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金, 金銀銀, 金銀… 최민정 “굿바이 올림픽” 8년 사투 마침표
세번째 올림픽 마치고 은퇴 선언
‘너는, 이미 엄마 인생의 금메달’
“공항서 받은 엄마 손편지 큰 힘… 쇼트트랙 에이스로 기억해주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난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8)은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시 그는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 3연패(여자 1500m)와 8년 만의 여자 3000m 계주 정상 탈환 등에 대한 부담감과 싸우고 있었다.

이 씨는 편지에 “벌써 네가 올림픽에 세 번째로 출전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여섯 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던 그 작은 아이가 이렇게 큰 무대에 서다니 그 자체로 엄마는 이미 기적 같아”라면서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마음이 울컥해진다. 남들 눈에는 국가대표, 올림픽 선수이지만 엄마 눈에는 그냥 아프면 아프다고 말 못 하고 힘들어도 참고 웃던 내 딸이야”라고 썼다.
최민정은 첫 올림픽이던 2018 평창 대회에서도 엄마의 손편지를 받고 힘을 냈다. 당시 이 씨는 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항상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최민정은 당시 여자 쇼트트랙 2관왕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엄마의 편지는 마법을 부렸다. 최민정은 19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팀 동료들과 금메달을 합작했고,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주 종목인 여자 1500m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은 개인 종목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메달을 한 개 더 추가하면서 역대 여름·겨울을 통틀어 한국 선수 올림픽 메달 단독 1위(7개·금 4개, 은메달 3개)에 등극했다.
여자 1500m 은메달로 대기록을 작성한 최민정은 ‘올림픽 은퇴’를 선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정말 이제 마지막이다’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팬들이 나를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강하다는 걸 계속 보여줬던 선수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수 생활 내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민정은 “엄마의 편지로 마지막 올림픽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스케이트화를 아예 벗는 건 아니다. 최민정은 “선수 은퇴는 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소속팀과도 조율해야 한다.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여자 계주 대표팀 동료들은 이날 밀라노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 최민정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맏언니 이소연(33)은 “(최)민정이는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였다. 조금 더 (올림픽에 출전을) 해도 될 것 같은데”라며 웃은 뒤 “너무 힘들다는 걸 알기에 민정이의 선택을 응원한다.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불거진 ‘고의충돌’ 논란으로 한때 감정의 골이 깊었던 심석희(29)는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게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편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정말 많이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민정과 심석희는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합심해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최민정은 “나도 소연 언니를 보면서 ‘이렇게 나이가 많은 언니도 노력하는데 나도 참아야지’ 하면서 버틸 때가 많았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처럼 소연 언니도 정말 많이 노력했다. 맏언니에게 정말 감사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힘든 순간을 묵묵히 참아내며 여자 계주 대표팀을 ‘원 팀’으로 만들었던 주장 최민정은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동고동락한 팀 동료에게 돌렸다.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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