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패싱' 트럼프 종전협상…"미·러 더러운 거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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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종전 협상 가속도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시작부터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을 ‘패싱’하고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지목하면서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서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발언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종전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나는 (종전 협상을) 그런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가 유럽 동맹국들에 사전 통보 없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도 ‘유럽 패싱’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미국 측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사후 통보했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준비된 계획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어떤 경우든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단결을 강화할 것이다. 이는 결국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것이 유럽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발트·북유럽 8개국 정상도 공동 성명을 내고 “전쟁 결과는 유럽과 대서양 안보에 중대하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맞서 승리해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더러운 거래(dirty deal)’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갈등을 협상에 따른 해결로 이끌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이 요청한 광물 협정 관련 구상을 담은 초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광물협정은 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희토류 등을 요구하면서 추진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협상 시작 전부터 러시아에 양보했다’는 유럽 내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며, 푸틴과 젤렌스키 대통령 양쪽 모두와 대화하면서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허용하고, 불허할지는 자유주의 세계의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퇴출당한 것과 관련, “러시아를 제외한 것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가 G8에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중국과 핵·군비 감축을 위한 대화 재개 희망 의사도 다시 밝혔다. 트럼프는 “상황이 정리되면 내가 처음 하고 싶은 회담은 중국·러시아와 핵무기를 감축하고 무기에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관한 회의”라면서 “군사비를 반으로 줄이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유진·박현주·임선영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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