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가이즈로 쓴맛 본 김동선, 이번엔 2000억 리조트 승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드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 사진 제공 = 한화갤러리아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론칭 2년 만에 매물로 내놓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이번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5성급 리조트 인수를 추진하며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본업인 백화점은 물론 애정을 쏟은 식음료(F&B) 사업에서 연이어 쓴맛을 본 상황에서 또 다른 베팅에 나선 것이다. 김 부사장이 애정을 쏟았던 파이브가이즈의 조기 철수라는 뼈아픈 실패를 프리미엄 숙박업 진출로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파라스파라 서울, 5성급 포트폴리오 강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북에 있는 파라스파라 서울 전경. / 사진 제공 = 파라스파라 서울

22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서울 강북구에 있는 5성급 리조트 '파라스파라 서울'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인수 가격은 2000억원대로, 시행사인 정상북한산리조트 지분 100%가 검토 대상이다. 김 부사장의 인수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사장이 파라스파라 서울을 품에 넣으려는 것은 서울권 프리미엄 숙박 포트폴리오가 부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그간 레저 및 숙박 부문 투자에 인색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지방 거점에 편중돼 있었던 만큼 포트폴리오 보강의 필요성을 느낀 데 따른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부터 제주 애월과 통영에 조 단위 관광단지 신규 개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인천시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 사업까지 추진하며 공격적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기준 리조트는 설악, 용인, 거제, 제주 등 전국 12곳에서 운영 중이다.

반면 서울에서는 시청 앞 더플라자 호텔이 유일한 숙박시설이다. 그마저도 노후화된 시설과 인프라 경쟁력 저하로 인해 주변 특급 호텔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객실 예약도 내년 3월까지만 가능해 일각에선 폐업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파라스파라 서울이 이를 대체할 전략 자산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검토만 했을 뿐 정해진 것은 없다”며 “더플라자 호텔 영업 종료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본업과 F&B에서 몸살

지난해 6월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 1주년을 기념해 강남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가운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한화갤러리아

김동선 부사장이 프리미엄 리조트에 군침을 흘리는 배경에는 본업과 외식업에서 겪는 부진을 만회하려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이자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를 매각하기로 한 결정이 인수전에 불을 지핀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파이브가이즈는 갤러리아, 파라스파라 서울은 인수를 추진 중인 호텔앤드리조트가 각각 주체지만, 두 회사 모두 김 부사장이 관할하는 핵심 계열사다.

파이브가이즈는 2023년 6월 김 부사장이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브랜드다. 론칭 전 홍콩에서 매장 운영 교육을 수료하고 국내 출점을 진두지휘할 만큼 애착을 보였으나 불과 2년 만에 사업체를 매물로 내놓게 됐다. 시장에선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마케팅 수수료 등 수익 구조의 비효율성을 철수 원인으로 꼽는다. 외형 성장과 달리 내실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으로선 뼈아픈 실책으로 남을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처음으로 직접 챙긴 상징적 브랜드를 조기 철수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글로벌 프랜차이즈 운영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근본적으로 수제 버거 수요가 꺾이는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김 부사장은 F&B분야에서 연이은 도전과 부침을 겪으며 신뢰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5월에는 급식업계 2위 아워홈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자체 밸류 체인을 구축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도 선보였다. 하지만 같은 달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로봇 우동 가게 ‘유동’은 개점 한 달 만에 폐업했고, 앞서 로봇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X’도 오픈 1년여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본업도 녹록지 않다. 1분기 갤러리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6% 감소했고 호텔앤드리조트의 적자는 3배 넘게 확대됐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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