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와 영업이익률 9% 이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앞으로 4년간 100종 이상의 신차를 투입하고 글로벌 생산능력을 127만대 늘린다. 자동차 판매 확대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자율주행, 배터리, 로보틱스까지 사업 경쟁력의 축을 넓힌다.
주주환원도 강화한다. 총주주환원율 35% 이상을 유지하고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한 기존 보유 자사주는 전량 소각한다. 26일 공시한 소각 대상 자사주는 전일 종가 기준 약 8000억원 규모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중장기 사업·재무 전략을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박민우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 이승조 재경본부장(CFO)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2030년 현대·제네시스 합산 글로벌 판매 목표는 555만대다. 올해 판매 목표 415만8000대보다 139만2000대, 약 33.5% 많은 규모다. 전동화차량(xEV) 비중은 전체 판매의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기존 목표를 유지했다.
회사는 지정학적 위험과 중국 업체의 공세, 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완성차 사업의 기초 경쟁력을 바탕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 판매는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고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회사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뇨스 사장은 "더 많은 모델과 파워트레인을 제공하고 신규 차급과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로봇과 로보택시 생산·배치까지 아우르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신차 공세도 거세진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완전변경과 부분변경, 파생모델을 포함해 전 세계에 100종 이상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가운데 18종 이상은 현재 판매 모델이 없는 새로운 차급에 진입하는 완전 신차로 계획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제네시스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를 국내와 미국에서 판매한다. 누적판매 1000만대를 기록한 투싼과 투싼 하이브리드도 하반기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모두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투입한다.

생산능력은 2030년까지 127만대 확대한다. 지역별로는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다. 네 지역을 합치면 목표치인 127만대와 일치한다.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에 무게를 둔다.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50%까지 높인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에서 싼타페 EREV를 판매할 계획이다.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이다. 현대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0km이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유럽 판매 차량 중 처음 적용한다.
인도에서는 SUV 판매 비중을 2030년 80%까지 끌어올리고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으로 높인다. 수출 비중은 최대 30%까지 확대한다.
중국에서는 현지 특화 모델과 현지 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병행한다. 올해 공개한 아이오닉 V에 이어 내년 소형 전기 SUV와 준중형 EV·EREV 겸용 모델을 출시하며 2030년 중국 법인 판매를 중국 외 지역을 포함해 5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내 공장은 제조혁신의 시험대가 된다. 울산 EV 신공장은 AI 기반 품질 관리·검사와 108개의 첨단 생산기술을 도입한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으로 운영한다. 울산 1공장과 4공장도 내년부터 재건축한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전략을 순수전기차 일변도에서 넓힌다. 최근 공개한 대형 전기 SUV GV90에 이어 GV80 하이브리드, EREV SUV, 고성능 GV60 마그마 등을 갖춰 EV와 HEV, EREV, 고성능차를 함께 운영한다.
현대차는 GV80 하이브리드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복합연비 기준 효율을 약 25% 높였다고 밝혔다. 내년 초 출시할 제네시스 EREV SUV는 회사 목표 기준 10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예정이다.
판매 지역도 확대한다. 올해 4분기 스페인을 시작으로 내년 오스트리아, 덴마크, 폴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시장을 추가하고 향후 인도와 아세안까지 진출한다. 2030년 제네시스 판매 목표는 전 세계 40여개국 35만대다.

미래차 전략의 중심에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아 AI 성능을 높이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 자리한다.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AI와 서비스를 개선하고, 결과물을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다시 차량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부터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적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에서도 같은 방식을 쓴다. 현대차와 기아, 포티투닷, 모셔널이 각각 확보한 데이터를 통합 활용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 생태계를 기반으로 센서 체계를 표준화한다.
연말에는 광주 지역에 자율주행 AI '아트리아 AI'를 투입해 돌발상황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첫 SDV 양산 모델은 2028년 나온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자율주행 레벨2+ 기술을 적용하고 이후 아트리아 AI 적용 차량을 늘려 레벨2+부터 레벨4까지 자율주행 기술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규모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에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한다. 센터 규모는 100MW급으로 5만장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용할 예정이다. 연간 판매 700만대 이상인 현대차그룹 차량에서 확보하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사업도 양산 단계로 이동한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하는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웨이모에 공급한다. 향후 자율주행차 위탁생산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추진하는 제조 AI 로보틱스는 2028년 실제 공장 투입을 목표로 한다.
지난 6월 미국에 문을 연 RMAC(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에서는 제조용 AI 로봇을 훈련하고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RMAC 부지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2028년 HMGMA에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자체 배터리 셀 개발…GV90에 열전이 방지 기술 첫 적용
배터리에서도 자체 기술 비중을 높인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이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출력 성능을 2배 이상 높이고 충전시간은 40% 줄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셀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EREV에 적용한다.
EREV용 배터리는 일반적인 EV보다 용량을 50% 미만으로 줄이면서도 필요한 출력 성능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내년 출시하는 대중형 EV에는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투입한다. 동일 부피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약 30% 많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수명도 2028년까지 평균 20%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안전 분야에서는 '배터리 열전이 방지(TRP·Thermal Runaway Protection)'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한 셀에서 발생한 고열이 인접 셀로 번지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가스를 배출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GV90에 처음 적용됐다.
클라우드 BMS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1차 방어 역할을 하고 TRP가 열 확산을 차단하는 2차 방어선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NCM 각형·파우치형 배터리를 대상으로 200차례 이상 반복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030년 영업이익률 9% 이상…원가율 3%p 낮춘다
재무 목표는 이전보다 높였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를 유지하면서 2030년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상향했다. 영업이익 절대 규모도 기존 계획보다 11%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익성 개선의 또 다른 축은 원가 절감이다.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차량 전 생애주기 원가혁신에서 1.5%포인트, 재료비에서 1%포인트, 생산 현지화에서 0.5%포인트를 절감한다. 세 항목을 합하면 목표치인 3%포인트다.

주주환원은 총주주환원율 35% 이상을 목표로 한다. 최소 연간 배당금 1만원과 분기별 2500원 배당 정책을 유지한다. 총주주환원율 영문 명칭은 기존 TSR(Total Shareholder Return)에서 TPR(Total Payout Ratio)로 바꾼다. 기존 보유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전량 소각한다.
현대차는 26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수량을 제외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회사가 밝힌 규모는 전일 종가 기준 약 8000억원이다.
현대차의 이번 중장기 전략은 결국 판매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SDV·AI·배터리·로보틱스를 완성차 사업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30년 555만대 판매와 영업이익률 9%라는 목표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4년간 100종 이상의 신차 출시와 권역별 생산 확대, 미래기술 상용화 속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