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이 정말 있다면 어떤 게 원인이 될까?

조회 15,6022025. 1. 18. 수정

주기적으로 자동차 급발진 주장 사고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이 급발진을 걱정하는데, 휴먼 에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페달 블랙박스 설치 필요성 여론이 거세졌고, 정부에서는 차량 구매 시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선택 사양으로 할 것을 국내외 주요 완성차 제조사에 권고했으나 제조사에서는 개발에만 5년이 걸린다며 거부했습니다.

제조사의 대응이 마치 은폐하려는 것과 같아서 사람들의 의심에 불을 지폈는데, 2024년 7월 9일 급발진 주장 사고자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최초 공개됐던 적이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 60대 택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 대신 엑셀레이터 페달을 6차례 밟는 모습이 촬영됨에 따라 휴먼 에러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 6월까지 급발진 주장 사고 신고 건수는 456건이었고, 신고자 연령이 확인된 사례 396건을 연령별로 나누어서 비교한 자료가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에 실제 연령별 운전자 수를 추정할 수 있는 보험 가입 차량 수(부보대수)와 비교해봤는데, 애초에 흔한 사고가 아니어서 발생 확률 자체는 낮으나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급발진 신고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급발진은 정말 없는 것이고,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 걸까요? 대부분 사람이 기술적인 원리에 대해서는 모른채 사고 상황만 놓고 급발진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에 어떤 경우에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급발진이 처음 언급된 건 1998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서입니다. 보도자료는 오토미션, 그러니까 자동 변속기를 탑재한 자동차를 위주로 다루었는데, 수동 변속기 차량은 평지에서 멈춰있을 때 클러치 페달을 밟고 있으면 엔진과 변속기의 동력이 차단되므로 엔진 회전수가 급격히 올라가도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클러치 페달이 없는 자동 변속기 차량은 중립기어(N)로 놓지 않는 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만 떼면 엑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이 앞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때 엔진 회전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급발진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을 이야기한 겁니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차량 요인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은 희박했고, 수동 변속기와 자동 변속기 차량의 페달 배열이 다르므로 운전자 오인으로 인한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 변속기가 대중화된 지금의 경우는 어떨까요? 정말 급발진이 존재한다면 크게 물리적인 요인과 전자적인 요인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물리적인 요인부터 보면 대표적으로 일본의 자동차 제조 업체에서 만든 차량이 미국에서 2007년과 2009년 급발진 추정 사고로 인명 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급발진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운전석 바닥 매트의 구조적인 결함이 제시됐는데, 매트가 차량 바닥에 고정되지 않고 쉽게 분리되어 엑셀 페달 쪽으로 밀려나 걸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또한, 매트의 간섭 외에도 엑셀 페달의 스프링에 문제가 생겨서 밟은 후 되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회사는 전 세계에 출고된 약 1천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했고, 12억 달러(*당시 한화 1조 3천 억원)라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그리고 디젤 차량은 이와 별개로 급발진 가능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버런(Over run)이라고 하는 증상으로 스파크로 엔진을 점화하는 가솔린 엔진과는 달리 디젤 엔진은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압축착화방식을 사용합니다.

디젤 엔진은 항상 고온 고압을 사용하므로 관리가 소홀하면 실린더 안에 엔진오일이 유입될 수 있는데, 엔진오일이 연소하면 흰색의 매연이 나오면서 비정상적으로 엔진 회전수가 증가하며 차량이 급가속합니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기계적 고장이 생겨 이상이 생기는 경우이므로 기술적인 차이가 있어서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급발진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물리적인 요인에 의한 가능성을 살펴봤고, 다음은 전자적인 요인에 의한 가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현대식 자동차는 성능과 연비 향상을 위해 엔진 컨트롤 유닛(Engine Control Unit), 줄여서 ECU를 이용해 차량을 제어합니다.

과거에는 공기의 유입량을 조절하는 스로틀 밸브와 엑셀 페달이 금속 케이블로 연결됐는데, 페달을 밟는 각도에 따라 밸브가 더 많이 열리는 기계적인 연결로 엔진이 작동했습니다.

이후 ECU가 도입되고 나서는 엑셀 페달의 각도를 감지하는 센서 'APS(Accelerator Position Sensor)'와 스로틀의 개방 정도를 파악하는 센서 'TPS(Throttle Position Sensor)'가 장착됐고, 둘의 전기 신호값이 ECU에 전달되면 현재의 주행 상황에 적합한 공기 유입량을 실시간으로 판단해 과거보다 섬세한 방식으로 엔진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종종 급발진의 원인으로 전자장치의 고장 가능성을 주장하는데, 겉으로 멀쩡한 전자제품이 갑자기 고장나는 것처럼 자동차도 고장날 수 있으므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ECU나 각종 센서 등의 전자장치에 오류가 생긴다고 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다중화되어 있어서 급발진으로 이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예를 들어 APS는 페달을 밟는 각도를 전압으로 변환하여 전기 신호값을 ECU에 전달하는데, 센서는 APS 1, APS 2 등 2개로 되어 있고, APS 2는 APS 1의 전압값 절반의 출력을 내도록 한 뒤 2개의 신호값을 비교하여 이중 체크합니다.

만약 비교한 전압 비율이 오차 범위를 넘어서면 오류로 판단하고, 정상 범위값을 사용하여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공기의 유입량을 결정하는 TPS도 APS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만약 APS와 TPS가 모두 고장났다면 페일 세이프(fail-safe) 모드로 진입하여 엑셀 페달과 관계 없이 스로틀 밸브의 개방 각도를 5~10˚로 낮게 고정합니다.

이에 따라 엔진 회전수가 1,500rpm 이하로, 차량 속도도 30~40km/h로 제한됩니다. 즉, 전자센서 오류는 급발진보다는 오히려 출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이외에도 엑셀 페달의 각도와 공기의 유입량은 일정한데, 갑자기 고압 연료 펌프 이상으로 연료량이 급증하는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기량보다 연료량이 많을 때는 연소 조건이 맞지 않고, 연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고등이 들어오며 시동은 꺼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마저도 예방 장치가 갖춰져 있는데, 가솔린 엔진의 ECU에는 공기와 연료의 적절한 비율인 공연비(Air Fuel Ratio)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공기와 연료의 비율이 14.7대1일 때 최적의 연소가 이루어지고, 이를 맟추기 위해 각각의 유입량을 끊임 없이 조절합니다. 이때 공기의 유입량에 맞춰 연료를 조절하는 것이지 연료의 유입량에 맞춰서 공기를 조절하는 것은 아니므로 연료가 갑자기 많이 유입돼도 급발진으로 이어지긴 어렵습니다.

끝으로 각종 센서가 주는 전압값이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ECU 자체가 고장 날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앞서 나왔던 일본의 자동차 제조 업체의 급발진 추정 사고 때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나사(NASA)와 함께 ECU 오류를 의심했고, 2010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전자적 결함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는데, 결과적으로 명확한 원인이 될 만한 오류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ECU의 오류가 급발진의 원인이 된다면 위 세 가지 조건에서 일관된 급발진이 발생해야 합니다. ECU 오류로 인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통계로 입증될 만큼 일관된 결함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자장치 오류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된 적은 없습니다.

급발진의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가능한 방향에서 살펴보고 있으나 전자적인 요인에서 접근해보면 보다시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하지만 분명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있고,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주행 중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패닉에 빠져 기본적인 대응조차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휴먼 에러의 가능성을 반드시 열어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똑바로 밟아야 합니다.

최근 차량에는 기술적 예방책으로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rake override system), 이른바 BOS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엑셀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BOS에 의해 브레이크 페달이 우선되도록 해 가속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BOS가 작동하지 않는 전자적 오류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브레이크 페달은 페달-유압 라인-브레이크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작동합니다.

다만, 시동이 꺼지면 진공 보조 브레이크 시스템도 꺼지면서 페달이 뻑뻑해지므로 평소보다 강하게 밟아야 합니다. 또 밟는 동시에 엔진의 동력이 변속기에 전달되지 않도록 기어를 중립(N)으로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기까지 자동차 급발진과 관련한 문제가 발달하게 된 상황부터 발생 가능성, 발생 시 대응 등을 알아봤습니다. 여러 요인을 고려해봤으나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급발진과는 차이가 있거나, 방지 장치가 갖춰져 있어서 발생 가능성은 낮아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운전 중 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릅니다. 항상 사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김진호 전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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