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협동조합이 실적감소, 건전성 악화, 내부통제 부실 등 난국에 빠진 가운데, 쇄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가 잇따르면서 8년째 중앙회를 이끌어온 김윤식 신협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신협 창립 65년 이래 첫 직선제로 연임한 김 회장이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으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순손실의 '적자'에다 각종 비위·사고까지 끊이지 않는 상황에 김 회장이 남은 기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잦은 내부 사고…대책 실효성 '의문'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신협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대출연체율 급증,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악화, 내부 금융사고 등 각종 악재가 되풀이됐다.
김 회장은 우선 부동산PF 사태 등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대부업 자회사 'KCU NPL 대부'를 설립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 1조5000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처분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신협의 NPL이 매년 평균 2조원가량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2년까지 2조원대였던 신협의 NPL은 2023년 4조8232억원, 2024년 7조5662억원으로 불어나고 있다. NPL 증가는 곧 자산건전성 하락으로 보유 자산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조합에 대한 중앙회의 통제력이 미흡한 것은 신협의 고질병 중 하나다. 김 회장 임기 중 각 지역 신협에서는 임직원 횡령, 부당대출, 성비위,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2023년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추진했으나 단위 조합에서는 여전히 사고가 이어져 개편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과도한 명예퇴직금 지급 관례와 규정을 개선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도 무시되고 있다. 지역 조합들은 수년째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신협 866곳 중 절반이 넘는 515곳이 상임 임원의 명예퇴직금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직원 퇴직급여 및 재해보상 규정 개정안'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사장 선거의 공정성·투명성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이 2023년 개정되면서 총자산 1000억원 이상의 지역 조합 이사장 선거를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것이 의무화됐으나, 전체 조합의 42.4%(367곳)는 여전히 이 규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김 회장이 이끄는 중앙회가 내규상 이 같은 문제의 조합들을 관리·검사할 권한을 행사하며 2년에 1회 검사에 나서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신협 이사장 선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현행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법령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달 1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중앙회장, 일정 규모 이상 조합 이사장 등의 선거를 반드시 선관위에 위탁하고 선거비용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신협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신협중앙회 측은 "내부 리스크 및 개별조합 사고 관리는 꾸준히 검사를 강화하고 지도에도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중앙회 차원에서 특별히 조치하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극명한 대조…새마을금고 '내부통제'와 견줘보니
신협은 670여만명의 조합원, 1300여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대규모 조직이다. 현재 수익성·건전성 등 경영지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일반고객의 입장에서는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사고 여파와 체감도가 더욱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고의 진원으로 신협이 지목되는 이유다. 일례로 2년 전 횡령사건이 적발된 조합의 임직원은 같은 곳에서 또다시 횡령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는 중앙회의 내부통제 관리가 사실상 먹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런 가운데 신협과 같은 상호금융권에 속한 새마을금고는 2년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 무엇보다도 내부통제 쇄신에 방점을 찍고 체질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복수의 전문가는 신협과 새마을금고 수장의 대응 방식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진단한다.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도 새마을금고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뽑힌 인물로, 2023년 뱅크런 사태 이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새마을금고 역시 비위의 악순환이 이어졌으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강도 높은 지도에 따라 지난해부터 쇄신책 실행에 전력을 쏟아왔다.
새마을금고의 대표적인 쇄신안으로는 '제왕적' 중앙회장의 권력을 대폭 축소한 것이 꼽힌다. 즉 새마을금고는 중앙회장 임기를 기존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바꾸고, 회장의 역할을 이사회 의장 및 대외 대표로 한정했다. 상근이사인 전무이사·지도이사에게 인사·예산·업무 등의 권한을 분산시켜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반을 닦은 것이다.

신협은 중앙회장 연임제가 아직도 시행되고 있다. 지역 이사장 선거 날짜도 임기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에 반해 새마을금고는 올해 첫 전국 동시 선거를 치렀다. 투명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차원이다.
올해 새마을금고는 대규모 입출금 등 이상거래를 파악한 뒤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FDS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시나리오 51개 외에 새마을금고의 특성을 고려한 200개 이상의 시나리오도 적용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행안부와 금융당국의 협조로 이상거래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전에 도입했다"며 "이는 업계 최다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협은 FDS 고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냐는 <블로터>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8월부터 금고별 회계·여신·수신 현황을 중앙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재무정보시스템도 자체적으로 구축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전국 1284개 지역단위 조합의 경영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신협의 전자공시시스템은 지역 조합별로 경영지표를 올려놓는 수준이다. 따라서 지역 조합의 경영성과를 비교, 정리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FISIS)을 활용해야만 한다.
신협 측은 중앙회 차원의 쇄신안 등에 대한 취재진의 여러 질의에도 현재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