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덜어주는 농가 효자 떴다....노후 트랙터도 '자율주행'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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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갈수록 폭염, 폭우 빈도가 늘면서 물량 수급이 불안정해진 채소·과일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인구 고령화를 해결할 '스마트농업'이 새삼 주목을 이끈다.
하지만 농촌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들이 적절한 가격에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을 선보이며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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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상기후로 갈수록 폭염, 폭우 빈도가 늘면서 물량 수급이 불안정해진 채소·과일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인구 고령화를 해결할 '스마트농업'이 새삼 주목을 이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스마트농업을 종합·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인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스마트농업법)'이 26일부터 시행됐다. 2027년까지 전체 농업생산의 30%를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사실 농업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이 매우 낮은 산업이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과 설비, 새로운 사업모델로 무장한 농업 분야 신예 기업들이 그 변화의 중심에 서서 스마트농업 발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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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00~900만원이면 사람 없이 혼자서 농사 짓는 자율운행트랙터로 개조합니다."
중남미와 같이 대농 중심의 농업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농사 규모가 비교적 작은 중·소농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농기계'는 그림의 떡이었다. 작업량에 비해 구매비용이 크게 들어서다. 하지만 농촌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들이 적절한 가격에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을 선보이며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긴트'가 꼽힌다. 기존 구형 농기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탈부착형 자율주행 조립세트(키트) 형태의 제품 '플루바오토'를 개발했다. 온전한 완성품을 사는 건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아이템이다. 대략 1000여만원 선에서 필수 조립부품을 사다 부착하는 간편한 형태 덕에 농민들의 자율주행 기술 활용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오차범위 2.5㎝ 이내로 정밀하게 작업을 할 수 있고, 고정밀위치정보(RTK-GPS) 기술을 사용해 직진뿐만 아니라 선회까지 가능해 최대 50%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랙터뿐 아니라 이앙기, 관리기 등에도 똑같이 탈부착해 자율주행 기능을 누릴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위성 지도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자율주행 기능 및 농작업 이력 관리가 가능한 사용 환경도 구축했다. 현재 긴트의 자율주행 기술은 국내 전체 농지의 약 1.3% 면적(6063만평)에 적용됐고, 점차 확대 중이다. 이러한 기술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누적 350억원의 시리즈 B투자를 유치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분야 우수 벤처창업 기업을 뽑는 '이달의 에이(A)-벤처스'로도 선정됐다.
2022년 8월 설립된 아그모(AGMO)도 탈부착식 자율주행 농기계 조향 키트를 만든다. 농기계 천장에 아그모 센서(GPS) 모듈을 부착하고, 기존 핸들을 탈거해 모터가 달린 오토스티어(자동 조향) 핸들로 교체해 장착한다. 그다음 자율주행을 조작할 수 있는 산업용 태블릿 PC인 HMI(Human Machine Interface) 모니터와 카메라 2대를 부착하면 설치가 끝난다. 정교해진 주행 능력은 수확량을 10% 이상 끌어올리고 경작 시간도 20% 단축할 수 있다. 아그모 관계자는 "우리나라 농지는 크기와 모양에 제각각이라서 다각형 농지 작업에 알맞은 경로를 생성하는 게 자율주행 농기계 기술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농지에서 직진과 선회 성능 테스트를 해본 결과 평균 오차가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 정도인 2.6cm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농가의 '불편한 지점'을 맞춤형으로 핀셋 지원하는 기술도 각광을 받는다. 특히 수확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술은 농가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해줘 인기다. 지능형 농업 로봇업체 메타파머스는 소프트 그리퍼(로봇손)를 활용해 작물을 손상 없이 수확한다. 그리퍼 아래 부착된 두 개 카메라와 센서는 작물이 익었는지를 파악한다. 요즘 가장 '핫'한 AI 비전 검사 기술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주로 딸기, 토마토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과일 농가를 대상으로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메타파머스 관계자는 "AI 비전 기술이 작물의 전체적인 상태를 인식하므로 과실의 숙성도뿐 아니라 병해충 피해 여부도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도나 품질 선별 비파괴 검사 솔루션으로 출하를 앞둔 농가의 일손을 돕는 스타트업도 있다. 한밭아이오티는 AI 계란품질검사시스템인 코코봇 AI 비전을 내놨다. 기존 계란 검사는 사람이 무작위로 골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금이 가거나 깨지고 오염 물질 전이도 발생했다. 코코봇 AI는 AI 비전 카메라로 내부 상태를 파악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주로 흰자와 노른자의 위치 및 색상을 보고 신선도를 판단하는 원리인데 신뢰도가 95% 이상이다.
특용작물이나 과일 위주이던 스마트팜의 용도 확장도 눈에 띈다. 반달소프트는 '곤충 전용 스마트팜'을 개발했다. IoT 기반 내부 센서, 자동급수, 온습도 조절장치 등 사육 환경에 최적화된 시설로 식용곤충 시장을 정조준했다. 반달소프트 관계자는 "유용 곤충인 쌍별귀뚜라미와 풀무치는 식품공전에 등록된 식용곤충으로, 소고기의 3배, 계란의 5배 이상 단백질이 함유됐다"며 "곤충은 미래 식량자원으로 다양한 종의 곤충 사육 시설을 통해 생산량 증대 및 인건비 절약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부산물을 이용해 '리사이클링 시장'을 겨냥한 제품도 주목을 이끈다. 어반랩스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 재료인 '커플로어'를 내놨다. 커피박을 친환경 식품 원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빵, 케이크, 국수, 아이스크림 등에 넣어 단백질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기능성 재료다. 통계청에 따르면 커피 수입량은 2021년 서울시 기준으로 18만9502톤(t)에 달한다. 여기서 나온 커피박 발생량은 약 145톤이다. 커피박 폐기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 김선현 어반랩스 대표는 "커플로어로 빵 1개 생산 시 감축할 수 있는 탄소는 107.4g 정도로 국내 소비되는 빵 5%를 커플로어로 생산하면 연간 9918마리 소를 사육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컨티뉴는 식물 부산물인 셀룰로스(섬유질 성분)을 추출하는 기술을 통해 '비건 가죽'을 제조한다. 선인장 잎, 녹차 부산물, 참깨박, 장미 줄기, 카카오 껍질, 사과 껍질, 귤 껍질, 고구마 줄기 등 다양한 부산물에서 뽑아낼 수 있다. 그린컨티뉴 관계자는 "식물 원단은 소가죽보다 긁힘에 더 강하다"며 "일반 가죽처럼 고형폐기물과 고농도 화학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은 데다 비건 가죽 사용 시 선인장 농장 1만 평당, 약 7000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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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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