큰 힘이 됐고요. 팬들의 놀라운 응원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잖아요. (등장곡을 한국 노래로 선택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요?) 한국에 오면서, 한국 팬들과 정서적으로 더욱 깊이 연결되고 싶었어요. 팬들이 좋은 노래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평소의 취미가 궁금해요.
광주에 있을 때는 혼자서, 혹은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해요. 지난 휴일에는 네일과 올러를 만나 ‘그로어스 상무’라는 맛있는 브런치 가게에 갔어요. 저녁에도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으려고 하고요. 그리고 휴일에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재충전하는 시간이 제일 중요한 일정이에요. 혹시 미용실 정보도 필요할까요? (웃음) ‘클래시 헤어’라는 곳입니다. 여하튼 움직임이 잦은 포지션을 맡다 보니 너무 많이 움직이지도, 지나치게 쉬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쇼핑하러 가거나, 산책할 때도 있고요.
한국에서 지내며 야구 외적으로 특별히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한국, 특히 광주의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광주가 음식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도시라고도 들었거든요. 역사에 관한 장소를 찾아 배우면서 이 도시의 정취를 한층 깊이 느껴 보고 싶어요.
원래 역사 공부에 관심이 있었나요?
평소에도 관심이 가는 분야였어요. 일본에 있을 때도, 다른 나라나 도시를 방문하면 역사에 관련된 장소나 박물관을 찾았어요. 그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더 이해하고자 합니다. (가이드로 데려가고 싶은 동료가 있다면요?) 아마도… 성범? 베테랑이고, 역사에 관해서도 잘 알 것 같아서요.
반대로, 한국에서 여행 혹은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호주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추천하는 호주 명소나 음식이 있어요?
호주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가 유입돼 형성된 국가예요. 그래서 호주만의 특별한 음식이 있기보다는,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이 융합돼 누가 먹더라도 편히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많습니다. 아, ‘세븐일레븐’에서 미트파이를 먹어 보시길 바라요. 추천 명소로는, 호주는 어떤 해변가를 가도 멋있는 사진을 남길 수 있는데요. 제가 멜버른 출신이기 때문에, 멜버른에 있는 ‘세인트 킬다 해변’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시길 추천합니다.

#태어나보니 야구선수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야구선수를 하셨고, 두 친형도 야구를 했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야구를 시작했어요. 그런 야구 집안을 뒷바라지해 주신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도 크고요.
유격수는 어떻게 선택한 건지 궁금해요.
아버지가 투수 출신이라, 원랜 제게도 투수를 먼저 시키셨어요. 근데 재능이 부족했죠. 그래서 시키신 게 유격수인데,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유격수를 잘하면 다른 포지션엔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렸을 땐 살던 집의 뒤뜰에서 데릭 지터를 따라 하곤 했어요. 울타리에 공을 던지고 받던 기억이 납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예요.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과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포지션이 있다면요?
유격수를 가장 선호하긴 하지만, 1루와 2루, 3루도 문제 없이 맡을 수 있어요. 사실 다른 팀은 더욱 다양한 내야 유망주에게 기회가 돌아가는데, KIA는 저로 인해 기회가 한정될 수도 있잖아요. 팀을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이 유격수로 뛰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걸 위해 제가 다른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면 충분히 기쁜 일이라고 봐요. 팀이 절 필요로 한다는 거니까요. 얼마 전에 감독님과도 이와 같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려운 포지션은… 글쎄요, 아마 외야수? (하하)
야구인 집안인데 아버지와는 주로 야구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제가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아버지가 선을 지켜 주시는 느낌이에요. 야구장에 있을 때는 오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거든요. 제가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일상에서도 야구를 벗어난 다른 주제로 이야길 해 주는 편이세요.

#호주를 대표하며
호주 야구 리그(이하 ABL)에서 뛰었던 한국 선수들이 꽤 많았죠. ABL에서 활약할 당시 인상 깊었던 한국 선수가 있었나요?
다른 팀 소속 선수들은 가물가물한데, 호주 리그에서의 경험이 있는 박민, 김규성과는 호주에서의 경험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방금 언급한 박민, 김규성을 포함해 KIA에는 윤도현, 정현창 등 잠재력을 지닌 젊은 내야수가 많아요. 주목하는 선수가 있나요?
언급해 주신 모든 선수가 뛰어난 재능을 지녔어요. 정현창은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수비와 간결한 스윙을 가지고 있어 빠르게 성장할 거예요. 박민도 수비가 뛰어나고, 김규성 역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죠. 윤도현은 스프링캠프에서의 홈런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도 나고요. 베테랑 김선빈을 필두로 유망한 내야수들이 잘 자라나고 있다고 느껴요.
지난 2026 WBC에서 호주가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줬어요. WBC에 대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에 패배했지만, 한국이 워낙 재능 있는 팀인 만큼 호주가 강한 팀을 상대로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호주 대표팀은 점차 어린 선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저 역시 그에 맞춰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국가대표로서, 호주 야구가 앞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이전보다 호주 대표팀이 젊고 강해졌어요. 그리고 마침 KBO가 올해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적용하며 호주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잖아요. 이에 대해 다른 호주 선수들과도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선수들이 MLB뿐만 아니라, 아시아 리그에서 성장한 다음 대표팀에 합류하면 한층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호주 리그는 물론, 2025시즌에는 일본 프로야구의 오릭스 버팔로스에서도 경험을 쌓은 바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본 마이너리그, ABL, NPB, KBO는 각각 어떤 특징이 있나요?
미국 마이너리그와 ABL은 힘을 중시합니다. 흔히 말하는 빅볼 야구를 추구하죠. 반대로 한국이나 일본 야구는 디테일에 더 집중하는 측면이 있어요. 번트 수비와 같은 것들이죠. NPB와 KBO리그 사이에서도 선호하는 디테일이 조금 다르다고 느끼긴 하지만요.
‘야구선수 제리드 데일’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어떤 야구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 우승이라는 목표밖에 없어요. KIA가 우승할 때, 저도 이 팀의 일원이었다는 걸 팬들의 기억 속에 남길 수 있길 바라요.
끝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하고 싶은 말 전하며 마치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구장에서 보여 주시는 에너지를 항상 느끼고 있어요. KIA가 우승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파이팅!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1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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