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사수 성공한 與…위상 높아진 韓은 작심 발언 쏟아내

재·보궐 선거서 선방한 與
바로 대통령실 겨냥한 韓
“쇄신과 변화가 국민 명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무난한 성적표를 거둠에 따라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도 직접적인 타격은 피하게 됐다. 국정 지지율 하락 추세에도 텃밭에서 신승을 거둔 만큼 대통령실을 향한 한 대표의 압박 수위가 더00 높아질 수 있단 관측이다.

한 대표는 재보선 이튿날인 17일 곧바로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김 여사 관련 인맥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참모들의 인적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 김 여사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하고 변화하란 것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이라며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 지적했다.

이어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와 관련해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가지도 요구했다.

그간 대통령실과의 공공연한 갈등, 친윤(親윤석열계)의 압박, 당정 지지율 동반 추락 등으로 지위를 위협받던 한 대표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는 평이다. 비공식 채널로도 전달할 수 있는 요구 사항을 공론화함으로써 대외적으로도 당정의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당이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거둔 최종 성적이 2대2 무승부여서 대통령실의 변화까지 촉구하기엔 역부족이란 진단도 나온다. 여당의 한 현역 의원은 “용산을 직격하려면 그래도 3대 1은 돼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계 관계자는 “당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지지자들에게는 (한 대표의 요구가) 반갑겠지만, 또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라며 “가장 민감한 부분을 언급한 것인데 대통령실에선 선전포고라고 볼 수도 있다. (윤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 대표가 재보선에서 격전지 중 하나였던 부산을 6번이나 찾았고, 또 20%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한 만큼 윤 대통령과 독대를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는 중론이다. 이르면 내주 초 있을 독대에서 두 사람 간 어떤 현안이 논의될지에 친한·친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는 이유다.

친윤계의 경우 한 대표에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그가 김 여사 문제를 공론화하며 ‘내부 총질’을 했다는 데서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또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단일 후보가 승리한 것을 두고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당정 변화와 계파 갈등 중 어느 것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두 사람의 독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명태균 리스크’ 등 당정의 발목을 잡은 사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어떤 해법을 모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