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보다 50배 많았다.." 한국인 대부분이 존재조차 몰랐던 발효균 폭탄 음식

김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지만 발효균이 많은 음식이 꼭 김치뿐인 것은 아닙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는 유산균과 효모, 바실러스균처럼 서로 다른 미생물이 관여하는 발효식품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제품과 숙성 방식에 따라 살아 있는 미생물의 수와 종류도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김치보다 정확히 50배 많다’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발효식품 가운데 미생물 다양성이 특히 눈에 띄는 음식들은 분명 있습니다.

케피어

케피어는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다는 점에서는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만드는 방식은 꽤 다릅니다. 일반적인 요거트는 몇 종류의 유산균을 이용해 발효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케피어는 ‘케피어 그레인’이라는 덩어리 형태의 종균을 사용합니다. 이 안에는 여러 종류의 유산균뿐 아니라 효모까지 함께 존재해 보다 복잡한 발효가 일어납니다.

이 때문에 케피어는 단순히 신맛만 나는 발효유와는 맛과 향도 조금 다릅니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젖산과 여러 유기산이 만들어지고, 효모의 작용 때문에 약한 탄산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묽은 요거트처럼 마실 수 있어 아침이나 간식으로 활용하기도 쉽습니다.

케피어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미생물의 다양성입니다. 유산균 한두 종류가 아니라 여러 균이 함께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발효 대사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서도 케피어의 미생물 구성과 장내 환경의 관계가 꾸준히 조사되고 있으며, 일부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특정 장내 유익균의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케피어 한 잔을 마셨다고 장내 유익균이 그대로 정착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음식으로 섭취한 미생물 가운데 상당수는 장을 일시적으로 통과하고, 실제 장내 환경은 평소 먹는 식이섬유의 양이나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같은 요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케피어는 장 건강을 위한 여러 식품 가운데 하나로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당류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맛이나 디저트형 케피어에는 설탕이나 시럽이 많이 들어갈 수 있어 발효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이 마시면 오히려 당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무가당 제품을 선택하고, 처음 먹는 사람은 적은 양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또 같은 케피어라도 살아 있는 균의 양은 제조 과정과 보관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발효 후 가열 처리를 거쳤다면 살아 있는 미생물은 크게 줄어들 수 있고, 냉장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균의 구성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케피어’라는 이름만 보기보다 살아 있는 배양균이 포함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템페

템페는 인도네시아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온 콩 발효식품입니다. 삶은 콩에 특정 곰팡이균을 접종해 발효시키면 콩 사이사이에 흰 균사가 자라면서 여러 알의 콩이 한 덩어리로 단단하게 붙습니다. 겉모습은 두부와 비슷해 보이지만 만드는 원리와 맛, 식감은 상당히 다릅니다.

템페 발효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리조푸스 계열의 곰팡이입니다. 이 미생물이 콩을 발효시키면서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일부를 분해하고, 콩에 들어 있던 여러 성분의 형태도 변화시킵니다. 덕분에 생콩이나 단순히 삶은 콩과는 다른 향과 고소한 맛이 만들어집니다.

템페가 흥미로운 이유는 발효균 자체보다 발효 과정에서 콩의 영양 특성이 달라진다는 점에도 있습니다. 콩에는 원래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발효가 진행되면서 일부 항영양 성분이 감소하고 특정 영양소의 이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템페는 단순한 ‘균 많은 음식’이라기보다 발효된 단백질 식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큽니다.

또 템페는 고기를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늘리려는 사람에게도 활용하기 좋습니다. 얇게 썰어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단단한 식감이 살아나며, 볶음이나 샐러드, 덮밥에도 넣을 수 있습니다. 두부보다 씹는 맛이 강해서 고기 대신 넣어도 만족감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다만 템페를 살아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식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먹을 때는 대부분 팬에 굽거나 볶는 방식으로 충분히 가열하기 때문에 발효 과정에 참여했던 미생물 상당수가 열에 의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러 대사산물과 콩 자체의 영양소는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템페를 먹을 때는 진한 소스나 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간장이나 식초, 후추 정도로 간단하게 맛을 내고 채소와 함께 볶으면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합니다. 발효식품이면서 단백질과 식이섬유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템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워크라우트

사워크라우트는 양배추에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 음식으로, 원리만 놓고 보면 김치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양배추 표면에 원래 존재하던 여러 미생물 가운데 젖산을 만드는 유산균이 발효 과정에서 우세해지면서 신맛과 특유의 향이 만들어집니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저장식품이자 일상적인 반찬으로 먹어왔습니다.

처음 발효가 시작될 때와 충분히 익었을 때 우세한 균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온도와 소금 농도, 숙성 기간에 따라 미생물 구성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같은 사워크라우트라도 제품마다 들어 있는 균의 종류와 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발효식품의 균 수를 하나의 숫자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워크라우트의 장점은 유산균과 함께 양배추의 식이섬유를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발효 과정에서 생긴 성분과 채소 자체의 영양소를 동시에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유산균 음료만 마시는 것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양배추에는 비타민 C와 여러 식물성 화합물도 들어 있어 발효채소 자체로서 영양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발효 시간이 길어지고 저장 조건이 달라지면 일부 영양소 함량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생양배추보다 무조건 영양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각각 장점이 다른 음식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시중에서 사워크라우트를 살 때는 가열 살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 보관을 위해 고온 처리를 한 제품은 살아 있는 유산균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냉장 코너에서 판매되는 비가열 발효 제품은 살아 있는 미생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다만 김치와 마찬가지로 소금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음식이기 때문에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한 번에 큰 그릇으로 먹기보다 샌드위치나 고기 요리, 샐러드에 작은 접시 정도 곁들이는 편이 적당합니다. 발효균을 챙기겠다고 나트륨 섭취까지 크게 늘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효식품은 단순히 ‘균이 몇 배 많다’는 숫자보다 어떤 미생물이 관여했고 어떻게 발효됐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케피어와 템페, 사워크라우트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발효식품을 조금씩 번갈아 먹고, 채소와 통곡물 같은 식이섬유 식품도 함께 챙기는 것이 장 건강에는 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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