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하루 평균 20억 잔씩 팔린다는 코카콜라. 최근 한국에서 코카콜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코카콜라음료가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LG생활건강 음료사업 부문이 영업손실 99억 원을 기록하면서, 코카콜라를 인수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낸 거다.

그동안 나빠지기만 했던 코카콜라 민심을 생각하면 이번이 처음 적자라는 게 오히려 놀라운데 취재해 보니 결론은 악화된 민심을 되돌리지 못한 데다 제로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첫째, 한국의 코카콜라는 너무 비싸다. 편의점 350ml 기준 2100원으로 65엔(한화 613원)인 일본 코카콜라보다 무려 3배 이상이다.

전 세계 코카콜라 가격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14위로, 45위인 일본과 48위인 미국보다도 훨씬 비싼 거다. 우리보다 코카콜라 가격이 비싼 나라들은 대부분 물가가 훨씬 비싼 유럽 국가들이다.

사람들은 원유보다 비싼 콜라라며 점점 돌아서기 시작했다. 유독 한국에서 코카콜라가 비싼 이유는 국내 코카콜라 제조 유통 업체가 LG생활건강 단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미국 본사에서 원액만 받고 각 나라에서 음료를 생산, 유통하는 구조다. 이를 ‘보틀링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일본에는 이 보틀링 회사가 5개, 미국에는 대형 업체만 10개가 넘는다.

코카콜라는 심지어 라이벌 펩시보다도 항상 비싸다. 펩시는 코카콜라보다 무조건 싼 가격과 1+1 행사를 수시로 진행해, 체감상 코카콜라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반면 콧대 높던 코카콜라는 이런 적극적인 전략을 거의 하지 않았다가 최근에야 1+1을 하기 시작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싶다.

둘째, 제로 음료에서의 패배. 지난 몇 년 동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제로 음료의 인기도 높아졌다. 작년 기준 제로의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은 29.7%까지 상승하면서 이제 탄산음료를 먹는 사람 3명 중 1명은 제로를 마시는 시대가 된 거다.

2006년 등장해 2020년까지만 해도 92%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제로 시장을 이끌었던 ‘코카콜라 제로’는, 2021년 등장한 ‘펩시 제로슈거 라임향’에 완전히 밀려버렸다.

25년도 3분기에는 제로 콜라 시장점유율에서 펩시 제로가 47%로 45%를 기록한 코카콜라 제로를 처음으로 앞서기도 했다.

펩시 제로 라임향은 코카콜라 제로의 떫은 뒷맛이 없고 훨씬 맛있다는 반응과 함께, 출시 후 4년 만에 17억 캔(250ml 기준)을 팔면서 엄청나게 성장했다.

코카콜라 제로도 나름 체리맛, 레몬맛 등을 신제품으로 출시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한국의 코카콜라 제로 레몬은 레몬향 0.0001%만 첨가했다가 레몬즙 1%를 첨가한 일본의 제로 레몬과 비교되면서 오히려 반감만 더 사기도 했다.

마침 2026년 슈퍼볼에서 펩시는 코카콜라의 상징인 북극곰마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펩시를 선택한다는 광고를 선보였는데,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66%가 펩시 제로를 선택한 걸 이런 식으로 풀어낸 거라고.

거기다 다른 저가 콜라들의 등장까지 더해져, 이제는 “콜라는 코카콜라”라는 공식이 깨지게 됐다.

세 번째, 탄산음료 자체의 인기 하락이다. 콜라를 주로 소비하는 연령대는 젊은 층인데, 이들이 다른 건강한 음료들을 더 찾게 되면서 콜라 소비 자체가 줄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그러니까 일단 소비자 숫자 자체가 감소했고, 젊은 사람 인구가 줄면서 이렇게 그것도 있고. 하나는 회피한다, 청량음료를 회피하는 그런 수요 감소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LG생활건강 음료부문은 희망퇴직까지 시행했다. LG생활건강 음료 부문이 코카콜라 음료 인수 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코카콜라 음료가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은 2024년에 이어서 연달아 두 번째다. 영업이익도 2년 연속 하락 중이다.

경쟁자가 없던 시장에서 배짱부리던 코카콜라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외면하다가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차별적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 말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