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비방 없었다... 월즈·밴스 ‘예의바른 정책 토론’ 호평
상대 대선 후보 단점은 부각
미국에는 ‘중서부의 친절함(Midwest Nice)’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중서부 주민들의 공격성·호전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주변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통용된 표현이다. 1일 CBS 주관 아래 열린 부통령 후보 TV토론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선의 사실상 마지막 TV토론으로 민주당 팀 월즈·공화당 J D 밴스 후보가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이 이민 정책 등 여러 현안에서 이견을 노출했지만, “당신의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가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지 몰랐다”는 말도 나왔다. 그 흔한 고성(高聲)이나 끼어들기, 말 끊기도 거의 없었다.
월즈와 밴스의 나이 차이가 스무 살이나 되지만, 두 사람 모두 중서부 출신에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백인 저소득 가정에서 태어나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월즈는 네브래스카주(州) 웨스트포인트, 밴스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 출신이다. 군 복무 경험이 있고, 달변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날 두 사람은 토론 시작에 앞서 악수를 했고, 밴스는 “토론에 참석한 주지사(월즈)가 고맙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90분 토론이 끝난 뒤에도 밴스가 월즈 쪽으로 다가가 악수를 했고, 서로의 배우자인 우샤와 그웬까지 무대로 올라와 웃는 얼굴로 얘기를 나눴다. 폴리티코는 “중서부 사람들의 친절함이 그대로 드러난 토론회였다”며 " 두 후보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였고, 서로를 열심히 바라봤으며, 밴스는 월즈가 연설하는 동안 살짝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가 여러 현안에 이견을 표출했고, 이민 정책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을 서로 비판하다 마이크가 한 차례 꺼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무역 등 일부 사안에 있어서는 월즈가 밴스의 정책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고, 밴스 역시 “우리가 이렇게까지 공통점이 많은지 몰랐다”고 했다. 특히 총기 규제 문제를 논의할 땐 월즈가 아들 거스가 17살이었을 때 커뮤니티 센터에서 배구를 하다 총기 사건을 목격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러자 밴스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정말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두 후보는 트럼프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의 2020년 대선 결과 부정, 1·6 의회 습격 사태 등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월즈가 이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규정한 반면, 밴스는 옹호하지는 않았지만 “2020년 대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토론이 끝나면 악수할 것이고, 우리가 이기겠지만 만약에 월즈가 부통령이 된다면 나는 그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며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월즈는 “오늘 밤 토론을 즐겼고 이곳에 공감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토론에 대해 “이번 선거 기간 거의 볼 수 없었던 실질적인 정책 토론이 많았고, 두 후보가 서로에게 상당한 예의를 갖춘 것이 매우 놀라웠다”며 “미국은 지금 이런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월즈가 41분 4초, 밴스가 39분 36초의 발언 기회를 가졌다고 집계했다. 월즈가 밴스(1분 21초)보다 트럼프(7분 58초)를 공격하는 데 할애한 시간이 더 많았다. 밴스도 마찬가지였는데 월즈와 해리스를 공격하는데 각각 2분 43초, 5분 30초씩을 썼다. 특히 토론을 마치고 이번 대선에서 자녀 없는 여성을 비하한 과거 발언, ‘아이티 출신 이민자가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음모론으로 논란을 자초했던 밴스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WP는 “밴스가 오늘 밤 예리하고 세련된 토론을 펼치며 자신이 강력한 토론자임을 증명했다”며 “이번 토론을 통해 그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가 바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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