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천에 나타나기 시작한 생태계 교란종 '늑대거북'

미국, 멕시코, 캐나다 남부에 서식하던 외래종 '늑대거북'이 한국 하천에서 잇따라 발견되며 생태계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미 늑대거북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번식 중인 개체까지 포착됐다.
강한 턱과 날카로운 발톱, 공격적인 성격까지 갖춘 늑대거북은 국내 하천 생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종이다.
그런데 최근 이 늑대거북이 뜻밖의 방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이 이를 직접 조리해 먹으면서 새로운 여름철 보양식으로써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자라고 불리는 늑대거북과 이 거북이 가진 식재료로써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자연에서는 천적이 없는 '늑대거북'

늑대거북은 긴 목, 단단한 등껍질, 강한 턱,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대형 거북이다. 등갑 길이는 최대 47cm, 몸무게는 10kg에 달하며, 긴 꼬리와 공격적인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등껍질은 돔형으로 가운데가 볼록하며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이다. 배딱지는 작다. 꼬리는 근육질로 튼튼하고 긴 편인데 꼬리 위쪽에 가시모양의 비늘이 있다.
늑대거북은 긴 목을 스프링처럼 움츠렸다가 먹이를 향해 뻗어 낚아채는 방식을 통해 사냥한다. 비슷한 종인 악어거북과는 달리 수영 실력도 뛰어나며, 어류, 양서류, 조류, 사체 등 가리지 않고 먹는 등 식성도 좋다. 심지어 물가에서 사냥 중인 새를 물고 늘어져 익사시킨 사례도 있다.
이렇듯 공격적인 성격과 단단한 껍질 덕분에 자연 상태에서는 마땅한 천적이 없다. 수달이나 맹금류조차 성체 늑대거북에겐 위협이 되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저온 적응력이 뛰어나 한국의 겨울에도 생존 가능하다.
생태계 교란종이 된 한국의 늑대거북

한국에서 늑대거북이 처음 발견된 정확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애완용으로 수입된 개체들이 무단 방생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2009년 이후 경기도, 강원 원주, 경남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발견 사례가 잇따랐고, 2022년 환경부는 늑대거북을 공식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해 사육과 유통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자생 번식이 확인되며 개체수는 줄지 않고 있다.
늑대거북의 확산은 생태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남생이 같은 국내 토종 거북은 물론 작은 어류나 양서류까지 포식 대상이 된다.
특히 같은 거북류까지 공격하는 포악한 성질은 경쟁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제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다만 늑대거북을 잡을 땐 맨손 접촉은 금물이다. 순간적으로 목을 길게 뻗기 때문에 뒷부분을 잡아도 손가락이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늑대거북의 무는 힘은 상당히 강하고, 부리처럼 생긴 입으로 물리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꼬리를 잡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발톱이 날카로워 쉽게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절대로 맨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포획은 전문가나 훈련된 인력에 의해서만 진행돼야 한다.
포식자에서 식재료로…늑대거북의 뜻밖의 용도

최근 일부 유튜버들은 늑대거북을 요리해 먹는 콘텐츠를 올렸다. 유튜버 자산먹보와 헌터팡 등은 늑대거북을 손질해 수육이나 탕으로 조리한 뒤 식재료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들은 늑대거북을 레몬주스, 월계수잎, 양파, 파슬리 등을 활용해 삶아서 먹거나, 감자, 방울토마토, 다진 마늘, 설탕 등을 넣은 조리법을 소개했다. 일부는 삼계탕보다 깊은 맛이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고기 질감은 닭고기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다리는 부드럽고 쫀득한 편이며, 발바닥 부위는 닭발처럼 조리하면 먹기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단점으로는 손질이 까다롭고 핏물 제거를 충분히 해야 하며, 지방이 많아 장시간 조리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단맛은 거의 없고, 조리 방식에 따라 풍미가 갈린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늑대거북 요리를 통해 생태계 교란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생물 자체를 식재료로 활용해 개체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 남부에서는 늑대거북을 포함한 터틀수프가 전통요리로 자리잡고 있다. 18세기~20세기 초에는 대통령 식탁에 오르던 보급식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국내에서도 과거부터 자라를 이용한 용봉탕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자라 대신 늑대거북을 활용할 경우 경제성과 생태계 안정이라는 실용적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안전한 조리와 포획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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