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명연기와 만난 현실적 소재지만…[OTT읽기]

[스포티비뉴스=김상화 칼럼니스트]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넷플릭스의 새 영화가 구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가 그 주인공이다. 요즘 사람들의 손에서 단 한 순간도 떼어낼 수 없는 스마트폰이 나와 가족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면 당신은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극의 구성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잃어버린 내 휴대폰을 습득한 이가 다름아닌 연쇄살인마였고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후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 생명까지 위협한다. 이를 뒤쫒는 형사의 집요한 추격은 점차 범죄의 실체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보편적인 일상 속 도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물이다. 잔혹한 살인마의 등장,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젊은이, 7년째 연락이 끊어진 자식을 둔 형사라는 3인 구성의 비교적 단촐한 조합이 플레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믿고 보는 배우 천우희와 임시완을 앞세운 이번 넷플릭스 신작을 SWOT(강점 Strength, 약점 Weakness, 기회 Opportunity, 위협 Threat) 방식으로 풀어 봤다.
◆ 강점 - 시의적절한 소재
스마트폰이 없다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유하기 힘들 만큼 휴대전화는 이제 신체의 일부나 다름 없는 존재가 된지 오래다. 평범한 MZ세대 이나미(천우희)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인 아빠와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쇼핑, 먹거리 주문, 친구들과의 관계 유지, 게임 등 24시간 내내 스마트폰에 의지해서 살고 있다.
그런데 절친들과의 즐거운 술 한잔이 결과적으로 화근이 되고 말았다. 귀가 도중 버스 안에 두고 내린 그녀의 전화기는 어느 청년이 줍게 되었다. 오준영(임시완)은 그의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인 인물이었다. 나미의 휴대폰을 고스란히 복제해 은행 계좌 정보, 각종 비밀 정도 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미의 생활 전부는 준영의 감시 속에 놓이게 되었다.
불법적인 스마트폰 정보 유출과 해킹 등 각종 사회면 기사로도 친숙한 소재의 활용은 스릴러 장르물에 있어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 준영이 조작하는 복제폰으로 인해 나미는 이 일로 인해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비롯해서 직장마저 잃고 말았다. 더 나아가 생명까지 위협받는 위태로운 처지가 된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이렇듯 현실밀착형 스릴러로서의 틀을 마련하며 나미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숨통도 점차 조여들기 시작했다.

◆ 약점 - 원작과 다른 각색…중반 이후 힘을 잃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이미 한차례 영화화된 바 있는 동명의 일본 원작 소설을 우리 실정에 맞게 각색이 이뤄졌다. 2018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바 있는 일본판 영화에선 주인공의 남자 친구 휴대폰이 분실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막판 이후에나 범인의 실체를 드러내는 등 원작은 반전에 중점을 둔 전개가 이뤄진데 반해 한국판 영상물에선 일찌감치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보여준다. 대신 준영이 어떻게 나미의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섬뜩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이 사건들과 관련있는 형사 우지만(김희원)의 숨겨진 사연에도 큰 비중을 부여하면서 차근차근 공포의 실체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초반부터 정체를 드러낸 나머지 극의 중반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이미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미의 SNS 계정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준영이 벌이는 행각은 정직하다 싶을 정도여서 위기가 고조되어야 할 막판 힘을 잃고 만다. 몇몇 상황을 둘러싼 부족한 개연성까지 겹치다보니 사건이 종료된 이후엔 통쾌감 대신 웬지 모를 찝찝한 기분을 남긴다.

◆ 기회 - 스릴러 장르에 대한 꾸준한 수요, 출연진의 안정된 연기력
스릴러 물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수요는 늘 존재해왔다. 초대박을 보장하진 않지만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갖출 수만 있다면 VOD 및 OTT 속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릴러 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방향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이었지만 글로벌 OTT 공개로 선회한 점은 요즘처럼 스크린에서의 관람을 주저하는 관객들 대신 모바일 기반의 스낵 컬쳐식 감상을 선호하는 구독자들의 입맛을 채워줄 가능성을 높여준다. 부족함이 엿보였지만 킬링타임용 작품으로서의 역할 만큼은 충분히 다해주고 있다.
신뢰감 있는 배우들의 등장 역시 마찬가지다. 검증된 연기력을 지닌 천우희, 임시완, 김희원은 작품의 약점을 상당 부분 메워주며 기대에 부응해준다. 천우희는 공포에 떨고 있는 주인공의 현실을 실감있는 열연에 녹여내는 등 시청자들에게 본인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미친 광기를 맑은 눈에 담은 임시완은 영화 ‘비상선언’에 이어 다시 한 번 싸이코패스 역할을 맡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 위기 - 넷플릭스라는 이름만 믿기엔...
최근 넷플릭스는 쏟아지는 작품에 대한 엇갈린 평가, 이용 정책에 대한 구독자들의 불만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더글로리’, ‘피지컬 :100’ 등의 대박 인기와 SF 영화‘정이’의 혹평, ‘솔로지옥2’의 애매모호한 반응,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파트2’에 대한 무관심 등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평가가 교차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OTT 선택의 1순위로 넷플릭스를 손꼽고 있지만 시간이 쌓일 수록 맹목적인 지지 대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역시 개봉과 동시에 만족감과 불만이 동시에 목격되고 있다. 신선함과 익숙함의 공존하는 영화의 성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될만 반응의 표출인 것이다.
애초 넷플릭스 전용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치밀함이 가미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곱씹어 볼만 하다. 타 OTT 대비 많은 양의 신작 출시를 자랑하는 넷플릭스라지만 범작들 위주의 라인업 양산은 자칫 이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어느 순간 의심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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