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축구장 228개 규모 산림 잿더미 만들었다
땔감 줍다 담배 피운 주민 조사
22만여 나무 불에 타 32억원 피해
올해 현재까지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된 경남 합천 산불의 원인이 인근 마을 주민이 피우다 버린 작은 담배꽁초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불은 약 22만 그루의 나무를 태우고, 32억원 상당의 산림 피해를 냈다.
합천군 산림과 특별사법경찰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실화)로 A(50대)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 59분쯤 경남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야산에서 담뱃불을 떨어트려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산림 특사경 조사 결과 A씨는 땔감으로 쓸 나무를 줍기 위해 산불이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발화 지점 인근에 갔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A씨는 “이곳에서 담배를 피웠고, 불을 끄려고 했다”는 취지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과 관계자는 “주변 목격자와 A씨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실화로 산불을 낸 것으로 보고,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산림보호법상 과실로 인해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트린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이 이뤄진다.
A씨가 버린 작은 담배꽁초로 인한 산불 피해는 막대했다. 지난 8일 오후 당시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발생한 합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면서 올해 첫 ‘산불 3단계’로 이어졌다. 불을 피해 인근 주민 200여명이 대피했다. 산불을 끄기 위해 산림당국·소방·지자체·경찰 등은 헬기 33대, 인력 1509명, 장비 76대 등의 자원을 총동원했다.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20시간 만인 9일 오전 10시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 이 불로 163만㎡ 면적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축구장(7140㎡) 228개를 합친 면적이다. 올해 발생한 산불(1월 1일~3월 16일) 265건 중 피해 면적이 가장 넓다.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불에 탄 나무만 22만5000여 그루로 추정된다. 피해액만 32억 24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 간 발생한 산불 3550건을 분석한 결과 약 60%는 담뱃불, 쓰레기 소각 등 실화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실화 또는 방화 등으로 산불을 일으킨 원인제공자 검거율은 39%에 불과하다. 현장 훼손 등으로 인적·물적 증거 확보가 어렵고, 외부에 노출된 환경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현장 주변으로 오가기 때문에 원인제공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불 피해는 한순간이지만, 산림 회복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권춘근 박사는 “산불 피해를 입을 경우 숲 회복엔 30년, 포유류 회복엔 35년, 흙 속의 미생물 회복엔 100년이 걸린다”며 “강풍이 불면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산림 인접지역에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태우는 것도 정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지시에 따라 지난 6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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