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골리앗 쓰러뜨린 ‘우리 동네’ 축구팀 부천FC의 기적
개구리즙·샤워기 후원까지…저예산 구단의 반란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봄기운과 함께 개막한 한국 프로축구 K리그는 초반 스포트라이트가 시민구단 부천FC1995를 향하고 있다. 2008년 3부 리그에서 시작한 부천은 2013년 2부 리그인 K리그2에서 현존 구단 중 가장 오랜 시간 승격하지 못한 팀이었다. 지난해 13년의 기다림을 끝내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꿈에 그리던 K리그1으로 올라온 부천은 올 시즌 개막 1·2라운드에서 놀라운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K리그1과 코리아컵을 모두 석권한 전북 현대와의 개막전에서 3대2 역전승 기록을 썼다. 외국인 공격수 갈레고와 몬타뇨의 득점과 특유의 끈질긴 조직력을 앞세워 전력에서 몇 수는 앞선다는 전북을 경기 내내 괴롭히며 거둔 감격의 승리였다. 지난해 울산 HD를 꺾은 FC안양에 이어 2년 연속 승격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잡는 이변이 벌어졌다.

K리그의 대표적 저예산 팀…동네 식당·제과점 등과도 후원 협약
놀라움은 홈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전북과 함께 올 시즌 K리그1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대전 하나시티즌을 다시 몰아붙였다. 후반 27분 갈레고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앞서간 부천은 종료 직전 통한의 실점을 했다. 그러나 1만 명이 넘는 팬들이 찾은 부천종합운동장은 K리그1에서 자이언트 킬링을 이어가는 부천의 상승세에 환호했다.
개막을 앞둔 시점만 해도 최하위 후보로 꼽혔던 부천은 2라운드를 마친 시점에 1승1무로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단 예산에서 K리그1 최하위(군 팀인 김천 상무는 제외)인 부천이 대기업 구단들을 상대로 정반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초반 대진이 우승 후보들과 연달아 만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낸 큰 돌풍이다.
부천은 K리그의 대표적인 저예산 팀이다. K리그2 소속이던 2025년 예산은 55억원 수준이었다. 본예산이 49억원이었고, 추가경정을 통해 6억원을 더 지원받았다. 같은 시도민 구단이지만 지난 시즌 100억원이 넘는 지원을 받아 K리그2 우승을 차지한 인천 유나이티드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100억원 내외의 예산을 꾸준히 편성받은 경남FC, 성남FC, 충남아산 등도 있었다.
2026년 승격과 함께 지원이 크게 늘어났지만 본예산은 100억원에 못 미친다. K리그1에서 생존 경쟁을 하려면 최소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건 축구계의 인식이다. 전체 시도민 구단 중 수원FC가 150억원으로 1위, 강원FC가 120억원으로 2위 규모로 알려졌다. 강원의 경우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가 매년 후원하고 있어 실제 예산은 그 이상이다.
선수단 연봉 규모에서 2025년의 부천은 K리그2 14개 팀 중 10위였다. 총 37억5182만3000원을 썼다. 그런데 리그 순위는 3위였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인건비만 71억원 넘게 쓴 1부 리그의 수원FC를 꺾는 극강의 효율을 보여줬다. 2026년 부천의 인건비는 50억원대 규모로 팀 입장에선 역대 최다 금액이다. 하지만 1·2라운드 상대였던 전북과 대전은 지난 시즌 기준 200억원 내외의 인건비를 썼다. 대구FC의 세징야 한 명 몸값(21억원)이 지난 시즌 부천 팀 전체 연봉의 3분의 2 수준이다.

낙하산 없는 스카우팅, 클린 운영으로 머니볼에서 승리
승격이라는 거대한 이벤트에 맞춰 부천시가 역대급 지원을 했지만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스폰서를 구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부천이 택한 것은 수십 개 작은 스폰서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건강즙을 판매하는 '와와부자'다. 개구리즙을 판매하는 와와부자는 K리그2 시절부터 부천을 후원했다. 승격을 기점으로 개구리즙이 승격의 비결이라는 홍보로 유명해졌다.
부천의 오랜 팬인 김세영 대표가 경영하는 '바스템'도 후원사다. 욕실생활용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바스템은 2017년 후원 가맹점으로 출발, 2023년 스폰서로 합류했다. 부천 선수들은 전지훈련 기간 등에 개구리즙을 마시고, 바스템의 필터 샤워기를 쓰는 콘텐츠를 찍으며 최대한 후원사들을 홍보한다. 부천자생한방병원, 오정본병원, 스페이스작 등 타 구단 스폰서와 규모에선 비교가 안 되지만 부천시의 다양한 법인과 착실히 후원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 식당, 제과점 등을 대상으로도 후원 협약을 늘려가는 중이다.
75만 명 인구의 부천시는 개발이 한계에 부닥치며 인근 도시로 주거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 2022년 인구 80만 명 선이 붕괴된 뒤 계속 감소세다. 문화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스포츠 불모지에 가까운 도시에 프로축구팀이 탄생한 스토리 자체도 기적이다. 원래 부천시를 연고로 하던 부천 SK가 있었다. 하지만 SK 구단이 제주도로 이전했고, 남겨진 부천 팬들의 분노는 2007년 자신들의 팀을 창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아마추어, 세미프로 리그를 거쳐 프로 2부에서만 13년을 인내하며 1부로 올라온 부천은 지역 스포츠팀 성장의 왕도를 보여준다.
FC바르셀로나처럼 팬들이 중심이 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이 준 특징이 있다. 팀 운영에 비리가 적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낙하산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2021년 부임 당시 이영민 감독이 장덕천 전임 시장과 한 약속이다. 조용익 현 시장도 팀 운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자체 지원을 받는 특수성 때문에 시민구단은 암암리에 지역의 입김이 선수 스카우트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부천은 구단주인 시장이 솔선수범을 하니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기반으로 부천은 클린 운영을 표방한다. 타 구단의 경우 좋은 선수를 대거 보유한 특정 에이전트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반면 예산이 많지 않은 부천은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이영민 감독은 특정 에이전트에 치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5년 기준으로 34명의 선수가 등록된 부천과 계약한 에이전트는 15명이 넘었다.
이영민 감독은 국내외 선수를 가리지 않고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 빛나게 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노력한 만큼 기회를 주는 것. 그 덕에 이 감독 부임 후 부천은 실패한 유망주들이 가장 가고 싶은 팀이 됐다. 오재혁·이동희·서명관·안재준·박현빈 등 매년 어린 선수들이 대성하며 팀에 큰 이적료를 안겨주고 떠났다.
당당하고 깨끗하게 팀을 운영하는 이영민 감독과 그 방식을 서포트하는 김성남 단장 체제는 부천이 지난 수년간 예산보다 몇 계단 더 높은 순위를 내는 효율을 만들었다. 현대 프로스포츠가 쩐의 전쟁으로 불리지만 부천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골리앗들과 싸우는 부천식 머니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모델을 완성한 이영민 감독은 부천시와 최근 2028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며 미래를 위한 동행을 결정했다. 감독 목숨이 몇 개월 단위로 오락가락하는 파리 목숨인 최근 한국 프로스포츠 생태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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