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그룹 내 동양생명과 ABL생명 편입이 확정되면서 임종룡 회장이 2년여간 공들인 비은행 계열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증권사에 이어 이번 보험사 인수로 지나칠 정도로 높았던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계열의 기여도를 대폭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궁극적으로 우리금융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에 따른 신사업 진출까지 점쳐져 그룹 전체 순익을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그룹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6156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열사별로는 우리은행이 그룹 전체 순익을 웃도는 6331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우리금융의 중장기적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중 우리카드(328억원)와 우리금융캐피탈(306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자회사는 사실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임 회장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많은 공을 들인 이유도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우리금융만 보험계열 자회사가 없었던 점도 은행 의존도가 높았던 원인"이라며 "모든 보험사가 지주 수익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그룹일수록 비은행 기여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1분기에 각각 467억원, 1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동양생명만 놓고 봐도 같은 기간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한 우리카드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따라서 보험사 합산 실적이 반영되면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가 현재 5%대에서 단숨에 최대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생명 사례처럼 보험사 인수는 단순한 지표 개선을 넘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금융이 단숨에 생명보험 자산규모 6위권의 자회사를 보유하면 규모의 경제뿐 아니라, 우리은행의 전국적인 채널과 결합해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대 금융 중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으로, 현재 42%의 순익을 보험, 증권, 카드 등 비은행 계열에서 창출했다. KB손해보험의 기여도가 두드러진 가운데, KB라이프생명도 요양사업에 두각을 나타내며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은 카드, 보험, 증권을 기반으로 비은행 기여도가 30%에 육박했으며, 하나금융은 최근 하나생명을 중심으로 요양 자회사를 설립해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정책성 보험을 활용한 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경쟁 그룹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험·증권·연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요양사업·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지주와 계열사 간 전략적 연계를 위한 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은 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요양산업과의 접점이 많다"며 "기존의 비은행 열위를 극복하며 보험사와 지주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구상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들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우리금융의 안정적인 지원 가능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적어져 향후 사업 확장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금융 주가도 이런 기대감 속에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만3000~1만4000원 선을 오갔던 주가는 이날 현재 2만2000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보험사 편입을 계기로 그룹의 수익 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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