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롯데, 3세 신유열 부사장 승진...계열사 대표 36% 물갈이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부진한 계열사 대표를 대폭 물갈이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유동성위기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롯데그룹이 오너 3세의 전면 경영참여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고강도 쇄신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전체 계열사 대표이사(CEO) 중 36%인 21명이 교체됐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14명의 대표만 바꾼 데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우선 신 전무가 부사장으로 영전해 경영 전면에 나선다. 그가 지난해 전무에 오른 데 이어 1년 만에 초고속 승진한 것은 그룹의 위기를 넘길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롯데는 최근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 악화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가 모라토리엄설로까지 확대되며 그룹 전체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신 부사장은 1986년생으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환경정보학을 전공했다. 이후 2008년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이 시기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20년 일본 롯데주식회사 영업본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전격 합류했다.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맡아 재무 전문성을 높여왔다. 또 롯데케미칼 도쿄지사,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에서 그룹 내 미래사업과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롯데지주에서 신 부사장을 보좌할 인물로는 이번 인사에서 사장에 오른 노준형 부사장이 낙점됐다. 롯데그룹의 감사를 담당하며 '실세' 역할을 하던 경영혁신실은 사업지원실과 통합돼 그룹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위기설의 진원지인 화학군에서도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10명이 교체됐다.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들이 모두 물갈이됐다. 대신 조직 내부에서 검증된 인재들을 새 대표로 기용하며 화학군 체질 개선에 나선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용퇴한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재임할 때 추진했던 일부 인수합병(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 화학군 신임 총괄대표에는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부사장)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총괄대표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한다. 또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는 황민재 롯데화학군HQ CTO 전무가, 롯데정밀화학 대표는 정승원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가 맡게 된다. 아울러 롯데 화학군의 임원 30%가 퇴임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호텔롯데사업부도 3명의 대표가 모두 바뀌었다. 우선 호텔롯데 대표에는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이 내정됐다. 정 대표는 호텔롯데법인(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롯데호텔)을 총괄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도 겸임한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는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이, 롯데월드 신임 대표에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전무)이 내정됐다.
대규모 인적쇄신이 이뤄지는 가운데 롯데의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 CEO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 등이 유임됐다. 추진 중인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에 따라서다.
롯데는 비상경영 체제에서 임원 규모를 축소하고 세대교체도 가속화한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 (35%)이 퇴진하며, 이를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된다. 60대 이상 임원의 절반 이상이 퇴임하는 셈이다. 대신 70년대생 젊은 임원을 내부 승진시켜 젊은 피를 수혈한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 등 12명의 70년대생 임원들이 신임 CEO로 임명됐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도 영입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2월11일자로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를 새 대표로 선임한다.
롯데는 연말에 단행해온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로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