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책임 없고, 탈퇴 시 캐시도 소멸?”…쿠팡 등 오픈마켓 불공정 약관 시정
4개 분야 총 11개 불공정약관 시정
(시사저널=조주연 디지털팀 기자)

쿠팡, 네이버, 컬리 등 오픈마켓 분야에서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책임을 부당하게 면책하거나 전가하는 조항이 확인돼 시정 조치에 들어갔다. 쿠팡의 경우는 탈퇴 시 돈을 내고 충전한 쿠페이머니 잔액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한 약관이 지적돼 고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네이버, 컬리,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오픈마켓의 약관 중 사업자의 책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당하게 면하는 조항 등 11가지 유형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의 약관을 심사해 사업자에게 자의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할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 입점업체 정산 및 소비자 환불에서 불이익을 주는 조항, 이용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 등을 바로잡으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쿠팡이 경우,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접속 또는 서버의 불법적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나 제3자가 쿠팡의 서비스를 이용해 유포한 스파이웨어 등으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운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 때 해당 약관은 책임 회피용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네이버는 "판매회원은 자신의 개인정보 또는 판매자센터 로그인정보를 타인에게 유출 또는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G마켓은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과 무관하게 특정 판매자가 취급·처리 중인 다른 회원의 개인정보가 침해된 경우, 회사는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들 약관이 "사업자의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면제하고, 이용자가 모든 손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킹 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의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배치된다"며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오픈마켓 사업자는 거래 과정에서 수집된 이용자의 성명, 연락처, 결제 정보 등의 정보를 안전하게 수집·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중 쿠팡은 또 "회원 탈퇴 시 소진되지 않은 쿠팡캐시 등이 있는 경우에 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여, 탈퇴와 동시에 전부 소멸된다"는 규정을 둔 것도 문제가 됐다. 해당 약관은 무상으로 지급된 '쿠팡캐시 등' 뿐만 아니라, 유상으로 구입해 보유 중인 '쿠페이머니 등'에도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전부 소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은 이런 약관을 5년 넘게 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유상 캐시를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취득한 재산으로 봤다. 이에 따라 회원 탈퇴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사업자는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그 잔여가치를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지적에 따라 회원 탈퇴 시 소멸시킬 수 있는 전자지급수단의 범위를 무상으로 지급된 것으로 한정하도록 약관을 바꾸기로 했다.
입점업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시점을 부당하게 늦추는 조항도 시정한다. 쿠팡은 신용카드 부당 사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 최대 60일간 결제금액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약관을 뒀다. 컬리는 환불 교환 등에 대비해 "일정 기간 예치"한다고 규정했으며 11번가는 소비자 분쟁에 대비해 정산을 보류하되 이 기간 이자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대금 정산 보류가 입정업체의 자금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법령위반 등 객관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고 그 요건도 구체적이고 예측가능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밖에 △구독료 결제 주기에 따라 환불 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조항 △약관 개정 시 묵시적 동의로 간주하거나 개별고지가 미흡한 조항 △분쟁 관련 부당한 재판관할 △손해배상 범위를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조항도 시정됐다.
이번 심사에 따라 7개 사업자는 불공정 약관에 대한 자진시정에 나섰으며, 다음달 초에는 시정이 료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시정권고를 내릴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