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익스프레스’ 타고 ‘B2C 유통’ 마지막 퍼즐 완성…퀵커머스로 영토 확장?
‘오드그로서’ 영향력 확대?…하림 ‘딸들의 전쟁’ 2라운드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하림지주가 자회사 NS쇼핑을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지만 말을 아껴온 하림은 NS쇼핑을 앞세워 막판 본입찰에 참여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4년 만에 기업형슈퍼마켓(SSM) 시장에 다시 참전한 하림은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종합 유통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인수로 김홍국 하림 회장의 차녀 김현영 하림지주 차장이 주도하는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녀인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가 주도한 더미식과 하림펫푸드 사업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로 김 차장의 그룹 내 입지가 확대될지 주목되고 있다.

하림, 293개 물류 거점 확보…신선배송 '판도 변화' 예고
2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매각 측은 지난 21일 본입찰 종료 직후 NS쇼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한 메가커피 운영사 MGC글로벌과 경남권 유통업체 1곳이 본입찰에 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복수의 업체가 참여하면서 유효 경쟁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에서 깜짝 등장한 하림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보군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하림그룹의 자금력에 더해 2009년 NS홈쇼핑 산하 NS마트를 운영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SM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출점 제한 등 정부 규제가 심해지면서 2012년 마트 사업을 접은 바 있다.
하림이 14년 만에 SSM 시장에 재진출한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하림은 곡물·사료·축산·식품제조 등 그룹 내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접점(B2C)에서는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 외부 채널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국 293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품에 안을 경우 자체 유통망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물류 효율을 높이고 중간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인 셈이다.
업계에선 퀵커머스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베팅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림그룹은 현재 서울 양재동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물류단지가 메가 허브 역할을 맡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퀵커머스(인근 지역에서 상품 주문 후 1시간 이내 전달하는 빠른 배송) 사업이 가능하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대부분이 수도권과 광역시에 위치해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이에 더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방안이 통과하면 SSM 매장을 새벽배송 거점으로도 쓸 수 있다. 고객 접점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차녀 김현영의 '오드그로서' 수혜 전망…부진한 장녀 '더미식'과 대비
인수 주체로 나선 NS쇼핑도 이득이라는 평가다. NS홈쇼핑을 보유하고 있는 NS쇼핑은 TV 시청률 감소 등 영향으로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구축한 농축수산 중심의 상품 소싱 역량과 산지 네트워크는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홈쇼핑·모바일 채널에 오프라인 점포가 결합될 경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채널 확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NS쇼핑도 입장문을 통해 "25년 동안 신선 농산물과 다양한 식품들을 취급해 온 경험과 역량은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기존 입점 협력사에도 당사의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등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너 2세' 영향력 확대 가능성
하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최종적으로 성공할 경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차녀 김현영 하림지주 차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하림은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출시한 바 있다. 1995년생인 김 차장은 2024년 하림지주에 입사해 오드그로서 구축을 주도했다.
'당일 생산,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하는 오드그로서는 농장에서 수확·도축·도계 시점부터 포장·배송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신개념 신선식품 직송 모델이다. 이를 위해 하림은 온라인 첨단물류센터인 FBH(Fulfillment By Harim) 구축을 위해 15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합류로 신선식품 수요가 늘어날 경우 오드그로서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그룹 내 오너 2세들의 신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오드그로서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김 차장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림 오너 2세들은 신사업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는 2015년 하림지주 기획팀에 입사하면서 더미식, 하림펫푸드 등 브랜드 출시에 관여했다. 그러나 더미식을 선보인 하림산업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가 4000억원이 넘어서는 등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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