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우크라이나에 투입되면···‘게임 체인저’ 될 수 있을까?
“현대전 수행 표본 얻을 기회” 주장도
북·러 군사밀착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 파병 주장이 구체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파병은 북·러 양국의 상호이익에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북한군 투입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판도까지 바꿀 수 있을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은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참석 뒤 기자회견에서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사 등 여러 분야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총 1만명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일부 장교들은 이미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의회에서도 자국 군정보기관인 정보총국(HUR)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 아니라 인력까지 제공하기 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을 “푸틴 대통령의 범죄자 연합”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들도 비슷한 보도를 쏟아냈다.키이우포스트와 리가넷은 러시아군이 제11공수돌격여단에 약 3000명의 북한군 장병으로 구성된 ‘부랴트 특별대대’를 조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미 1만명을 러시아에 보냈다거나 내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공병대를 파견한다는 내용도 있다.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탈영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BBC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한 군 소식통을 인용해 “여러 북한군이 (극동 지역에) 도착했고,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우수리스크 인근의 한 군 기지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3000명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했지만 정확한 병력은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런 주장에 선을 그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별군사작전에 누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그(젤렌스키 대통령)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했다.
북한군 파병설은 시기적으로는 러시아가 북·러조약 비준 절차에 들어가고 사실상의 ‘군사동맹’ 가시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김정은 정권은 파병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외화를 벌 수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심각한 병력 부족난을 해결할 수 있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 저항적 연대를 과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병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질적 효용에 관해서는 판단이 엇갈린다. 한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BBC에 러시아군이 전쟁 초반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죄수 수백 명의 입대를 허용했을 때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래도 이들은 모두 러시아어를 사용했다”고 짚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러시아군과 북한군의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북한군이 구(舊)소련 체계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 러시아군 운용 무기체계에 유기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한의 병력은 <2022 국방백서> 기준으로 128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전투 경험이 절대적으로 적고, 전투보다는 공학이나 건설 능력으로 더 알려져 있다.
북한군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는) 북한 장교들이 드론을 포함한 현대전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표본을 얻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국 미사일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 향후 무기 수출 증대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장기화하는 전쟁으로 심화하는 징병 부담을 덜 수 있다. 영국 분쟁연구센터(CSRC) 소속 전문가 발레리 아키멘코는 러시아군 대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북한군 투입으로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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