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총 KPI 중 20~30% 반영 추정 첨단산업·기업대출 성격 따라 가중치도 영업점도 따라 변화…리스크 관리 과제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생산적 금융' 지표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핵심성과지표는 1%포인트 차이만으로도 성과 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인데,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관련 지표 비중이 20~30%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기업금융과 첨단 산업 지원 실적 등을 내부 성과평가 체계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내 자회사 가운데서도 은행 영업점의 성과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은행의 핵심성과지표는 보통 1000점 만점 체계로 운영된다. 평가에서 10점 안팎, 즉 1%포인트 차이만 나도 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일부 항목의 비중 변화만으로도 영업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1000점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는데 10~15점 차이만 나도 순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생산적 금융 관련 점수가 반영되면 직원 입장에서는 기업금융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 관련 지표를 핵심성과지표에 상당한 비중으로 반영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생산적 금융 관련 항목을 최대 21.9% 수준까지 KPI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앞서 생산적 금융 관련 지표 비중을 자회사 상황에 따라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의 경우에도 관련 지표가 20%대 이상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PI 반영 방식과 평가 기준이 금융지주마다 달라 각 수치를 동일한 기준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적용 방식도 금융지주마다 다르다. 하나금융은 첨단 산업 관련 기업 대출에 대해 평가 가중치 120%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100억 원의 대출을 실행하더라도 KPI 평가에서는 120억 원의 실적으로 인정하는 구조다.
4대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공=뉴스1
금융당국이 요구했던 생산적 금융 관련 KPI 반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기업금융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이 정책적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영업점의 기업대출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KPI에 관련 지표가 반영되고 있지만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리스크 관리가 훨씬 중요한 영역"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대출 확대보다는 선별적 여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은행의 심사 역량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