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노사 핵심쟁점 노란봉투법..현행법 2·3조 어떻길래
노동계 "현행법, 노조 활동 제약" vs 경영계 "법 통과 시 불법파업 조장"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정치권과 경영계, 노동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이 용어는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4만7천원의 성금을 넣어 전달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논란의 대상인 조항은 현재 노동조합법 2, 3조다.
2조는 근로자와 사용자, 노동조합, 쟁의행위 등의 정의를 내린다. 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노사 당사자가 아닌 이상 2조는 단순한 정의일 뿐이고, 3조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읽힐 여지도 있다.
하지만 정의당과 손잡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꼽으며 2, 3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2, 3조 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단체는 최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입법 촉구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에 위헌 논란(재산권 침해)이 있고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한편 불법파업·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21대 국회에선 8건의 노란봉투법이 발의돼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이 중 하나로, 민주당 소속 의원 46명이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3조에 집중돼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라는 표현을 문제 삼는다.
이 의원은 이 조항에 대해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좁게 한정해 노조 활동이 제약되거나 근로자가 생계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노조의 단체교섭·쟁의 행위에 대해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노동계는 실제로 배상할 능력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한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반박한다.
개정안은 또 근로자와 사용자 등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노동조합법 2조 1호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 '그 밖에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도 근로자로 보도록 했다.
현재 노동조합법 2조 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규정하도록 했다.
즉 하청과 같은 간접고용, 배달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까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 및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 운동본부 정책법률팀 권두섭 변호사는 "현재는 근로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수년간 재판을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부정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사용자' 정의 구체화의 필요성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로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와 교섭을 해봤자 소용이 없어 원청업체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게 되는데, 원청업체는 '사용자로서 책임이 없다'라고 장난을 친다"며 "결국 피해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이익은 원청업체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93개 시민사회단체·노조와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4개 정당이 참여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방문해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는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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