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뱃살이 아닙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을 비만에 의한 뱃살인지 판단하려면, 전문가의 세밀한 진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늘어진 살은 뭘까요.

이 부위는 ‘primordial pouch(프라이모디얼 파우치, 원시 주머니)’ 또는 ‘loose skin(루즈 스킨)이라 부릅니다. 이름 또한 생소한데요. 이 원시 주머니가 발달된 이유를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뒷발차기 기술을 쓸 때 복부를 보호하기 위해

먼저, 복부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들이 앞발로 상대를 붙잡고 뒷발로 연속 발차기를 하는, 흔히 '고양이 킥'이라 불리는 기술은 싸움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프라이모디얼 파우치는 이러한 발차기 공격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 내장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뒷발의 가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두 번째 이유는 뒷다리를 최대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고양잇과 동물은 관절 가동 범위가 넓어, 몸이 매우 유연합니다. 자신의 체고보다 5배 높은 곳을 단번에 점프하거나, 시속 50km로 전력질주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운동 능력을 자랑하죠.

이처럼 스프링처럼 뛰어오르거나 빠르게 달리고, 몸을 비틀며 곡예와 같은 동작을 하려면 뒷다리가 충분히 자유롭게 움직이고, 피부가 유연하게 늘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라이모디얼 파우치는 바로 이러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피부 구조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실제로, 피부 종양으로 인해 종양과 주변 피부를 절제한 후에는 피부가 재생될 때까지 이전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 양껏 먹기 위해

세 번째 이유는 많은 양의 음식을 저장해 두기 위해서입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매일 먹이를 사냥할 수 없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한꺼번에 많이 먹어 두는 습성이 있습니다. 축 처진 피부는 이러한 많은 양의 음식 섭취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원시 주머니가 발달한 고양이들이 있다

아메리칸 숏 헤어, 뱅갈, 이집션 마우, 픽시 밥은 유난히 프라이모디얼 파우치가 발달한 고양이들입니다. 만약 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면 달릴 때 좌우로 요란하게 출렁거리는 프라이모디얼 파우치를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이들 고양이는 단모종이며 운동량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벵갈과 이집션 마우, 픽시 밥은 큰 골격과 긴 다리를 갖고 있어 신체능력이 뛰어나고 야생성이 강합니다.
이처럼 프라이모디얼 파우치는 고양이의 일반적 특징이라 염려할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복부가 통통하다면 비만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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