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 헤는 밤' 마지막 연은 왜 나중에 덧붙였을까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처음에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로 끝났습니다. 시를 먼저 읽은 후배 정병욱이 끝이 허전하다고 말하자, 윤동주가 그 뒤에 넉 줄을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가 바로 그 마지막 연입니다.
원고 본문 끝에는 1941년 11월 5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둔 청년 윤동주의 가을이었습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월 끝자락, 이 첫 구절을 소리 내어 읽으면 누구나 학창 시절 교과서 한 쪽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 시의 마지막 넉 줄이 처음엔 없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윤동주는 연희전문 시절 「별 헤는 밤」을 썼다 ⓒPioneerhj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부끄러운 이름"에서 멈췄던 시는, 후배의 한마디 덕에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봄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① 별 헤는 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썼나요?

1941년 11월,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썼습니다. 윤동주는 졸업 기념으로 시 19편을 묶어 77부 한정 시집을 내려 했지만, 우리말 시집 출판이 어려운 때라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신 손으로 쓴 시집 3부를 만들어 한 부는 자신이, 한 부는 은사 이양하 교수에게, 한 부는 후배 정병욱에게 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정병욱에게 준 원고뿐입니다. 윤동주가 1945년 2월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난 뒤, 이 원고를 바탕으로 1948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나왔습니다.

연희전문학교 졸업 무렵의 윤동주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② 별 헤는 밤 마지막 연, 원래는 어떻게 끝났나요?

원래 시는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에서 끝났습니다.
바로 앞에서 시인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자기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립니다. 밤새 우는 벌레 소리는 그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울음이 됩니다.

여기서 끝나면 시는 고요하지만 무척 어둡습니다. 별을 하나하나 세며 떠올린 추억과 그리움이 결국 '부끄러움'과 '슬픔'으로 가라앉는 셈입니다.
정병욱은 이 끝맺음이 허전하다고 했고, 윤동주는 그 말을 받아들여 원고 뒤에 넉 줄을 더 적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마지막 연
별 헤는 밤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은하수 ⓒGiles Laurent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③ 덧붙인 넉 줄은 시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슬픔으로 끝나던 시가 '봄'과 '자랑'을 기다리는 시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라는 첫마디가 방향을 돌립니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듯, 지금 묻어 둔 부끄러운 이름도 언젠가 풀처럼 무성하게 살아날 것이라는 다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부끄러운 이름'이 '자랑처럼' 무성해진다는 대비입니다. 같은 이름이 부끄러움에서 자랑으로 뒤집힙니다.
우리말로 시를 쓰기 어려웠던 시대에 쓴 시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넉 줄은 개인의 위로를 넘어 앞날에 대한 믿음으로도 읽힙니다.

중국 룽징(용정)에 있는 윤동주의 묘. 「별 헤는 밤」 마지막 연의 "무덤 위에 파란 잔디"를 떠올리게 한다 ⓒFfggss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④ 별 하나에 떠올린 이름들은 누구인가요?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 이국 소녀들, 가난한 이웃, 동물, 그리고 시인들의 이름입니다.
시인은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하며 별마다 마음을 하나씩 얹습니다. 그리고 패, 경, 옥 같은 이국 소녀의 이름, 비둘기·강아지·토끼·노새·노루,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차례로 부릅니다.

이 이름들은 모두 지금 곁에 없는 것들입니다. 시인은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어머니도 "멀리 북간도에" 계신다고 적습니다.
별을 센다는 것은 결국 멀어진 사람과 시간을 하나씩 불러 보는 일이었던 셈입니다.

서울 종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성곽길 ⓒKorea.net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⑤ 지금 별 헤는 밤을 다시 읽는 방법은?

  1. 소리 내어 천천히 읽기 — "별 하나에"가 반복될 때마다 쉬어 가기
  2. 원래 끝(부끄러운 이름)에서 한 번 멈추고, 마지막 연을 이어 읽어 차이 느끼기
  3. 내가 별 하나에 얹고 싶은 이름 세 개 적어 보기
  4. 서울 종로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을 가을에 걸어 보기
  5. 연세대 교정의 윤동주 시비 앞에서 「서시」와 함께 읽기
서울 종로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안내판 ⓒKorea.net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별 헤는 밤」 마지막 연 일부. 초상: 작가 미상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카드 제작: 문학소년

자주 묻는 질문
Q. 별 헤는 밤 마지막 연은 누가 덧붙였나요?
A. 윤동주 자신이 덧붙였습니다. 후배 정병욱이 끝이 허전하다고 하자 그 의견을 받아들여 넉 줄을 더 썼습니다.

Q. 별 헤는 밤은 언제 쓴 시인가요?
A. 원고 본문 끝에 1941년 11월 5일이 적혀 있습니다.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둔 때입니다.

Q. 별 헤는 밤은 어느 시집에 실렸나요?
A.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뒤 1948년에 나온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렸습니다.

별 헤는 밤 한눈에
✔ 1941년 11월 5일, 연희전문 졸업을 앞두고 씀
✔ 처음 끝: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후배 정병욱이 "끝이 허전하다" → 넉 줄 추가
✔ 덧붙인 연: 겨울 뒤의 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원고를 지킨 정병욱 덕에 1948년 유고 시집 출간

후배의 솔직한 한마디와 그 말을 받아들인 시인의 너그러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별 헤는 밤」을 슬픔에서 끝나는 시로 기억했을지 모릅니다. 가을밤 하늘을 올려다볼 때, 마지막 넉 줄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가족과 함께 질문해 볼 내용
✔ 내가 별 하나에 이름을 붙인다면 누구의 이름을 부르고 싶나요?
✔ 마지막 넉 줄이 없는 시와 있는 시, 우리 가족은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남나요?

학창 시절 외웠던 「별 헤는 밤」 구절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 오마이뉴스 「윤동주가 '별 헤는 밤' 마지막 부분을 고친 사연」(2019.10.18), 윤동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수록 「별 헤는 밤」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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