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쿠야마 켄..“조선 백자의 은은함을 이탈리아 마세라티에 접목”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오쿠야마 켄(65) ‘켄 오쿠야마 디자인’ 대표가 방한했다. 마세라티코리아와 협력해 제작한 중형 SUV 그레칼레 트로페오 스페셜 에디션 ‘컬러즈 오브 서울’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와 지난 4일 마세라티 강남 전시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오쿠야마 켄 디자이너가 마세라티 그레칼레 ‘컬러즈 오브 서울’을 설명하고 있다.
컬러즈 오브 서울은 마세라티의 럭셔리 SUV 그레칼레 트로페오 트림을 기반으로 오쿠야마 디자이너가 내외장을 디자인한 한국 한정판 모델이다. 그는 엔초 페라리의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글로벌 명성을 얻었다.
오쿠야마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 고유의 백자 색상에서 착안했다. 외장 컬러에 백자와 유사한 색상인 ‘비앙코 오다체(Bianco Audace)’를 적용했다. 아울러 화려한 색채를 강조했던 한국의 옛 전통 건축물을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으로 곳곳에 포인트를 줬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시트 등받이 후면과 일부 도어 트림에 파란색을 적용했고, 스티칭 또한 파란색 실을 사용했다.
오쿠야마 디자이너는 “한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최첨단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이탈리아의 마세라티가 가지고 있는 유산과 조합을 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컬러즈 오브 서울 색상으로 한국의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백자를 선택했다”며 “한국의 첨단 트렌드를 연상시키는 밝은 블루 컬러로 디테일을 적용하면서 너무 투지 않게 은은한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마세라티 강남 전시장
그의 해외 활동명은 켄 오쿠야마(Ken Okuyama)다. 본명은 오쿠야마 키요유키(奥山清行)로. 1959년 일본 야마가타현 야마가타시에서 출생했다. 일본 명문 무사시노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GM 디자인센터에서 장학금을 받아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ArtCenter College of Design, ACCD)에서 공부했다.
GM 치프 디자이너, 포르쉐 시니어 디자이너, 피닌파리나 치프 디자이너로 페라리 디자인을 맡았다. 이후 독립해 자동차를 비롯, 안경 등 산업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KEN OKUYAMA DESIGN” 대표를 맡고 있다.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엔초 페라리,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 페라리 612 스칼리에티, 페라리 캘리포니아, 5세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4세대 쉐보레 카마로 등이 있다.
다음은 오쿠야마 켄 디자이너와 일문일답
- 엔초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했졌는데 페라리와 마세라티 디자인의 차별점은.
“페라리가 섬세한 여성적 디자인이라면 마세라티는 훨씬 공격적인 남성적 디자인이다. 두 브랜드 슈퍼카를 디자인하면서 느낀 점이다.”
-대학 졸업후 미국 ACCD 유학을 떠났는데.
“더 큰 세계를 보기 위해 유학을 너무 가고 싶었다. 집이 가난해 유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했지만 다행히 GM장학금을 받게 돼 ACCD를 졸업할 수 있었다. 유학을 통해 일본보다 더 큰 세상을 보게 됐다.”
-‘컬러즈 오브 서울’과 그레칼레 푸오리세리 디자인을 설명해달라
“백자의 은은한 색상이 우러저 나오는 비앙코 오다체는 굉장히 어려운 색상이다. 이 색상은 MC20에 적용돼 스포츠카에도 훌륭하게 어울린다. 그리고 그레칼레에 이 페인트를 적용함으로써 우아함과 스포티함 그리고 럭셔리를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색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 색은 푸오리세리에 프로그램을 통해 선택할 수 있다. 나만의 색상을 푸오리세리에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택할 수 있다.
-조선시대 백자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도자기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는 물론 일본에서도 그렇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서 도자기의 전통을 물려받았다. 400년 전 도자기 산업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일본에서도 도자기 작품이 만들어졌다. 모두 한국에서 배운 것이다. 한국에서는 도자기를 만드는 훌륭한 아티스트와 예술 작품들이 많이 있다. 저는 이 마세라티의 전통을 통해서 한국의 도자기 문화를 전파하는 한 명의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컬러즈 오브 서울’
-그레칼레 디자인 포인트를 설명해달라
“마세라티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고객은 ‘고객이 아닌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고객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보상을 받길 원하고 꿈을 실현하길 원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차는 여러분들이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옵션들 중 하나다. 어떻게 보면 제 꿈을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에 든다면 동일한 걸 구매하실 수 있다. 저희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과 자동차 같은 산업 디자인의 차이점은
“예술은 내 돈으로 내 시간에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고, 산업 디자인은 고객의 돈으로 고객이 꿈꾸는 것을 최대한 실현시켜 주는 것이다. 마세라티 서울 전시장의 특별한 점은 밖에서는 실내를 볼 수 없다 이 전시장에 들어오는 분들은 이미 마세라티의 여러가지 정보를 다 알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 특별한 전시장은 고객들 머릿속에 있는 꿈을 끄집어내서 함께 여러 선택지를 실현시키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된다.”
김태진 에디터 tj.kim@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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