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한국영화 추천작

콘텐츠의 홍수 속에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 지금. 그런 상황에서 ‘리메이크’는 창작의 또 다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언어, 사회, 문화의 다름으로 인해 생겨난 진입 장벽을 리메이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또한 원작에는 없는 리메이크만의 매력도 만들 수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한국영화도 이런 추세에 따라 많은 리메이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스토리에 훌륭한 로컬라이징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오는 매력까지, 원작 못지않은 완성도와 한국판만의 재미까지 갖춘 리메이크 작품을 살펴본다.

핸섬가이즈 – 꽃미남계의 긴장을 건넬 듀오, 한국 상륙! 거기에 원작에는 없는 호러 요소까지

올 상반기 개봉해 많은 극장가를 뒤집어 놓았던 <핸섬가이즈>는 캐나다 코믹 스릴러 <터커 & 데일 Vs 이블>(2010)의 리메이크다. 심상치 않은 비주얼로 등장부터 긴장감을 주는 '핸섬 가이즈' 두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의 집 근처에 놀러 온 젊은 일행들과 원치 않은 일로 엮이면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죽음(?)과 웃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원작과 리메이크판은 비슷한 설정과 이야기로 이어간다. 두 주인공의 착한 마음씨와는 영 반대편인 비주얼과 젊은 일행들의 오해로 사고(라고 쓰고 거의 살인이라고 읽는) 일이 계속 벌어지는 점이 같다. 몇몇 장면은 원작 그대로 가져와서 상황은 엽기적인데, 웃음은 참을 수 없는 순간도 많다.

리메이크는 여기에 한국적인 특색과 주인공들의 험상궂은 외모에 일명 자뻑모드까지 더해져 캐릭터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원작에는 없던 오컬트 요소를 추가해 의외로 무섭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순간 <터커 & 테일 Vs 이블>의 리메이크가 아닌 <이블 데드>의 오마주로 보일 정도다. 호러, 스릴러, 슬래시 등 여러모로 취향 차이 많이 탈 장르와 소재임에도 이성민X이희준의 느슨한 미남계에 긴장감을 준 비주얼과 열연 속에 1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시체스 영화제 관객상도 수상해 원작 못지않은 리메이크의 올바른 예를 증명 중이다.

감시자들 – 홍콩의 아이디어 + 한국의 연출력

홍콩영화 <천공의 눈>(2007)을 리메이크 한 작품. 범죄 대상의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하는 감시반과 그런 감시반의 포위망을 무력화시킨 범죄조직 간의 추격전을 다룬 영화다. <마스터>의 조의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설경구, 한효주가 손보다 빠른 눈을 가진 감시반 역으로, 정우성이 단 1%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범죄조직의 리더로 나와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감시자들> 역시 원작의 인물 설정, 이야기, 구도 모두 비슷하게 가져온다. 여기에 한국판만의 세련되고 몰입감 넘치는 연출과 편집으로 감시반의 치열한 수사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원작의 아이디어에 한국판의 기술이 더해졌다고 할까? 여기에 결말 부분을 좀 더 명쾌하게 구성해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한 점도 리메이크의 미덕이다. 2013년 여름 시즌을 연 작품으로 전국 관객 550만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 마지막 오리지널 주인공인 임달화가 특별출연해 원작을 향한 존경심과 서비스를 빼먹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럭키 – 리메이크를 통해 발굴한 유해진의 마력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한 작품. 어떤 일이든 한 번 맡으면 깔끔하게 처리하는 냉혹한 킬러와 어떤 역이든 한 번 맡으면 다 망쳐버리는 무명배우가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나 운명이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목욕탕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은 킬러는 자신이 배우라고 생각하고, 킬러의 신분으로 위장한 무명 배우는 뜻하지 않은 살인청부업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역할과 정체성 갈등이 작품의 키포인트다.

리메이크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우로 성공하려는 기억상실증 킬러의 고군분투다. 킬러 형욱 역을 맡은 유해진의 원맨쇼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작에선 단순히 직업이 바뀐 묘사 정도로 그쳤던 부분을, 리메이크는 유해진의 개인기에 포커스를 맞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리메이크의 재미와 코미디는 여기서 다 나올 정도다. 덕분에 유해진의 극 장악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심각하면 할수록 웃긴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다 넘어갔다. 사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유해진 원톱 주연작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우를 유해진은 인생 연기를 펼치며 지워버렸고, 영화는 700만 가까이 관객을 모으며 큰 성공을 거둔다. 리메이크를 통해 숨어있던 해외 콘텐츠가 아닌 유해진을 마력을 발굴한 작품이었다.

완벽한 타인 – 이쯤 되면 리메이크가 아니라 장르 아닌가요?

이쯤 되면 리메이크가 아니라 장르가 아닐까?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콘셉트가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라, 한국은 물론, 그리스, 스페인, 터키, 프랑스,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를 했다. 심지어 원작 판권보다 리메이크 판권이 가격이 더 높을 정도라고 한다. 그 이유에는 역시 작품의 메인 스토리가 한몫한다. 현대인에게 빠질 수 없는 휴대폰을 소재로, 저녁 식사에 모인 여러 사람들이 휴대폰에 오는 모든 메일, 통화, 문자를 공개하면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코믹하게 담아낸다.

한국판 리메이크 <완벽한 타인>은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기본 뼈대를 그대로 가져온다. 원작 캐릭터들의 직업, 특징 등이 매우 비슷하다. 여기에 한국의 사회 문화와 정서들을 추가해 리메이크만의 감칠맛을 더한다. 특히 수현(염정아)-태수(유해진) 부부의 이야기는 원작에 없는 가부장적인 설정을 추가했다. 시종일관 수현을 구박하는 태수가 자신의 꾀에 빠져 되려 수현에게 당하는 모습은 묘한 쾌감도 자아냈다.

청설 – 이토록 청량한 리메이크라니

얼마 전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청설>도 리메이크 작품이다. 2009년 대만 영화 <청설>을 원작으로, 대학 졸업 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고민하던 용준(원작의 티엔커)이 우연히 손으로 대화하는 여름(원작의 양양)을 만나 첫눈에 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청각장애인이 주요 인물인 만큼 영화는 음성의 말보다 눈으로 보는 수어로 많은 것을 소통한다. 영화의 의도적인 침묵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수어 자체가 상대의 표정을 보고 읽어야 하기에 인물의 모습에 집중하게 하며, 묘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마치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리메이크 영화 <청설>은 대만 오리지널과 많은 것을 공유한다. 주인공 여름(노윤서)과 가을(김민주)이 원작과 반대로 언니, 동생으로 바뀐 점을 빼고는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한국판에서는 여름이라는 계절적인 장치와 순수한 감정을 의미 있게 그려내어 청춘의 모습을 더욱 청량하게 꾸민 점이 돋보인다. 여러모로 보고 있으면 싱그러움, 아름다움, 설렘 같은 이미지가 계속 느껴진다. 여기에 홍경, 노윤서, 김민주 세 배우들의 열연이 인물의 풋풋한 모습들을 더욱 공감가게 묘사해 한국판의 매력을 더욱 어필한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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