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의 예술, 노틸러스를 직접 들어보다
Bowers & Wilkins
Nautilus
실제로 보면 그야말로 전율이다. 하나의 예술품이 눈앞에 있다. 감히 스피커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데, 음향학적으로도 가장 완벽한 제품이다. 과감성하고 거리가 멀던 1993년 그 시기에, 무기한 시간과 무제약 조건을 걸면서 탄생한 명작 중의 명작이다. 실제 마치 현대 미술관의 메인 스팟을 차지할 법한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데, 사각으로 일변된 평범함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하나의 예술을 스피커에 그려냈다. 그 아름다운 명작은 출시된 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문 생산의 현역기로 활약하고 있는 혁신적인 스피커의 아이콘, 바로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B&W)의 노틸러스(Nautilus)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틸러스의 디자인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각별하다. 일반적인 사각이나 원통형의 구조를 탈피하며,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각이 없는 인클로저를 완벽히 구현했다. 이름 그대로 앵무조개 모양의 인클로저는 스피커 역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인상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재미있게도 노틸러스의 첫 번째 아이디어는 ‘스피커에 인클로저를 제거한다면’에서부터 출발한다. 인클로저에 담긴 유닛의 후면파가 소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
이런 원초적인 질문은 곧 실행되어, B&W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테이퍼링 튜브를 탄생시킨다. 유닛 후면에 부착되어 갈수록 좁아지는 긴 형태의 독특한 튜브 구조는 B&W 스피커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며, 노틸러스 튜브(Nautilus Tube)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이 놀라운 발명품은 유닛의 불필요한 공명과 왜곡을 현저히 줄이며, 순도 높은 가장 깨끗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참고로 이 멋진 아이디어는 역시 스피커계의 명 엔지니어 바로 로렌스 디키의 작품.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를 멋지게 완성시켰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는 새로운 혁신을 위한 B&W의 압도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 하나의 노틸러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사포질부터 래커 작업, 그리고 연마까지 며칠을 반복하고 공들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실제 하나의 제품 연마 작업만 꼬박 3일이 걸린다고 한다. 덕분에 가장 완성도 높은 스피커 마감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 색감이며 퀄러티는 일반 제조사라면 그야말로 흉내조차 못 낼 수준. 노틸러스의 새로운 대표 색상이라 할 수 있는 미드나이트 블루는 정말 오묘하고 매력적인데, 사진으로도 잘 안 담기는 특별한 색감이 일품이다. 이번 시청에서 본 것도 미드 나이트 블루 버전. 그리고 노틸러스 탄생 30주년을 맞이하여, 앵무조개의 껍질 내부 색상과 동일한 아발론 펄을 선보였는데, B&W다운 가장 센스 있는 기념작이 되기도 했다.
물론 단순히 디자인적으로만 뛰어난 제품은 아니다. 12인치 우퍼, 4인치 로워 미드레인지, 2인치 어퍼 미드레인지, 1인치 트위터를 통해 완성되는 사운드는, 정말 새로운 하이엔드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왜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꿈의 제품으로 손꼽는지 알게 하는, 노틸러스만의 그레이드를 보여준다. 우퍼를 제외한 상단 3개의 유닛들은 B&W의 상징인 테이퍼드 튜브가 후면에 멋지게 부착되어 있다. 이 역할은 불필요한 후면파를 가장 완벽히 소멸시키는 것이 포인트인데, 본격적인 중·고음의 투명함과 정확함을 얻을 수 있는 비기 중의 비기이다. 이를 통한 주파수 대역은 10Hz-25kHz로 설정되었으며,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20Hz, 880Hz, 3.5kHz로 세팅되었다. 재미있게도 액티브 크로스오버 구성으로, 크로스오버를 아예 밖으로 빼놓았다. 당연히 이 아름다운 스피커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앰프 투자도 만만치 않은데, 각 유닛별로 파워 앰프를 각각 세팅해줘야 한다. 최소한 스테레오 앰프 4대는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번 시청은 서울 잠실 롯데 백화점 10층에 위치한 B&W 전용 매장에서 이뤄졌는데, B&W 노틸러스를 완벽한 컨디션으로 들을 수 있게 세팅해놓았다. 매칭 앰프는 클라세 델타 시리즈가 대거 투입되었는데, 델타 프리 MK2, 델타 스테레오 파워, 델타 모노블록 파워까지 모두 세팅되었다. 참고로 위쪽 유닛 3개는 스테레오 앰프가 연결되고, 우퍼만 모노블록 앰프로 연결된 구성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아름답고 역사적인 노틸러스를 처음 듣는 것이라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첫 음이 등장하자마자, 이 완벽에 가까운 사운드를 30년 전에 완성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현대 하이엔드의 정수가 이 예술품에 그대로 담겨 있는데, 투명함, 입체감, 정확도, 해상력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특히 과장됨 없는 깔끔함이 정말 고급스러운데, 이렇게까지 깨끗한 소리의 하이엔드 스피커가 있었나 생각들 정도로, 좋은 사운드의 정수를 멋지게 실현시킨다. 부스팅시킨 물밀듯한 저음으로 거대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고, 실제 녹음된 정확한 저역 포인트로 원음 그대로의 음악을 완성해낸다.
계속 듣다보니 B&W 800 D4 시리즈의 원류가 여기에 있었구나 생각될 정도로, 추구하는 음악적 뉘앙스가 확실히 닮아 있다. 흔히 눈을 감으면 스피커가 사라지는 스피커가 좋은 제품이라 이야기하는데, 정말 연주자가 그대로 그려지는 정위감과 입체감은 완벽 그 자체이다. 손대기도 미안할 정도의 예술적인 마감에, 어나더레벨을 보여주는 사운드까지,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참고로 10월 한달 동안 누구나 잠실 롯데 백화점 10층 B&W 전용 매장에서 노틸러스를 시청할 수 있다고 하니, 이 귀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글 | 김문부
수입원 마시모 (02)715-9041
가격 1억5,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