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무슨 보험이 이래?”…선원인데 배 타다 죽으면 보험금 못 받는다니 [어쩌다 세상이]
설명 없었다면 보험사 면책 주장할 수 없어
“보험금 지급 분쟁 시 경유계약 가능성 확인을”
여기서 중요한 내용이란 사회통념에 비춰 보험계약자가 계약 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합니다.
보험사에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는 해당 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상해보험 약관을 예로 들어 봅니다.
상해보험 약관에 보면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직무상 선박에 탑승 중 발생한 위험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규정된 것입니다.
A씨는 2014년 자신을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로 한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A씨가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 2억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A씨는 보험가입 후 기관장으로 선박에 탑승했다가 조난을 당했습니다. 안타깝게도 A씨는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이후 A씨의 자녀 등 상속인들은 가장인 A씨의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는 직무상 선박에 탑승 중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상속인들은 보험금을 포기한 채 한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약관의 설명의무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A씨가 보험가입 당시 직무상 선박 탑승 중 사고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같은 경우 해당 약관 조항이 보험계약의 내용에 포함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상속인들은 A씨가 보험가입 때 담당 보험설계사로부터 해당 약관 조항에 대해 설명을 듣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상속인들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계약 관계 서류에 기재된 보험설계사 C씨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데다, 실제 가장인 A씨가 보험가입 때 청약서에 사인을 받아간 게 A씨의 먼 친척이었던 B씨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험 청약서에는 A씨가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주소가 A씨의 주소로 기재돼 있기도 했습니다.
소송에서는 보험계약 서류에 적혀 있는 A씨의 필적이 A씨의 친필이 맞는지 감정이 이뤄졌습니다. 결국 감정 결과는 A씨의 필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소송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정을 감안한 결과 보험사가 해당 약관 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사가 A씨의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보험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소위 ‘경유계약’이라고 합니다. 보통 설계사 코드가 없는 사람이 다른 설계사 코드로 계약을 체결한 뒤 수수료를 나눠받는 형태입니다.
이번 소송 사례도 사실상 경유계약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경유계약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담당 설계사와 제대로 대면하지도 못하고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만큼 사실상 설명의무가 이행될 수 없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만약 보험증권 등에 담당 설계사로 기재돼 있는 사람이 보험계약 당시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유계약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과정에 분쟁이 생겼다면 관련 약관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해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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