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막히고 산사태·대형 싱크홀...물폭탄에 남부 초토화

부산/김주영 기자 2024. 9. 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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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439㎜·제주 408㎜·부산 369㎜
곳곳 정전...강풍에 가로수 뿌리째 뽑혀
21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에서 배수 지원을 하던 삼락119안전센터 배수 차량과 5톤 트럭이 빠져있다. /뉴스1

20∼21일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땅꺼짐(싱크홀), 산사태, 정전사고가 속출하고, 전국에서 주민 6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기상청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20일 자정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경남 창원(진북)에는 439.5mm, 제주(사리비)에는 408.5mm, 부산 금정구에 369.5mm의 비가 내리는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날 창원 도심은 물바다로 변해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부산에선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배수를 도우러 가던 소방차량 1대와 트럭 1대 등 2대가 빠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열대저기압으로 변한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강풍까지 불면서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고 전남에선 농경지 78ha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와 정전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20일 자정부터 21일 오후 2시까지 평균 강수량 175㎜를 기록한 경남 지역 곳곳은 물난리를 겪었다.

경남 창원 덕동에는 482.5㎜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창원 399.5㎜, 김해 339.3㎜, 고성 293.5㎜, 양산 292.7㎜, 사천 248㎜, 진주 203.6㎜ 등을 기록했다.

퍼붓는 장대비에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 김해 방향은 이날 오전부터 차량이 통제됐다가 오후에야 해제됐고, 불모산터널 김해 방향은 한때 통제됐다가 풀렸다.

밤새 내린 비로 경남의 소규모 다리 189곳, 하천변 산책로 47곳, 둔치 주차장 15곳 등 호우 피해가 우려된 308곳이 통제됐다.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고분 일부가 붕괴됐으며, 창원과 김해지역에선 하수와 계곡물이 넘쳐 도로에 쏟아졌다.

◇대형 싱크홀 생긴 부산.. 트럭 2대 빠져

부산에선 이틀간 270.9㎜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데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만조가 겹쳐 피해를 키웠다.

이날 오전 8시 45분에는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가 났다.

21일 오후 호우경보가 발효된 부산 연제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부산 강서구에선 지역 하천인 조만강 일부가 범람해 저지대 주민들이 대피했다.

도로 침수도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부산진구 범내골 교차로에서는 타이어가 반쯤 물에 잠긴 채 차량이 운행하거나, 부산 가락 IC 인근 도로도 물이 가득 찼고, 강서구 과학산단 인근 도로도 흙탕물에 잠기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이틀간 161건의 폭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는데 피해는 주로 도로·차량 침수, 맨홀 역류에 집중됐다.

21일 오전 10시 13분쯤 부산진구의 한 도로 맨홀 주변은 역류하는 물에 아스팔트가 산산이 조각났고, 해운대 벡스코와 올림픽교차로 일대·연제구 거제동·강서구 지사동·부산진구 범천동 등 상습 침수 지역은 주민들의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전남서는 산사태·정전 잇따르고 전국서 주민 수백여명 대피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비가 온 전남에선 장흥 유치면에서 42명, 담양 금성·고서면 등서 32명, 광양 광양읍과 봉강면 등에서 90명이 산사태 우려로 대피했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이 우려되는 경남 창원, 진주, 합천, 김해 등에서는 46가구에서 66명이 집을 떠났다.

충북 청주에서는 21일 오전 3시 20분 병천천 환희교 인근 혜능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직원과 학생 52명이 옥산중학교 강당으로 대피했고,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 11명도 경로당 등으로 몸을 피했다.

경북에서는 이날 오전 295가구 43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으며, 경남에서도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창원, 합천, 진주에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주택에 사는 4명이 대피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6개 시·도에서 총 525세대 835명이 일시 대피했고, 이 가운데 545명은 아직 대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응급 구조 사례도 속출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 봉정암에서는 가야동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던 등산객 3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밤새 고립됐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하산했다.

제주에선 호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해상에서 카약을 타다 표류하던 관광객이 구조됐다.

평야 지역인 전북 익산·김제·군산·고창에서는 벼 712㏊와 원예작물 50㏊가 넘어지거나 침수됐으며, 전남지역 논 75.6㏊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는 등 농경지 피해 면적도 계속 늘고 있다.

정전 피해도 컸다.

20일 오후 7시쯤 전남 광양시 옥곡면과 진상면 284가구에서는 비바람으로 전기시설이 훼손되면서 정전이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전기공급을 재개했고, 이보다 앞선 오전 5시 45분쯤 광양시 옥룡면에서도 248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부산 남구에서도 21일 오전 11시 30분쯤 2100여세대 아파트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폭우가 쏟아진 21일 오후 5시16분쯤 전남 해남군 문내면 일대가 물에 잠겨 고립된 주민 2명을 소방 당국이 구조하고 있다. /뉴시스

많은 양의 비로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는 나무가 뿌리째 뽑혀 도로에 넘어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충남 서산시 예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기도 했다.

집중호우로 기찻길과 뱃길도 막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전국 4개 철도 5개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경부선 대전∼심천역 구간, 부산∼화명역 구간, 호남선 서대전∼익산역 구간, 가야선 가야∼부전역 구간, 동해선 센텀∼오시리아역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2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동 일대 도로가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경전선 동대구~진주 구간과 경부 일반선 동대구~부산 구간에서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서해 기상 악화로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인천∼연평도와 인천∼백령도 등 13개 항로 1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전남 목포 완도 여수 고흥을 오가는 53개 항로 80척 여객선 가운데 48개 항로 66척은 운항 통제 중이며, 강릉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운항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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