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완수사권 폐지 전에 당한 ‘운 좋은 피해자’…가해자 위한 논의 멈추길”

구민주 기자 2026. 7. 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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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완수사권이 살아있을 때 피해를 당한 '운 좋은 피해자'입니다. 조금 일찍 피해를 당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젠 그 누구도 절대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아마 지금까지 저는 강간 살인미수였다는 걸 모르고 경찰이 결정을 내린 그대로 중상해 사건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가 더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진실은 그대로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중상해에 대한 형량은 훨씬 더 약했을 것이고, 어쩌면 사건 4년이 지난 지금 이미 가해자는 출소해 바깥을 다니고 있었을지 모른다. 많이 알려졌듯이 전 가해자로부터 보복 협박을 받았다. 가해자가 얼마나 이야기를 했으면 구치소 동기들이 저희 집 이름을 외웠겠나. 출소 후 이미 절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저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기 전 피해를 당한 운이 좋은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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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가명)씨
“보완수사 없었다면 가해자 이미 출소했을 수도”
“억울한 피해자 줄이고 가해자 제대로 처벌할 기회 왜 없애나”
“검경, 절대선·악 아냐…수사과정의 실수 막을 안전장치 지켜 달라”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7월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가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저는 보완수사권이 살아있을 때 피해를 당한 '운 좋은 피해자'입니다. 조금 일찍 피해를 당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젠 그 누구도 절대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됩니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인 김진주씨(가명)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한마디로 "가해자들을 위한 법"이라고 규정했다. 김씨는 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내내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고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장치를 왜 없애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에게 보완수사는 갑갑하고 외로운 싸움 가운데 마주한 한 줄기 빛과 같던 '출구'였다. 평범했던 김씨는 2022년 어느 날 귀갓길 오피스텔 앞에서 하루아침에 강력범죄 피해자가 됐다. 경찰은 수사 후 가해자에게 단순 중상해 혐의만 적용했지만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가해자의 형량은 20년으로 크게 늘었고 김씨는 비로소 집 밖을 나서 일상을 살아낼 용기를 얻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지는 건 피해자들에겐 실질적 공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든 경찰이든 무턱대고 악마화하지만 말고 이제라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을 위한 결론을 내 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현재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

"1년 넘게 이어지는 지지부진한 정치 싸움이 답답하다. 도대체 검찰에 의해 어떤 피해를 겪었기에 저리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외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작 범죄 피해자들이 겪게 될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그동안 어느 쪽에서도 제대로 된 보완책을 내놓는 걸 보지 못했다. 오히려 구속기간 단축과 조건부 석방 등 가해자 권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느껴졌다. 가해자를 위한 법이다. 그들의 논쟁에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는 없는 것 같다."

2022년 피해 직후 경찰 수사 당시를 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돌려차기 피해를 당한 후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를 얻어 피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게 됐다. 모든 경찰들이 그러진 않겠지만 당시엔 경찰로부터 제 처지를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기억을 잃은 제게 '성범죄 당한 것 같은지'를 물었고, 제가 '아마 아닐 것'이라 답하자 그냥 넘어가버렸다. 입고 있던 바지나 속옷 DNA 감식도 하지 않고 캐비닛에 넣어놨다. 검사가 뒤늦게 보완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핵심 증거들이 그대로 폐기됐을 것이다."

만일 범죄 피해를 당했던 그때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본 적 있나.

"아마 지금까지 저는 강간 살인미수였다는 걸 모르고 경찰이 결정을 내린 그대로 중상해 사건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가 더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진실은 그대로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중상해에 대한 형량은 훨씬 더 약했을 것이고, 어쩌면 사건 4년이 지난 지금 이미 가해자는 출소해 바깥을 다니고 있었을지 모른다. 많이 알려졌듯이 전 가해자로부터 보복 협박을 받았다. 가해자가 얼마나 이야기를 했으면 구치소 동기들이 저희 집 이름을 외웠겠나. 출소 후 이미 절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저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기 전 피해를 당한 운이 좋은 피해자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인 김진주(가명)씨가 피해 당시 입고 있었던 청바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경찰이 놓친 이 바지는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강간 등 살인미수의 핵심 증거로 밝혀졌다. ⓒ시사저널 최준필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 후 검찰의 보완수사로 진실이 밝혀진 '장윤기 사건'을 남다른 마음으로 지켜봤을 것 같은데.

"수사에 있어 보완책이 왜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사실 피해자의 부모가 딸의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공론화시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억울하면 공론화하라'거나 또는 '보완수사권 있으나 없으나 벌어졌을 사건'이라는 무책임한 얘기들이 나온다. '억울하면 피해를 당하지 말라'는 2차 가해로 들린다. 제 사건도 제가 열심히 알리고 다니지 않았다면 누가 거들떠 봐주기나 했을까. 보완수사권 유무와 상관없는 일이다? 수사권이 있는데 안하는 것과 없어서 못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피해자들이 보완수사권 폐지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경찰이든 검찰이든 인간이기에 누구나 수사 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운이 나쁘면 어느 피해자든 겪을 수 있는 일인데, 이걸 '보완할' 기회가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하는 가장 첫 단계는 바로 진실을 찾는 것이다. 그 진실을 찾는 데에는 검찰과 경찰 양쪽 모두의 판단이 필요하다. 어느 쪽이 절대 선하거나 악한 건 없다. 그런데 일부 잘못된 정치 검사가 있다면 그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해야지, 조직 전체를 악마화하고 없애려는 건 피해자와 동떨어진 기득권의 사고방식이다."

오는 10월엔 검찰청 자체가 폐지된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고립된다. 제 사건임에도 '수사 기밀'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그런데 검찰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더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검사들이 많이 사직하면서 담당 검사가 계속 바뀌고,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검찰이 없어지면 어쩌지' '그 후엔 어디서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게 되는 거지' 모든 게 막막하고 조급한 것이다. 왜 피해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이런 걱정까지 짊어져야 하는 건가."

지난 3월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1500만원 배상 선고가 나왔다. 사건 발생 3년 8개월 만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5000만원을 청구했는데 1500만원이 나왔다. 사실상 패소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약자였고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었다. 수사 관련한 기록 하나 받기가 어려웠고, 겨우 받아낸 자료엔 이런저런 이유로 비공개 처리된 내용이 한가득이었다. '살았으니 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받았다. 그래도 다른 피해자들에게 국가로부터 일부나마 배상을 받았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수사에 의문을 갖거나 또 부실 수사로 피해를 당한 이들의 국가를 향한 손해배상 청구가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스토킹‧교제 폭력 등 피해를 당하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주저하는 이들이 정말 수사기관을 믿고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반대로 가해자들에겐 불리해지는 게 하나도 없다. 이러한 혼란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유지해야 한다."

돌려차기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이미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려움이다. 가해자의 형량이 길어졌다고 해서 제 안전에 대한 위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다. 가해자가 출소하는 20년 뒤엔 지금보다 피해자들이 더 제대로 보호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었는데, 오히려 이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완수사권을 두고 끝없는 논쟁만 펼치는 정치권에서 이러한 마음을 알고 이제라도 가해자들이 아닌 피해자들을 고려한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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