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무슨 스무살짜리가' 139㎞ KIA 좌완의 매력, 볼수록 빠져든다... "왜 1R인지 알겠다"

김동윤 기자 2024. 4. 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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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윤영철이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가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충암고 윤영철(20)을 지명했을 때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강점은 뛰어난 제구력과 나이답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좌완임을 감안해도 최고 시속 144㎞, 평균 140㎞를 밑도는 낮은 구속 탓에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KIA는 공이 느린 윤영철에게 과감하게 데뷔 첫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겼다. 시즌 초반 활약에도 아직 144경기 풀 시즌이 익숙하지 않은 고졸 신인인 탓에 '언젠가 내려가겠지'라는 회의적 시선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윤영철은 씩씩하게 25경기 8승 7패 평균자책점 4.04, 122⅔이닝 74탈삼진으로 시즌 끝까지 완주에 성공했다.

지명 당시 받던 기대를 프로 무대에서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프로 무대에서는 리그 평균(시속 143㎞) 이하의 구속을 가졌다면 희망을 품기가 어렵다. 올 시즌 KIA에 새로 합류한 이동걸(41) 1군 불펜코치도 윤영철을 흥미롭게 보던 외부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직접 와서 겪은 윤영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선수였다. 도무지 스무살짜리 고졸 신인 같지 않았다.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난 이동걸 코치는 "(윤)영철이가 나이에 비해 경기 운영 능력이 정말 좋다. 기본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타자에게 내가 어떤 볼 배합을 가져가고 어떤 공을 치게 할 건지에 대한 세팅을 굉장히 잘한다. 보면 볼수록 왜 저 선수가 1라운드 선수고 프로 첫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있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대표적인 예가 올해 1월 미국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 센터에서 배워온 커터를 실전에서 활용하는 과정이었다.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 센터는 정확한 측정을 통해 선수의 구속, 수직 무브먼트, 투구 메커니즘 등 현재 몸 상태와 기량을 점검해 그 선수에게 최적화된 해결책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윤영철은 자신의 슬라이더가 커터에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 약간의 그립 변화를 통해 기존의 슬라이더를 커터로 정립했고 스위퍼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횡적인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를 새로 배워 1월부터 꾸준히 연습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공에 제대로 힘을 싣게 되면서 약간의 구속 상승효과도 있었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23년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7.6㎞에서 2024년 138.4㎞에서 올랐다.

윤영철은 "커터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던져보고 싶은 구종이었는데 그동안은 연습해도 잘 안됐다. 그러다 올해 미국 드라이브 라인에서 배워서 스프링캠프랑 연습경기 때부터 던졌는데 잘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배워온 커터는 2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피안타율 0.235로 초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으로도 과감하게 던져 하단에서 활용되는 슬라이더(피안타율 0.087)와 체인지업(피안타율 0.250)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더 다양해진 레퍼토리에 투수들은 시속 130㎞ 초반의 느린 공에도 헛스윙을 연발한다. 최근에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도 활용하는 모습마저 보여줘 타자들에게는 더욱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윤영철은 "(지금) ABS 스트라이크 존이 높은 쪽 공에 후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이 정도 높이에서 스트라이크를 주는구나' 하고 넘긴다"며 "높은 쪽 공은 (사람들의) 생각만큼 정확하게 던지기 쉽지 않은 공이다. 제대로 들어가면 (헛스윙을 끌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공이지만, 조금만 높아도 타자의 눈에 보이고 낮으면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가장 던지기 어려운 공이다. 그래서 직구와 변화구 비율, 볼과 스트라이크 비율을 가장 많이 체크한다. 구속은 따로 확인도 안 한다. 너무 많은 변화구를 던지다 보면 변화구가 아니기 때문에 직구를 조금 더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좋은 예가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이용규를 상대한 3회 말 두 번째 타석과 5회 말 세 번째 타석이다. 윤영철은 3회 말 1사 2루에서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겨루다가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가 적시타를 맞았다. 하지만 5회 말 1사 1루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는 초반부터 직구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체인지업으로 선택지를 준 뒤 3회 말과 적시타를 맞은 같은 로케이션에 이번엔 시속 140㎞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동걸 코치는 구종에 대한 습득력보다 배운 구종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윤영철의 담대한 마음가짐에 더욱 높게 평가했다. 이 코치는 "커터가 어떤 카운트에서 어떤 공과 조합해 쓰면 좋을지 깨달은 것 같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까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의 감각이 뛰어난 것도 뛰어난 거지만, 배운 구종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그립을 배우고 좋은 구종을 갖고 있어도 마운드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마운드에서 익숙하지 않은 새 구종을 던질 용기를 내야 그다음이 있다. 그 용기가 윤영철이 가진 역량이라고 본다"고 높게 평가했다.

워크 에식과 프로 선수로서 마음가짐도 또래 나이 선수답지 않다. 18일 인천 SSG전의 경우 윤영철은 2회 만에 5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보통 어린 투수들은 타자 친화적인 문학 구장에서 더욱 흔들렸겠지만, 윤영철은 이후 4이닝을 무실점으로 피칭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이끌었다. 이범호 감독이 외국인 투수들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그날의 호투에 윤영철은 "결과론이라 생각한다. 5점 줬을 때부터 어떻게든 버텨서 야수가 점수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려고 했다. 이닝을 최대한 오래 가져가려 했고 수비의 도움이 컸다"고 웃으며 "문학이 장타가 많이 나오는 구장인 건 알지만, 구장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불리함은 나뿐 아니라 상대 투수도 똑같이 부담이다. 나는 그럴수록 마운드에서 볼이 되더라도 더 집중해서 확실하게 던지려고 한다"고 평소 마음가짐을 전했다.

팬 사랑도 여느 베테랑 못지않다. 시즌 초 팬이 선물해준 티셔츠를 아이싱할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 입는 윤영철이다. 24일 승리 직후에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런 윤영철의 워크에식에 이 코치는 "앞으로 (윤)영철이가 5일 루틴이 익숙해지고 본인이 생각하는 투구 패턴과 타자들의 약점을 자기 나름대로 정립하는 시간이 온다. 팀에 양현종이라는 좋은 선배도 있어서 많은 걸 배운다면 윤영철만의 세련된 투구가 기대된다"며 향후 상위 선발 투수로서 성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스무살 투수는 선발의 순서는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다. 윤영철은 "난 항상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내가 가장 잘 던지는 투수라 생각하고 올라간다. 1~5선발은 그냥 순서라 생각하고 누굴 만나고 어떤 팀이랑 붙든 '내 눈앞에 있는 타자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만 신경 쓴다"며 "지금도 개인 목표는 없다. 내가 나간 경기에서 팀이 이기면 가장 좋다. 안 다치고 로테이션을 돌아야 내년이 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내가 나간 경기에 최대한 팀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을 던지는 걸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윤영철이 24일 고척 키움전 승리투수가 된 후 팬이 선물해준 티셔츠를 입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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