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빅컷으로 ‘투자 대박 시대’ 돌아올까?

이종태 기자 2024. 10. 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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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인하했다. 2022년 3월 시작된 글로벌 고금리 체제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기이한 시기였던 ‘투자 대박 시대’의 재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9월1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4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EPA

다시 ‘투자 대박의 시대’가 열릴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9월18일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다. 이전의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나 인하했다. 연준은 통상적으로 0.25%포인트씩 올리거나 내린다. 그래서 이번 인하를 ‘빅컷(big cut)’이라고 부른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다. 얼마나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모른다. 다만 세계 금융위기 직후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이어진 초저금리 당시보다 앞으로의 금리는 한층 높은 수준일 것이다.

금리인하는 주가를 올리는 동력 중 하나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기업은 재무 상태를 개선하고, 가계는 소비를 늘린다. 이런 경로로 기업의 순수익이 증가하면 주주 환원에 사용될 재원도 불어날 것이다.

사실 금리인하와 기업가치(주가) 상승은 동전의 양면이다. 기업가치는 해당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인)한 금액이다. 어떤 기업이 앞으로 1년 동안 순수익 12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치자(기업 수명은 1년으로 간주). 기업의 가치 평가엔 금리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연간 금리가 20%라면, 이 기업의 현재 가치는 100만원으로 평가된다. 연리 20%는 100만원을 금융적으로 운용하면 20만원의 수익을 1년 뒤까지 얻는다는 의미다. 즉, 지금의 100만원과 1년 뒤 120만원의 가치가 같다. 금리가 10%로 하락하면 이 기업의 현재 가치는 110만원으로 오른다. 110만원에 10%의 금리를 적용하면 1년 뒤엔 11만원의 금융수익이 붙어서 120만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정확히는 121만원이지만, 설명의 편의상 수치를 단순화함).

금리와 자산가치는 반비례

이처럼 기업이라는 자산의 가치는 금리와 반비례한다. 채권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가격도 비슷한 경향을 띤다.

연준은 물가가 급등하던 와중인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불과 16개월 동안 11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사실상 0%에서 5.25~5.5%(지금부터는 상단 금리인 5.5%로 표시)로 급등했다.

이제 금리인하의 순간이 왔다. 얼마나 빨리 내릴까? 지난 9월18일, 연준 위원 19명이 각자 기준금리의 미래 추정치를 표시해 내놓은 점도표(dot plot)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해(2024년) 말의 추정치는 4.1%에서 4.8%다. 가장 많은 위원들이 추정한 중간치는 4.4%. 내년(2025년)과 2026년의 중간치는 각각 3.4%와 2.9%다. 중간치대로 간다면, 연준은 올해 말까지 빅컷(0.5%포인트)을 한 번 더 시행한 다음, 내년에 1%포인트, 2026년에 0.5%포인트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글로벌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부양하고 싶어도 자국 금리를 자유롭게 내릴 수 없다. 자금이 ‘고금리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그 나라의 통화가치를 폭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크게 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개시되면서 비로소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금리를 내릴 여지를 갖게 되었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2022년 3월에 시작된 글로벌 고금리 체제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전환의 종착점은 어느 쪽일까? 투자자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부터 2022년 3월(연준의 금리인상 개시)에 이르는 ‘투자 대박 시대’의 복귀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물경제가 바닥을 기는 가운데 주가지수와 집값이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던 당시는 역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시대였다.

그 13년여 동안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율은 1%대나 마이너스였다. 기업은 투자, 가계는 소비를 극도로 억제했다. 중앙은행들은 디플레이션(소비‧투자 하락→물가 하락→소비‧투자 하락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에 맞췄다. 미국 연준은 2016~2019년에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았다. 이론적으로 저금리 상황에선 물가가 오른다. 이 법칙이 작동하지 않았다. 투자업자들에겐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저금리와 낮은 인플레의 보기 드문 동시 작동으로 자산가치가 치솟은 덕분이다.

일본 도쿄 시내의 엔·달러 환율 전광판. 미국 금리는 글로벌 경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EPA

2021년부터 인플레율이 급등하면서 다음 해(2022년) 7월엔 9.1%까지 오르는 시기에도 주가는 대체로 상승했다. 주식시장은 기준금리가 5.5%(2023년 7월)까지 오르자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곧이어 ‘인플레율이 내리고 있으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주가 상승을 다시 떠받쳤다. 기이한 시대였다.

기준금리와 함께 미국(과 세계)의 차입비용 등락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기현상이 발생했다. 만기가 짧은 단기 국채의 수익률이 만기가 긴 장기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졌는데, 이 상태가 2년 넘게 지속되었다. 이른바 ‘장단기 수익률 역전(역전)’이다.

국채는 국가가 돈을 빌릴 때 발급하는 증서다. 투자자가 만기까지 받을 원리금이 정해져 있다. 이자가 낮지만 안정적 상환을 원하는 투자기관들이 국채를 산다. 국채는 자유롭게 사고팔리며 그때그때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이 가격이 해당 시점에서 투자자가 얻는 수익률을 결정한다. 만기까지 120만원의 원리금을 받는 국채인데 현재 시세(국채 가격)가 100만원이라면, 투자자의 수익률은 20%다(100만원 투자로 20만원 수익). 이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 가격이 80만원으로 내려갔다고 치자. 이 시점에서 해당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50%(80만원 투자로 40만원 수익)로 치솟는다. 국채의 가격과 그 수익률은 반비례한다.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와 함께, 가장 중요한 차입비용(금리)이다. 이 두 금리를 밑바닥으로 다른 모든 금리들이 형성된다. 예컨대 ‘국가가 돈을 빌리는 비용(국채 수익률)이 10%라면, 기업의 차입 금리는 20%’라는 식이다. 기준금리는 주로 단기 금리들을 결정한다. 장기 국채의 수익률은 주택담보대출, 설비투자, 자동차 등 장기 차입금리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기인 ‘2년 만기 국채’와 장기인 ‘10년 만기 국채’ 가운데 어느 쪽의 수익률(금리)이 더 높아야 할까? 당연히 10년 만기 국채다. 긴 세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만큼 투자 리스크가 크다. 2년 수익률이 10년 수익률보다 더 높은 ‘역전’은 병적인 징후다.

‘역전’의 원인은 경제주체들이 자국의 경제 전망을 극히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한동안 경기가 너무 안 좋을 터이니 투자하면 무조건 손해다’라고 고심한 끝에 장기 국채를 매입해서 돈을 꽂아놓는다는 것이다. 국가가 돈을 떼먹지는 않을 테니까! 이로 인한 장기 국채 수요(와 가격)의 급등으로 장기 국채의 수익률이 바닥으로 치닫다가(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 심지어 단기 국채의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역전’이다. 이 같은 경제주체들의 비관은 일정한 기간 뒤에 자기충족적인 경기침체(리세션)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간주된다.

가장 최근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년 만기 수익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2년 7월이었다. 연준이 한창 기준금리를 올리던 시기다. 이 ‘역전’ 상태는 ‘빅컷’ 직전인 지난 9월 초에야 다시 뒤집혔다. ‘역전’이 25개월 동안이나 지속된 것이다.

9월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마트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EPA

그러나 경기침체는 없었다. 인플레율(소비자물가지수 기준)이 2.5%(지난 8월)까지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인플레 하락은 투자‧소비 수요가 활발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실업률이 오르고 경제성장률은 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2022년 3월부터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은 활황이었다. 실업률이 완전고용 상태로 간주되는 4.2%(8월)까지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미국으로서는 대단히 양호한, 2%를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낮은 인플레율-낮은 실업률-견조한 경제성장률 등 삼위일체를 달성했다. 이른바 연착륙이다.

9월 초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년 만기 수익률을 초과했다. 이미 올해 중반부터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를 확신하고 있었다. 금리가 내린다면 국채 가격은 오를 것이다. 투자자들이 국채 매집에 나서 그 가격을 올렸다(국채 수익률이 떨어졌다). 그런데 2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 하락 속도가 10년 만기의 그것보다 더 빨랐다. ‘역전’이 해소된 이유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2년 만기 수익률’이 25개월 만에 플러스 영역으로 다시 진입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2년 수익률은 2020년 팬데믹 발생 이후 한동안 기준금리와 함께 0.1%대에 머물렀다. 2022년 3월 기준금리 상승과 발맞춰 2023년 하반기엔 5%대까지 올랐다. 올해 중반부터는 급격히 내려 9월 말 현재 3.5% 전후를 횡보하고 있다. 25개월 동안의 ‘역전’ 역시 경기침체 전망으로 인한 장기 수익률 하락보다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 수익률이 너무 올랐기 때문일 수 있다.

연준의 ‘빅컷’은 이 같은 경제 상황 변동을 기반으로 단행되었다.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에 대해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단호하게 부정했다. 노동시장도 “견고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실업률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제 동란’에 대한 종료 선언

그렇다면 금리인하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은 양호한 상태지만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8월의 실업률(4.2%)은 지난해 같은 시기(3.8%)보다 0.4%포인트 높다. 그래서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의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면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데 그 조치가 바로 금리인하라는 것이다.

파월에게 9월18일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에서 최근에 이르는 4년 동안의 비정상적 ‘경제 동란’에 대한 종료를 선언한 날이 되었다.

그렇다면 4년여의 ‘경제 동란’에서 벗어난 경제 시스템은 어디로 갈 것인가.

〈월스트리트저널〉의 수석 경제 논평가 그레그 입은 9월18일자 칼럼에서 ‘견조한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가운데 낮은 인플레가 지속되는 정상적(normal)’ 시스템을 전망했다. 이렇게 안정된 세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매집할 이유가 없다. 결국 장기 국채의 가격이 내리면서 그 수익률이 기준금리(혹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낮아졌다. 또한 장기 수익률의 영향권 내에 있는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등 시민들의 일상과 깊이 연관된 금리들이 기대만큼 내리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금리인하로 인한 ‘투자 대박’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싼 돈(cheap money, 저금리)’ 덕분에 큰 이익을 봤지만 앞으로는 그러기 어렵다. 주택 매입자들은 10년 전 저렴한 3~4%대의 대출금리를 누리지 못하게 되어 억울해할 것이다. 더 높은 채권수익률은 투자자들과 주택 매입자들에겐 쓴 약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야말로 세계가 정상적 상태로 돌아왔다는 증거다.”

실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미세하지만 대체로 상승하는 추세다. 투자자들이 견조한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면서 장기 국채를 팔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노동시장을 부양(=수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향후 인플레 하락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한편 연준의 금리인하 폭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중립금리(neutral interest)’론이다. 물가(경기)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실제 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경기가 침체되고, 낮으면 과열된다. 그래서 ‘물가 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연준의 고위층들은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맞추려 한다. 문제는, 중립금리가 상당히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9월18일)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 대다수 연준 관료들은 중립금리가 2.5%이거나 더 낮다고 봤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가 중립금리가 상승했다고 생각한다.”

그레그 입은 중립금리를 3.25~3.5%로 추정한다. 〈배런스〉 9월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라파엘 보스틱(Raphael Bostic)은 중립금리를 3~3.25%로 본다. 〈이코노미스트〉(9월26일)는 9월18일 나온 점도표를 활용해서 위원들 19명이 추정한 ‘중립 실질금리(중립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를 계산해봤더니 0.375~1.75%라고 보도했다. 이에 8월 인플레율(2.5%)을 합산한 ‘중립금리’는 2.875~4.25%다.

앞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다. 연준의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11월6~7일에 열린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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