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역대급 실적’ 축배 뒤엔 손해율·건전성·점유율 ‘암울한 미래지표’

조회 1482025. 4. 8.
현대해상·KB손보 후발주자 매서운 추격 속 실적 방어, 건전성 관리 등 과제 산적
[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늘었지만 손해율·건전성·점유율 등 앞으로의 상황과 직결된 지표 대부분이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앞으로 업황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와 실적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상·화재보험 손해율 100% 육박…재무건전성·시장점유율 모두 ‘경고등’

지난해 D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1조77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높은 투자 수익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투자 손익은 7440억원으로 전년(4668억원) 대비 59.3%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식형 보유자산(FVPL)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투자 수익이 개선됐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은 11조5209억원으로 전년(10조9478억원)에 비해 6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FVPL은 1년 이내 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단기매매증권으로 펀드 형태의 수익증권 등이 포함된다. FVPL은 매년 말 공정가치(시가평가)를 거쳐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 장부 금액이 줄고 평가 이익이 발생하면 장부 금액이 늘어나는 식으로 집계된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반면 같은 기간 보험사 수익의 근간인 보험손익은 전년(1550억원) 대비 4.5% 증가한 1619억원에 머물렀다. 일부 보험종목별에서 손해율이 100%에 근접한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의 해상보험과 화재보험 부문 손해율은 각각 98.2%, 97.6%로 100%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화재보험의 경과보험료(차기 이후에 속하는 보험료를 제외한 수입보험료)와 발생손해액(보험지급액)은 각각 315억3700만원, 307억8200만원을 기록하며 수입 대부분이 지출로 사용됐다.

해상보험 역시 경과보험료(292억6500만원)와 발생 손해액(287억4600만원) 규모가 거의 동일했다. 사실상 두 보험 부문에서 수익을 거지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같은 기간 개인연금의 손해율은 무려 156.9%에 달해 1227억4500만원의 적자로 이어졌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를 기준으로 낮으면 보험을 통한 수익율이 높다는 의미고 높으면 그 반대다.

DB손해보험의 재무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 핵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203.0%로 전년(233.1%) 대비 30.1%p 급락했다. 자산 기준 ‘4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중 최대 하락폭이다. K-ICS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DB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손해보험의 전체 보험종목별 시장점유율은 16.6%로 전년(17.2%) 대비 0.6%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0.6%p 오른 15.7%를 기록하며 DB손해보험과의 점유율 격차를 좁혔다. KB손해보험 역시 전년 대비 0.3%p 상승한 12.7%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4대 손해보험사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22.9%) ▲DB손해보험(16.6%) ▲현대해상(15.7%) ▲KB손해보험(12.7%) 등의 순이었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손보업계 안팎에선 올해 보험업계의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만큼 DB손해보험의 보험손익 수익성 강화와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해 순자산 가치와 지급여력비율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자산운용 부분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보험료도 올라가 신규계약자 확보가 어려워진다.

DB손해보험 역시 나름의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을 결정했다.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확충한 자금으로 안정적 K-ICS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K-ICS 비율을 끌어올리더라도 동시에 늘어나는 이자비용은 장기적으로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사들이 K-IC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게 되면 K-ICS 비율은 올라가지만 그만큼 이자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후순위채는 변제 순위가 낮은 만큼 일반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순위채 외에도 자본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DB손해보험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을 적용하면서 최근 보험업계 전체에 K-ICS 비율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K-ICS 비율이 감소한 것은 회사 차원의 건전성 관리 부실이 아닌 업계 전반에 걸친 회계기준 제도 변화에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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