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스파킹 제로 "그 시절 원작 감성 제대로 살렸다"

도쿄(일본)= 문원빈 기자 2024. 9. 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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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면 만족할 퀄리티, 궁금했던 캐릭터 대결 구도 실현하는 재미 쏠쏠
- TGS 2024 반다이남코 부스에 전시된 초대형 무의식의 극의 손오공 스태츄

최근 지인 추천으로 '드래곤볼 슈퍼'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그동안 드래곤볼 Z까지만 정사로 취급했던 기자는 각종 극장판, GT, 슈퍼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이 드래곤볼 슈퍼 극장판 브로리 편을 강력 추천해 감상했다. 예상보다 뛰어난 전투 연출 퀄리티에 본편에도 흥미가 생겼다. 본편도 평가만큼 망작이 아니었다. 설정 붕괴와 억지스러운 구성이 다소 보이긴 했지만 완결까지 몰입해서 정주행할 만했다. 

내친김에 GT 시리즈도 감상했다. 이렇게 드래곤볼 슈퍼까지의 세계관을 모두 정복했을 무렵 드래곤볼 신작 게임 출시 소식을 접했다. 바로 16년 만에 신작으로 찾아온 반다이남코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다.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는 에네르기파, 무공술 등 드래곤볼 특유의 기술을 구사하며 싸우는 3D 대전 액션 게임이다. 스파킹 제로의 의미는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는, 더 나아가 0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의미다. 원작이 출시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원작을 계승하는 것보다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캐릭터 구성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 수다. 론칭 버전 기준 드래곤볼 Z, GT, 슈퍼, 극장판 등 시리즈 구분 없이 총 182명으로 드래곤볼 게임 역대 최다 수치다. 물론 중복 캐릭터까지 포함된 기준이라 182종으로 말하긴 어렵다.

손오공을 예로 들면 평시 상태, 초사이어인 1~4, 초사이어인 갓, 초사이어인 블루 등으로 구분된다. 흔히 알려진 캐릭터들은 전부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선 만족할 만한 구성임은 분명하다.

연출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뛰어난 그래픽 기술력을 토대로 드래곤볼 감성에 걸맞은 연출을 선보였다. 얼티밋 블래스트가 대표적이다. 화려하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과하지 않을 정도의 정제된 연출이 게임의 보는 맛과 재미를 부각시켰다. 같은 손오공이라도 변신 모드에 따라 에네르기파 연출이 다르다.

게임의 근간은 격투다. 다만 평지에서 싸우는 일반적인 격투 게임과 달리 공중으로 날아서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 그만큼 전장이 매우 광활하다. 공간 활용과 거리 조절이 더욱더 중요하다.  

기본 공격으로 체술과 기공파를 사용하고 기를 모으면 강공격을 시전한다. 전반적인 난도는 어려운 편이다. 일반 방어 수단만 해도 기본 방어, 간파, 초간파, 반격, 고속 회피 등으로 다양하다. 각 기술들을 특정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니까 고수 대전으로 갈수록 난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구조다.

- 어찌저찌 승리했지만 난도는 꽤 어렵다

물론 R3 버튼 하나만으로 모든 기술을 방어하는 리벤지 카운터 시스템이 있다. 리벤지 시스템을 사용할 땐 기력 게이지 하나를 소모해야 하며 리벤지 카운터 또한 반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 무적 방어 수단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행히 초보자를 위한 어시스트 모드가 마련됐다. TGS 2024 시연은 스토리 모드와 커스텀 배틀로 구성됐는데 스토리 모드를 체험할 땐 어시스트 기능을 지원한 반면 커스텀 배틀을 시연할 땐 어시스트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전반적으로 드래곤볼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 게임이었다. 격투 게임이라 호불호가 갈릴 순 있어도 애당초 드래곤볼 자체가 격투 기반 만화다. 그렇다고 단순히 다른 유저와 대결만 주구장창 하진 않는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므로 격투 스트레스에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전투 방식, 스킬, 연출뿐만 아니라 캐릭터 밸런스에서도 개발진의 고심이 느껴졌다. 격투 게임은 캐릭터 밸런스에 매우 민감하다. 특정 캐릭터 성능이 매우 좋으면 게임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한다.

- 세계관 기준 밸런싱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는 전체적인 균형보다 캐릭터 자체의 설정관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베지터의 경우 평시 모드, 초사이어인 1~2, 마인 상태, 초사이어인 갓, 초사이어인 블루 등이 있다. 보통의 격투 게임은 평시 모드와 초사이어인 블루의 파워 밸런스를 맞추겠지만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에서는 예상대로 초사이어인 블루가 더 강하다.

그렇다면 누구나 다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맞다. 하지만 게임 내에는 DP라는 파워 제한량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초사이어인 블루 오지터의 DP는 10, 손오천 평시 모드의 DP는 4, 비델의 DP는 2, 브로리 초사이어인의 DP는 9, 프리저 3단계 변신의 DP는 5다. 총 DP 제한이 15일 경우 오지터, 프리저 2명으로 팀을 구성하거나 브로리, 비델, 손오천으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의 밸런싱이다.

물론 직접 체험하니까 DP가 높은 캐릭터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좋았다. 크리링, 무천도사로는 이길 수 없었던 상대를 베지터로 정말 가볍게 승리했다. 고수 대전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밸런싱이 어떤 환경을 조성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의 또 다른 재미는 그동안 궁금했던 캐릭터들의 대결을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셀 vs 마인부우, 오지터 vs 베지트, 초사이어인4 손오공 vs 초사이어인 블루 손오공, Z 극장판 브로리 vs 슈퍼 극장판 브로리 등이 가능하다. 디테일한 설정 조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드래곤볼 팬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만족감이 꽤나 충족된다. 

한편,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는 10월 11일 정식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7만 9800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PC 3종 플랫폼을 모두 지원한다.

- 드래곤볼 스파킹 제로 쇼케이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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