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안 예술, 세상을 담다…거제 지역 미술관 순례[투어테인먼트]
‘해조음미술관’ ‘갤러리예술섬’ 등 지역 작가 전시공간 인기

해금강·바람의언덕·외도보타니아 같은 유명 관광지로만 기억하고 있다면 이는 경남 거제의 일부만 아는 것이다. 거제에는 생각보다 많은 문화예술여행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경남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최다 소장한 ‘해조음미술관’과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예술섬’이 대표적인 예다. 이 두 곳에서는 거제 푸른 바다의 감성에 더해 예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바다의 소리를 그림으로 담다 ‘해조음미술관’
해조음미술관(관장 임호건)은 거제 여행객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근 ‘바다의 파도 소리(해조음)’를 테마로 거제의 자연경관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눈호강은 물론 마음까지 채우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거제섬 북부 하청면 칠천로에 있는 해조음미술관은 미술품 컬렉터 임호건 ㈜가야특수강 대표의 자택 부지에 터를 잡았다. 이제껏 수집해 온 70여 작가 430여 작품들이 이곳 공간에 제자리를 잡으며, 지난 8월 개관한 근대미술 상설전시관이다.
임 관장은 10년 전, 거제도에 정착하면서 부산을 비롯한 경남 지역 작가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작품을 수집해 왔다.
미술관은 1940~1950 ‘생명의 욕구’ 시대부터 1960년대 ‘전위적 미술의 발견’ 시대를 거쳐 19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시작’ 시대까지 경남 지역 예술가의 혼이 채워진 작품을 두루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세 동 중 한 동은 임 관장이 10년간살던 집이다.
“미술관을 짓고 싶은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자는 데 생각이 미쳤죠. 때마침 옆집에서 자기 집 좀 사달라고 떠맡기는 바람에 그 집도 인수해 지금의 해조음미술관이 됐습니다.”
해조음미술관은 부산·경남 지역 1세대, 1.5세대 작가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의 작품 선정부터 미술관 디스플레이까지 전부 임 관장이 직접 했다.

경남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특별히 수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임 관장은 “처음에는 국내·외 작품을 가리지 않았는데, 제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 이쪽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고 수집하게 됐다”며 “또 부산 작가들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공간이 없다 보니 ‘내가 하자’라는 생각에 그리 했다”고 말했다.
“거제 방문객이 1년에 1000만 명을 헤아리는데 대부분 ‘바람의언덕’ ‘해금강’을 보면 다 봤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거제에 와서 지역 미술관 한 번쯤 가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요즘 유행하는 로컬 여행의 필수 아이템으로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가 스멀스멀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거점 작가 특화 전시관
국내만 해도 강원도 양구에 가면 박수근미술관에 들르고, 충청도 아산에 가면 이종무 화백을 기리는 당림미술관을 둘러보는 게 코스가 됐다. 올해 3월에는 전남 신안에 ‘김환기 플로팅 미술관’이 들어선다.

“소장하고 있는 70여 작가 중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는 물음에 임 관장은 김종식·양달서·오영재 등 세 명의 화가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영재 선생의 온화한 그림을 좋아한다고. 색면추상의 선구자로 알려진 오영재 화백의 후기 그림 주제는 ‘파라다이스’였다.
“파라다이스는 불교에서 ‘정토’입니다. 오영재 선생은 평생 자유와 평화, 행복이 공존하는 낙원을 그리셨습니다. 선생만의 색면 분할은 동양적인 서정성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동시에 갖고 있죠. 선생은 가난 속에서도 예순이 넘도록 개인전을 열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히 작품에만 전념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되 형상을 넘어선 본질을 화폭에 담아내려 애쓰신 분이었죠.”

작품을 수집하면서 특별히 어렵게 구한 작품이 있을 것 같았다. 임 관장은 김종식 선생 작품이 의외로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한다.
“부산 분이신데도 정말 그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워낙 넉넉한 집안 출신인데다 교수를 하셨으니 (생계를 위해) 그림을 많이 그리지 않았어요. 그려도 잘 팔지 않았고요.”
미술관 디스플레이를 직접 한 임관장은 작품 하나하나에 최적의 빛을 맞추는 데 신경을 썼다. ‘전시의 완성은 조명’이라는 지론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200점 정도만 걸려던 생각을 바꿔 조금은 촘촘하다 싶게 그 두 배의 작품을 배치했다. 430점을 모두 전시하기까지 한 달 반이 걸렸다.
지역 문화 예술의 명소화 ‘갤러리예술섬’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에 자리한 갤러리예술섬(Gallery Art Island)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섬의 정체성을 담아낸 미술전시 공간이다.

갤러리예술섬은 자연환경 자체가 명품인 지세포항에 ‘지상 최후의 명품’ 미술품을 전시하겠다는 포부로 지난해 9월 개관했다.
개관전으로 현재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재효·추니박·장태묵·이길래·이인의 5인 초대전 ‘거제도 예술여행, 문화관광’전을 연 후 최근에는 △권학준 △박봉기 △한·중 아트프로젝트 사야(SAYA) △옌빈 △위세복 △이재삼 △이지훈 △장이 △조지안홍 △지오최 △추니박 △황주리의 ‘흑멸백홍: 천년의 사유전’을 개최했다.

특히 장이 작가의 ‘제행무상’ 같은 영상 작품을 전시해 미술 감상의 폭을 넓혔다. 이 작품은 중국 오대산 중대 태화지의 흙을 섞어 전통 방식으로 스님 두상을 제작한 후 오대산 야외에 두어 비·바람에 풍화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60일간 추적한 과정을 담았다.
‘황주리 스타일’이라 불리는 ‘그대 안의 붓다’ 시리즈를 공개한 황주리 작가는 “사물 위에 그린 붓다의 다양한 형상들은 사물에 깃든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 세상의 사물 중에는 귀하고 값비싼 것이나, 흔하고 값싼 것이나 세월이 흐르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한정판으로 남아 골동품으로 낡아간다. 사물에 부처를 담는 동안 내 스스로 일체의 번뇌에서 벗어나 쉼과 자유를 얻었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갤러리예술섬은 ‘아트스페이스1’ ‘아트스페이스2’ ‘아트포레스트(예술숲)’의 3개의 전시장을 바탕으로 하며 소동연가 펜션을 함께 운영한다.
자연이 만든 예술품 ‘동해 일출’
소동연가 펜션과 전시장에 마련된 커다란 동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화폭이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이면 지세포항의 일출을 갤러리 전시물과 함께 한 앵글에 담아내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밖에 제3전시장인 ‘예술숲’은 울창한 삼나무 숲을 배경으로 다양한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 사려니숲(삼나무숲)을 연상시키는 이곳 삼나무숲은 원래 배의 재료로 쓰기 위해 일본강점기에 조성한 곳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배의 재료가 철과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면서 삼나무숲은 쓸모를 잃고 방치됐다. 그런 곳을 야외전시 공간으로 꾸미게 된 데는 사물을 허투루 보지 않는 김형석 관장의 안목이 한몫했다.
부산대 미대 출신의 김형석 관장은 1991 부산바다축제를 최초로 기획한 인물이다. 그 외에도 2018 평창문화올림픽 파이어아트페스타 예술감독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거제도와 인연이 닿은 것은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그는 “갤러리예술섬을 지역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며 “많은 분이 거제를 찾아 아름다운 자연에 폭 안겨 편안하게 조각과 회화 작품을 감상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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