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 헌장의 '적국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연설에서 "70년 동안 유엔의 활동에 크게 기여해 온 일본의 자부심과 명예를 걸고 강력히 말씀드린다"며 적국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유엔에 가입한 지 70년이 지났다며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유엔의 역할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1945년에 만들어진 조항"
적국조항은 2차 대전 말기인 1945년 6월 미국·구 소련·영국·프랑스·중국 등 연합국 주도로 만들어졌다. 2차 대전 추축국이 침략 정책을 재개할 경우, 유엔 헌장 서명국이 안보리 허가 없이 곧바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상 국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2차 대전 동안 헌장 서명국과 적대 관계였던 모든 국가'로 규정해, 통상 일본·독일·이탈리아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발언이 불러온 논란"
적국조항은 지난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 과정에서 다시 부각됐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자, 중국은 적국조항을 근거로 일본을 압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며 이를 근거로 유엔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중국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섰다.

"결의는 있었지만 삭제는 없었다"
산케이신문은 총리의 요구를 보도하며 "해당 조항은 이미 사문화돼 있으며, 2005년 이를 삭제한다는 유엔 총회 결의안이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삭제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장 개정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전체의 동의를 포함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결의만으로는 실제 삭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의 요구는 조문 정리 차원을 넘어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 논의와 맞물린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헌장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안보리 개혁 논의와 결합할 경우 외교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사진 출처=로이터·연합뉴스·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