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 1년 새 달라진 형편…CB 44% 털고 3000억 증설 승부수

/사진 제공=심텍

반도체 기판업체 심텍이 AI(인공지능) 호황을 만나 불황기 재무 부담을 속속 털어내고 있다. 지난해 채무상환을 위해 발생했던 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는 두 달 새 40% 넘게 주식으로 바뀌었다.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인 심텍은 자기자본 절반에 맞먹는 증설에 나서며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빚 갚으려 찍은 500억 CB, 한 달 새 44% '전환 러시'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심텍이 재무 부담 완화에 탄력을 받고 있다. 심텍은 지난 4일 제7회차 CB 가운데 110억원에 대해 투자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전환가는 주당 2만1556원이다. 회사는 이에 따라 보통주 51만298주를 새로 발행한다. 기존 발행주식의 1.34% 규모다. 신주는 오는 21일 상장한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도 110억원어치 CB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전환 물량은 보통주 51만297주다. 한 달도 채 안 돼 두 차례에 걸쳐 220억원어치가 주식으로 바뀐 셈이다. 주식 수로는 102만595주에 달한다.

이로써 심텍은 지난해 조달한 500억원 가운데 220억원을 주식으로 넘기게 됐다. 전체의 44%다. 회사는 지난해 6월 빚을 갚기 위해 제7회차 영구 CB 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던 당시 심텍은 실적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었다. 실제 CB 발행 직전인 지난해 3월 말 심텍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50.2%에 달했다. 당시 회사의 자본총계는 4092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60억원에 그칠 만큼 현금 여력도 넉넉하지 않았다.

3년 만에 흑전, CB 전환에 불붙인 주가

반전은 지난해부터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시작됐다. 심텍은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2023년 881억원, 2024년 4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낸해에는 영업이익 119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실적 회복세는 한층 뚜렷해졌다. 심텍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3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4% 늘었다. 영업손익도 108억원 적자에서 76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주가도 실적 반등에 화답했다. 지난 7월30일 6만3800원이던 심텍 주가는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8만2900원으로 뛰었다. 이후 8월5일에는 10만3000원까지 올라 4거래일 만에 61.4% 상승했다. AI 서버용 SOCAMM 매출 확대와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 급등은 CB 전환에도 불을 붙였다. 이달 4일 심텍 종가는 11만7900원으로 전환가 2만1556원의 5배를 웃돌았다. 주가가 전환가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CB를 주식으로 바꿀 유인도 커졌다. 최근 한 달 사이 220억원어치 전환청구가 잇따른 이유다.

SOCAMM 증설로 선회, 자기자본 절반 규모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심텍은 AI 기판 수요 확대에 맞춰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SOCAMM(소형 외장형 메모리 모듈) 기판과 고다층 MSAP(미세회로 형성 공법) 기판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2742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 5764억원의 47.6%에 달하는 규모다.

가장 많은 돈은 SOCAMM에 투입한다. 심텍은 1459억원을 들여 청주에 SOCAMM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다. 고다층 MSAP 기판에는 1051억원, 시스템IC 기판에는 232억원을 쓴다. AI 서버용 메모리 모듈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자 관련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증설 효과도 크다. 증권가는 이번 투자로 심텍이 2028년부터 연간 약 4500억원의 추가 매출을 낼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SOCAMM 생산능력도 연 매출 기준 기존 30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캠을 중심으로 기판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투자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신규 생산능력이 본격 가동되는 2028년 실적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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