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배터리 제조 기술 발달, 소재 가격 하락
저가 신차 출시도 잇따를 듯

2026년이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업계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2026년경이면 배터리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소재 가격이 하락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저가 전기차까지 출시되고 있다는 점도 전기차 수요 회복을 위한 긍정적인 요소로 제시되고 있다.

21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kWh(킬로와트시)당 149달러(약 20만4100원)였던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이 올해 말 111달러 수준까지 낮아지고 2026년에는 82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2026년에는 전기차 수요가 강력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배터리 기술 혁신과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하락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셀투팩' 기술이 개발되는 등 배터리 기술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소재 가격도 최근 3년 내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양극재 원가 중 60∼70%를 차지하는리튬 가격은 kg당 70.5위안(약 1만3570원)이다. 2022년 11월 1일 사상 최고인 kg당 581.5위안에 비교하면 약 88% 하락했다.

배터리 셀 제조 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니켈 가격 역시 t당 1만663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2022년 3월 당시 기록한 최고가 4만2995달러 대비 60%쯤 하락했다. 이밖에 배터리 삼원계 주요 소재인 망간이나 코발트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는데, 배터리 제조 원가 중에서도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소재 원가 비중은 약 6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원소재 가격 하락은 배터리 셀 제조 및 전기차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 출시도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헤닝 코스만 애널리스트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 1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5년에는 약 70개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텔란티스와 르노는 최근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저가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은 가격이 2만3300유로(약 3461만원)인 시트로엥 E-C3 소형 전기차를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1만9999유로 버전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에리 코스카스 시트로엥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수요가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르노 역시 콤팩트 전기차인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이 모델의 가격은 3만5000유로 미만일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차량 경량화 노력과 가격 하락은 상용차 시장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는 차체와 부품을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캐스팅'과 배터리 팩을 차량 구조물로 활용하는 '셀투섀시' 기술로 배터리 공간을 최적화하고 무게도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역시 울산에 기가캐스팅과 비슷한 방식의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다. 2026년부터 전기차 양산에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전기차 생태계 확장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전기차 차량 및 배터리 소유권 분리 등록제 등 14건의 모빌리티 서비스 규제 특례를 지정했다.

차량과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하게 되면 전기차를 충전하는 대신 배터리를 단시간에 직접 교환하는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기 쉬워진다. 소유권이 분리돼 높은 전기차 구매 가격에 따른 소비자 부담도 즐어들게 된다.

배터리 기술 고도화로 주행거리 등 전기차 성능은 이미 내연차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시장이 점진적으로 성숙함에 따라 전기차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고, 전기차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기차 관련 업계 관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